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불법건축물×전세사기 국회토론회
“건축주·임대인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나”
관련규정 부재…“불법 방치한 국가 책임은?”

국토연구원, 민달팽이유니온,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토연구원, 민달팽이유니온,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무단 용도변경, 불법증개축이 이뤄진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전제사기 피해자들은 정부 지원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조속히 추가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국토연구원과 민달팽이유니온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는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직접 자신의 사례를 설명하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전세보증금 2억7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한 피해자 A씨는 이 자리에서 “처음 가계약서 작성 때 건축주, 임대인, 부동산이 ‘위반건축물이지만 1금융권에서 대출이 나온다’고 작성을 유도했다. 은행대출이 안 나오는 것을 안 뒤에는 재확인을 안 한 내 책임을 들며 ‘계약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A씨는 “압류 및 가압류사항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근저당을 모두 말소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는데 현재는 세금 미납으로 압류가 잡힌 상태”라며 “임대인은 가끔 압류 해지를 위한 금액과 매매금액 차액을 지불하고 매입하는 게 최선이라고 일방적인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기막혀 했다. 

A씨는 “공시지가를 훨씬 넘는 금액에 집을 구매하고 자신이 체납한 세금 미납액도 세입자에게 지불하도록 권하는 임대인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지금 법 구조에서 직접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1년 넘게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갓 서른을 넘은 나이에 2억7000만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언젠가는 갚아야하는 돈이라는 부담감에 계속 짓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근린생활시설에 거주하는 피해자 B씨는 보증금 1억79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B씨는 “2년 살다 나올 전세니까 부동산에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집’이라고 해서 계약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해 셀프경매라도 해서 이 집을 낙찰받으려 했는데 법에 따르면 경매에 불법건축물을 등재할 시 원상복구 명령 및 이행강제금 조치를 한다고 하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불법적인 이익을 내려고 낙찰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거주하려고 낙찰받는데도 원상복구 명령 및 이행강제금을 물어내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주, 공인중개사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는 이행강제금 무효, 세금 감면, 근린생활시설 양성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안상미 공동대표는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가 조사한 바로는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주택 1669곳 중에서 불법건축물은 근린생활시설 27곳, 공용주택 업무시설 121곳, 업무시설 40곳 등 188곳에 이른다”라며 “낙찰을 희망하는 세대에 한해 양성화를 시행하고 거주주택이 아닐지라도 피해아파트는 임차인들끼리 합의되면 다른 피해건물을 낙찰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피해자들이 지원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해도 떼쓰기로만 듣는 것 같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고 답답해 했다.

국토연구원, 민달팽이유니온,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토연구원, 민달팽이유니온,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는 임대주택의 질적 상태, 임대인의 의무, 임차인의 의무 등 주택임대를 위한 기준이 없다. 보증금이라는 목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행위가 일어나는데도 관련 규정이 부재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건축법상 위반건축물조차 임대에 제한이 없다. 불법건축물 임대는 근본적으로 ‘임대행위’에 관한 문제이고 임대주택의 물리적 기준에 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은 통일주택임대차법(URLTA)에서 기본 설비 제공과 유지 및 보수 등을 임대인의 의무로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민법을 통해 임대인은 유지보수 의무와 임차인이 평온하게 사용하도록 보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윤 부연구위원은 “▲건축법 등 규정 준수 ▲최저주거기준 충족 ▲구조, 안전, 소방, 필수 설비(전기, 가스, 수도) 구비 ▲과도한 선순위 채권 제한 등 경제적 상태까지 고려해 임대주택 기준을 규정해야 한다”라며 “임대인은 정보 제공과 보증금 보호의 의무를, 임차인은 임대료 납부와 관리 협조 의무를 규정하도록 하고 ‘임대인 등록 의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권고는 우리나라 정부에 대한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제4차 최종견해와 유엔 주거권 특보의 대한민국 방문 보고서에 공통적으로 적용돼 있다”면서 “불법주택 세입자는 전세사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이 더 어려워지는 이중고통을 겪게 된다”고 분석했다. 최 소장은 “불법주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건축주 등 원인 제공자와 건물 소유자, 그리고 관리감독에 소홀해 불법을 방치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지는 방향으로 건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하게 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토연구원, 민달팽이유니온,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토연구원, 민달팽이유니온,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불법건축물×전세사기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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