[현장취재] 전세사기 대책위, 피해자 지원 추가대책 촉구
국회 국토위 소위,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
“피해자가 빚 내서 보증금 갚으라는 게 대책이냐” 반발
‘피해자 범위확대·보증금 회수 방안’ 포함한 수정안 요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반쪽짜리 특별법’이라고 혹평했다. 이들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제외된 데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 인정범위 확대와 피해자들에게 대출이 아닌 주거비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23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이하 전세사기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합의한 전세사기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수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60시간 집중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여야는 하루 전인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합의해 통과시켰다. 특별법 주요 내용을 보면 피해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이 경·공매될 경우,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며 이를 LH 등 공공주택사업자에게 양도하면 이후 공공임대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선순위 근저당이 있거나 갱신 계약으로 최우선변제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에게는 최우선변제금 수준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하기로 했다. 피해자 중 ‘위기상황’으로 인정된 가구는 긴급 생계비·의료비 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

국토위 소위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국토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포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안에 대해 ‘피해자 걸러내기’, ‘빚 더하기 빚’이라 부르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안상미 공동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구제 후회수’ 방안 제외에 대해 “특별법조차 전세사기가 온전히 피해자 책임이라고 한다”면서 “힘없고 약한 서민의 돈은 언제든 빼앗아도 제재받지 않는 그런 나라냐”라고 탄식했다.

안 위원장은 “나중에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는데 누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피해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고 전하며 “기존의 법으로는 피해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해 특별법을 만든다면서 특별법조차 임대인 권리를 주장하며 피해자들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우선매수권을 쓰려면 가격보호가 있어야 한다. 가격보호 없이 높은 금액에 피해자들이 구입하는 게 지원이냐”라고 반문하며 “소액 임차인 보호하라고 만든 최우선변제금인데 이를 무이자대출로 빌려주고 다시 전세로 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뭔가 바뀌겠거니 생각해 실제 제도를 이용하려 하면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될 때마다 이 사회에 새로운 절망이 쌓인다”면서 “어제 특별법이 통과뒨 이후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숨진 사람들은 결국 큰 빚을 갚아야 하기에 미래가 막막해서 죽어갔는데 결국 그대로 살아야 된다는 얘기 아니냐’고 서로 물으며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은 이 문제의 공모자이면서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채권 한 장 불태우지 않고 대출을 그대로 회수할 은행들은 웃을 것”이라며 “피해주택 낙찰 받아서 전세 놓으면 보증금을 높게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투자 방법이라고 가르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정부가 보호해야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세입자의 보증금은 전 재산이며 집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는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해야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에 사는 한 30대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세자금으로 1억원을 마련하고 청년 대출로 1억원을 받아 보증금 2억원 전셋집에 살고 있다. 그런데 임대인의 사기 행위로 보증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돼 아무 보장도 받지 못하는 상태다. 단 한 푼도 보장받지 못하다는 사실에 막막한 두려움과 억울함만 남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피해자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든 사기꾼들은 파산과 회생을 반복하면서 가로챈 보증금으로 여전히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범죄 수익금을 몰수해 피해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법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기업과 은행의 부실채권 매입에 스스럼없던 정부는 세입자의 보증금 채권 매입 요구는 외면했고 평생에 걸쳐 알아서 갚아 내라는 문구만을 남겼다. 정부는 최우선변제금만큼의 무이자 대출로 생색내기를 원하지만 이는 결국 피해자들이 모든 빚을 떠안으라는 주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실효성 없는 반쪽짜리 특별법으로는 안 된다”라며 정부와 국회에 특별법을 통과하기로 한 25일 전까지 피해자 인정범위 확대와 최우선변제금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증금 회수 방안 마련(주거비 지원 등)을 담은 수정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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