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 정서로 지지율 제고? 어렵다고 봐”
“중국 방문 ‘李-싱 만남’ 훨씬 전부터 계획”
“정치적 프레임 씌워 공격하는 것일 뿐”
“성남 ‘순환형공공재개발’ 추진 성과 보람”
“고교무상교육법 발의, 국회통과 큰 의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난 지 5일 만인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 국정을 농단한 (청나라)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를 통해 “싱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이렇게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대사라 하니 2인자라도 되는 줄 알고 못 만나서 안달 난 부분이 있는데, 예의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며 싱 대사 초청으로 주한 중국대사관저를 찾은 이 대표를 겨냥했다.

국민의힘 역시 “제1당 대표이면서 미소를 보이며 싱 대사 말에 맞장구를 쳤다”며 “중국 공산당 한국지부 지부장이냐. 민주당 참모들은 싱 대사 발언을 교시 받들 듯 받아 적기까지 했다”고 맹비난했다.

급기야는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발언 일주일 후 김기현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한중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의 투표권과 건강보험 등을 제한하겠다”고도 했다.

“野 의원 대중(對中) 외교, 정부·여당 대신해주는 것”

이렇듯 한중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던 지난 12일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김태년 의원은 소속 의원들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 16일까지 체류하며 중국 정부·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뭐가 그리 급했길래 대정부질문도 듣지 않고 중국으로 달려갔나. 중국의 심기를 살피기 위해 조공, 알현 외교를 자처하는 민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정부·여당을 배제하고 야당과 밀착해 중국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통야봉여(通野封與·야당과 대화하고 여당은 상대하지 않는다)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그러나 대책위는 귀국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나 집권당이 먼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야당 의원들이 대신해주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유치하고 유아적인 반응은 결국 총선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양국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이들은 왜, 중국을 찾았을까.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우리라도 나서야...생각보다 심각한 상황”


-최근의 ‘방중’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이번 중국 방문은 이미 두 달 전에 잡혀 있었던 일정이다.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가 만나기 훨씬 전부터 계획돼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 당국자와 영향력 있는 공산당 싱크탱크, 공공기관 관계자 등을 만나는 계획을 세우고 가는데 아무런 협의 없이 이웃집 마실가듯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그건 국민의힘이 프레임을 씌워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동안 기업인들 요구가 계속 있어왔다. 이분들이 말을 못해 그렇지 걱정이 크다. 다들 ‘사드 트라우마’가 있다 보니 중국과 외교관계가 불편해지면 경제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는 언제 출범했나.

“코로나 이후 복합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작년 6월, 포스트코로나 대전환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대책위를 맡은 후 토론회, 간담회 등의 현장을 다니며 기업인들 얘길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이구동성으로 ‘민주당이라도 대중 외교를 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지금은 유능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어느 때건 위기에 가장 취약한 건 항상 약자들이다. 정치가 꼼꼼하고 촘촘하게 챙겨야 한다.”

-‘야당 의원 외교엔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외교에 여야가 어디 있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외교라는 게 정부만 하는 게 아니다. 민간외교도 있고, 소위 1트랙, 1.5, 2트랙 등 전방위적으로 해야 하는 거다. 정부사이드가 1트랙이라면 1.5트랙의 의원외교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상황을 보시라. 무역수지가 15개월째 적자다. 수출 감소에 경상수지 적자까지, 이런 사례가 없었다. 반도체 업황 영향도 크지만 상당 요인이 중국발이다. 정부는 이럴 때 대중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서 우리 기업들을 지원할 것인지 고민해야하는데, 반대로 하고 있지 않나.”

-누굴 만나고 왔나.

“외교부차관격인 부부장과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부주임을 만났다. 이 사람이 우리로 치면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 국제 무역 담판 대표)을 지낸 인물이다. 그 외에도 각종 정부기관 관계자, 공산당 씽크탱크 책임자급 핵심 연구원들을 만났다.”

-‘어떤 성과를 가져왔냐’고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 협상 대표가 아닌데 어떻게 손에 딱 잡히는 성과를 가져오나. 현재 경색된 분위기를 부드럽게도 만들고 상호 필요성을 얘기하며 중국이 고민하게 할 필요가 있는 거다. 그런 기초위에서 성과가 나오는 거고. ‘가서 뭘 이뤘냐’고 하는 건 그야말로 무식한 소리다. 그런 질문이야 말로 현 집권세력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다. 한심하고 유아적인 공격일 뿐이다.”

목소리가 커졌다. ‘억울하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그의 표정 엔 그 이상의 분심(憤心) 같은 게 서려있었다. 듣고 보니 억울할 만도 했다.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대표 직무대행까지 4선 국회의원 15년간 당 요직을 두루 섭렵한 그였지만 ‘외교성과’ 대목에선 자제력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우리만 ‘이상한 외교’ 고집”


-‘미·중 갈등은 표면적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게 실체다. 지금 우리가 편중외교 행보를 늘려가는 사이 미국은 중국과의 교역을 더욱 확대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블링컨(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북경(베이징)에 가서 지난 1월 취임한 친강(秦刚) 중국외교부장을 만났는데, 우리 외교부장관은 아직 한 번도 안 만났다. 블링컨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시진핑 주석까지 만나 미중관계를 해빙무드로 전환시키고자 한 거다.”

현대의 국제정치가 ‘신 냉전 대립구도’의 네편, 내편 같은 단순 논리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는 김 의원은 자국 이익만을 우선하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언급하며 우리의 대중 외교 또한 실익 우선주의로 선회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권 경쟁이 아주 치열했던 작년에도 미·중은 역대 최대 교역량을 올렸다. 일본도 외무상을 중국에 보낼 정도로 전부 디리스킹(derisking·탈 위험)으로 가고 있는데, 우린 뭐하고 있나. 미국이 중국 상품을 안 받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 그런 압박 때문에 세계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서두르는 거다. 외교는 그렇게 하는 거다. 우리만 지금 이상한 외교를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미·중 교역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가속하는 와중에 나온 결과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022년 수출과 수입을 합친 미국과 중국 간 교역액이 6906억달러(약 870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18년 6615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로, 전년과 비교했을 때보다도 5.0% 증가한 액수다. 상호 패권 경쟁을 이어 나가며 갈등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양국 간 무역은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이상한 외교’라면?

“다른 나라 모두가 겉으로는 대립할지언정, 중국과 물밑협상을 벌이며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린 ‘혐중 외교’로 애먼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경제를 악화시킨다. 이게 이상한 외교이지 않나. 문제는 후과가 우리 국민에게 그대로 돌아간다는 거다.”

-윤 대통령의 국제정치 인식이 어떻다고 보나.

“냉전시대 사고에 딱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가치외교를 얘기하는데, 아마도 미국식 가치를 말하는 것 같다. 그 틀 안엔 전 세계 마흔 개 정도 나라밖에 없을 거다. 이 나라들하고만 관계를 맺고 살 건 아니지 않나. 베트남에도 가셨는데 거기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정권 아니냐. 그렇게 따지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외교를 펴고 있는 거다.”

-그럼 왜, 이렇게(편중 외교)까지 한다고 보나.

“결국 총선 때문이다. 외교를 하나의 선거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다. 반중정서를 이용해 청년층 등 국정지지도를 올려 내년 총선을 이겨보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안 먹힐 거다. 국가운영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국민 삶, 민생경제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지 총선을 이기기 위해 이런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편중 외교) 주장 배경엔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문제’라는 얘기도 있다.

“대통령도 40년 전 ‘반공·냉전’ 인식 체계서 못 벗어나고 있지만, 주변 참모는 물론 집권세력 모두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참 걱정이다. 하다못해 우리 지역에서 식당하시는 아주머니도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이 나라와도 거래하고 저 나라와도 사고팔며 살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데, 식당 아주머니도 아는 외교수준을 국정 책임자가 모르니 참 답답할 노릇이다.”

-외교가에선 대통령이 중국 대사를 직접 언급한 걸 문제 삼는다.

“최종적으로 수습해야 할 사람이 전면에 나서버리니 그런 지적이 나오는 거 아니겠나. 대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왜 불필요한 발언을 해서 중국을 자극하나. 물론, 싱하이밍 대사가 야당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읽은 건 의전 프로토콜에도 안 맞는다. 분명 ‘오버’한 거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개 국장급 대사’ 발언에 일일이 과민 대응하면 수습할 여지가 없어진다. 외교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겨냥, <strong>“</strong>부적절한 처신에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strong>”</strong>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겨냥,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통령 발언이 ‘일타강사’ 악마화로 번져”


김 의원의 교육 분야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세 자녀를 양육한 경험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는 재선 후 상임위를 교육문화위원회에 자원해 간사까지 맡았다. 통상 2년 주기로 상임위를 순환하지만 김 의원은 4년 내내 교문위에서만 활동했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지난 20019년 국회를 통과한 ‘고교 무상교육법’도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책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초고난이도 문제를 지적한 ‘킬러 문항’에 대에서도 물어봤다.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발언이 일파만파다.

“그런데, 지금 불길이 이상한 쪽으로 번지고 있다. 그 발언이 ‘일타강사’를 악마화 하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사고는 대통령이 쳤는데 책임은 참모들에게 떠넘기는 걸 넘어 아무 연관도 없는 학원 강사들까지 ‘나쁜 사람들’로 몰고 있는 거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이 수능 5개월을 앞두고 교육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대선 공약인 ‘3대 개혁’과 관련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한다고 난리지만, 전부 헛다리짚고 있다.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교육 문제 핵심이 뭔가.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와 노력들이 있어왔고, 나름 진전도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교육비 부담이 엄청나다.”

-그 사교육비를 줄여보겠다는 의미 같은데.

“그러려면 근원을 따져봐야 한다. 좋은 대학 나오면 인생이 달라지니,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대학이 서열화 되고. 이러니 모두 입시에 ‘몰빵’한다. 킬러문항 줄인다고 사교육이 없어진다? 이건 남의 다리 긁는 거나 마찬가지다.”

-초고난이도 문제(킬러 문항)를 지적한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전문가들의 충분한 숙의가 필요한 정책인데 너무 성급했다. 수능은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몇 십년간 축적된 역사가 있다. 해마다 출제 난이도를 결정하는 프로세스도 있고. 전년도 수능,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 평가를 종합해서 결정하는 거다. 초고난이도 문제를 없앤다고 전체 난이도가 낮아지는 게 아니지 않나. 또 킬러 문항 없애면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니까 고난이도 문제를 늘려야하는데, 이걸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많다. 고난이도 문제를 풀기 위해 또 학원에 가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거다.”

-그럼, 어떤 게 문제라고 보나.

“대학서열화로 인한 ‘입시 몰빵’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 정부는 고등학교를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로 서열화해 사교육 시장을 점점 하향화시키고 있다. 2025년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이런 거 다 없애기로 했는데 다시 존치시킨다는 거 아니냐. 이렇게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근원들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킬러문항만 없앤다고 사교육이 없어지겠나.”

교육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지시가 나온 지 8일 만에 오는 9월 모의평가와 올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본시험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학 교수도 풀지 못하는 문제는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킬러문항의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의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동시에 일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투데이신문

“대통령은 입체적,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3대 개혁 얘기가 나온 김에 노동개혁과 관련한 생각도 궁금해졌다. 김 의원은 지금의 킬러 문항 발언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파동’ 패턴과 유사성을 보인다며 ‘69시간제’ 노동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69시간 근무제’ 관련, 노동정책 ‘파동’은 어떻게 보나.

“개혁한다고 맨 처음 내놓은 게 69시간제 노동확대제였는데, 노동시간을 확대하면서 어떻게 노동을 개혁하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데, 요즘 젊은이들은 양육 여건도 안 되는데다 자식 낳아 키우는 게 과연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결혼까지 포기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노동시간이다. 애 키울 시간이 없는 거다. 세계는 지금 노동시간을 어떻게 줄일까를 고민하는데, 우리만 늘린다고 하는 거다. 그나마 이 얘기도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현재 정부는 ‘69시간 근로제(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오는 9월쯤 최종안을 입법화하려면 노동계와의 협의가 필수다. 그러나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한 대화 참여를 전면 중단했다. 경사노위는 노동계의 굵직한 현안에 관해 노·사·정이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 합의체다.

-일부에선 ‘킬러 문항’을 언급하며 ‘69시간제 파동’을 소환하기도 한다.

“69시간제도 대통령이 사고 쳐놓고 노동부장관이 사과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었지 않았나. 여기저기서 난리가 나니까 이걸 다른 이슈로 덮으려고 한 게 ‘건폭(건설폭력)’이고. 물론 누가 됐든 불법을 저지르면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노동단체들을 전부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건 틀렸다. 재생에너지도 그렇고, 문제는 이 분야만이 아니다.”

-노동시간 확대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부분인데.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거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안전망을 충분히 확보한 후 노동 유연성을 시대적 흐름에 맞게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가, 이런 목표를 세우고 추진해도 될까 말까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사회적 대타협이 힘드니 노동시간 늘리고 노조 때려잡겠다고 하는 거다. 이러니 어떻게 대타협이 되나.”

-‘대통령의 정책 관련 발언이 즉흥적’이란 주장도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가 어떤 파급력을 띠며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작은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운 국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모든 정책들이 다 연결돼 있다. 때문에 대통령에겐 입체적이며 종합적인 판단 능력이 요구된다. 윤 대통령은 그런 훈련이 안 된 사람이다. 문제는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거다. 헌법과 법률, 시행령 등 각 기관 간 유기적 관계가 조화를 이뤄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전부 붕괴돼버리는 것이다.”

제20대 총선 경기 성남수정구 선거구에서 당선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선 도전에 성공하며 부인과 당선 축하 꽃다발을 목에 걸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제20대 총선 경기 성남수정구 선거구에서 당선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선 도전에 성공하며 부인과 당선 축하 꽃다발을 목에 걸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성남(수정구)에서 4선을 기록한 김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해 “지금까지처럼 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히며 5선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5선 되면 국회의장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 “자리를 염두에 두고 정치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여전히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처럼 일을 보면 가슴이 뛴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장? 자리 생각하는 정치 안 해”


-‘내가 왜, 5선이 돼야하는지’가 궁금하다.

“여전히 열정과 에너지가 있다. 막스 베버 얘기처럼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인 책임감과 열정, 균형적 판단력이 여전하다고 자부한다. 4선을 해보니, 노하우랄까 이런 게 많이 축적돼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선수가 낮았을 때와는 또 다르다. 역할도 다르게 주어지고. 세상을 다각도로 보는 시야와 균형감 같은 게 쌓였다고 할까. 물론 모든 건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국회의원은 4년 계약직인데, 지역민들께서 계약 연장 안 해주시면 짐 싸야지 별 수 있겠나. 하하.”

-5선쯤 되면 보통 ‘국회의장직’을 염두에 둔다고 하던데.

“자리에 목표를 두고 정치하지 않는다. 내 정치의 중심은 언제나 일이다. 시대적으로 맡겨지는 일, 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다보면 제때 맞는 제 역할이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역할이 주어지면 적극적으로 임하고 도전하는 것이지, 특정 자리에 목표를 두고 정치를 하지는 않는다.”

-내년 총선 전략은 뭔가.

“정치인은 현실을 어떤 자세와 태도로 임하느냐, 어떻게 성과를 만들어내느냐로 평가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역민들은 김태년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무엇을 해왔는지 오랫동안 지켜보셔서 이미 평가가 돼있다고 본다. 그런 평가가 선거 결과로 나타나는 거고. 때문에 특별한 선거 전략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중앙과 지역현안을 열정적이면서 성실하고 겸손하게 할 자신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일로써 평가받겠다.”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가 뭔지도 궁금하다.

“학생운동, 시민단체 활동하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는데 제도권 밖에선 한계가 있다는 걸 실감해 정치를 시작했다. 그동안 절차적 민주주의는 상당히 성장하고 발전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그 바탕을 다지는데 일조했다고도 생각하고. 우리 민주주의는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성숙된 민주주의 단계까지 올라선 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의미하는지.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1인당 3만 5000달러가량 되는데, 성과가 고르게 분배됐느냐 하는 측면에선 크게 부족하다. 성장의 과실을 국민 전체가 고루 나눠가지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까지 가려면 더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할 것이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대부분 이런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개발지역에서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국가·공공단체가 민간의 토지를 매수해 개발하는 공영개발 방식이 전면 도입된 최초의 신도시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10만 여명을 수용할 수정구 위례신도시 4만여가구 공사 현장. [사진제공=뉴시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개발지역에서 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국가·공공단체가 민간의 토지를 매수해 개발하는 공영개발 방식이 전면 도입된 최초의 신도시다. 사진은 지난 2015년 2월 10만 여명을 수용할 수정구 위례신도시 4만여가구 공사 현장. [사진제공=뉴시스]

‘눈물 없는 재개발 사업’, 모두 만족


-지역구(성남시 수정구) 발전을 위한 성과에 대해 얘기한다면.

“제도권에 들어와 20여 년간 참 많은 일들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든다면 성남 지역의 주택 재개발을 ‘순환형 공공재개발’로 추진했다는 거다. 또 지역 내 교육환경·시스템 등을 개선하는 ‘성남형교육지원사업’을 구축한 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순환형 공공재개발’은 어떤 건가.

“기존 주택을 재개발하는 동안 집주인들이 거주할 집을 지어 거기서 살게 하다 재개발이 완공되면 입주시키고, 재개발 지역에 살던 세입자들에겐 LH가 임대아파트를 확보해 입주권을 줘서 살게 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용성도 높기 때문에 한 마디로 ‘눈물 없는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언제부터 진행된 방식인가.

“성남시는 1970년대 서울 청계천개발 등에 따른 이주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급하게 형성된 밀집도시다. 물론 원주민들도 있었지만 단기간 한꺼번에 많은 인구가 밀려들다보니 여러 기반시설, 주거환경이 낙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립·다가구 주택들이 형성되며 재개발 수요가 넘쳐났다. 이런 상태에서 민영개발을 진행하면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세입자는 그들대로 다시 들어와 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시민단체 활동 때부터 지금까지 순환형 공공개발을 강하게 밀어붙여 결실을 맺게 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성남시가 손잡고 지난 20여 년간 진행해온 ‘성남 공공재개발’은 원주민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세입자 등의 이주대책을 마련한 후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순환 정비’ 형태로 추진돼 공공재개발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LH에 따르면, 원주민 재정착률이 일반사업 대비 50%가량 높다. 세입자의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도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항’도 컸을 것 같다.

“당시 공공개발을 반대하고, 민영재개발을 추진하던 사람들이 ‘김태년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지금도 옳은 선택이었다고 자신한다. 이후 성남 재개발은 거의 대부분 LH가 시행사로 참여해 성남시와 주민이 함께 협력해 시행, 개발했다. 우수한 건설사들이 시공에 나서, 공공이 참여하면 품질 떨어진다는 관념도 깼다. ”

-‘성남형교육지원사업’은 뭔가.

“이 사업은 앞선 얘기처럼 성남이 특수한 배경 속에 형성된 도시라 당시 학교들이 노후화돼서 타 신도시들에 비해 교육·시설 환경이 열악했다. 이걸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부모 소득이나 지위 관계없이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자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재선 도전 시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된 후 국회 교육위원회를 지원해 4년 내내 의욕적으로 활동했다. 간사까지 맡아 학교마다 체육관 만들고. 이게 정책으로 채택돼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만들어 예산을 지원하도록 했다. 특히, 교육에서 중요한 게 학부모 역할인데 학부모 참여를 위한 관련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하도록 지원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이 또한 상당한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 때 당선된 현 국민의힘 성남시장이 이런 사업들을 축소, 폐지하려고 해 안타깝다.”

-고교 무상교육법도 대표발의 했는데.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발의 했는데, 3년여 만인 지난 2019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고등학교까지 학비 걱정 없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 가정 경제에도 상당한 플러스가 됐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가처분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학생 한 명당 분기별로 40~50만원씩 내는 등록금을 계산하면 연간 160~200만원이니까 월 15만원 내외의 가처분 소득 발생 효과가 생기는 거다. 자녀가 둘이면 배가 되는 거고. 이렇게 되면 그만큼 지역 소비도 늘어 골목상권에도 도움이 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이재명 대표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회복지연과 유동성 위기 소상공인·자영업자 긴급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이재명 대표와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회복지연과 유동성 위기 소상공인·자영업자 긴급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964년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김 의원은 순천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 입학, 사회과학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이후 성남시에서 청년단체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으로, 당시 성남에서 변호사를 개업한 이재명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는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국민참여운동본부 성남 공동본부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김 의원은 2004년 성남 수정구에서 제17대 총선에 처음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재선 도전엔 실패했지만 와신상담 끝에 19대 총선서 당선, 이후 21대까지 내리 3선을 기록했다. 당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대표 권한대행까지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현재 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김 의원은 “학생운동·시민단체 활동까지 여기서 지속하다보니 자연히 성남시민이 됐다. 성남은 처음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정겹고 살가운 동네다”라며 성남시 정착 배경을 털어놓았다.

“이재명 대표와는 1989년부터 시민운동을 함께하며 국회의원으로, 성남시장 등으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다”고 밝히는 김 의원은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으로서 ‘성남판 당정협의’를 진행해온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당시 변호사가 2006년 처음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때 공천한 사람이 자신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민주당이야 혹독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감수해야 하지만, 정권을 넘겨준 정당의 한 구성원으로서 팍팍해지고 있는 국민 삶과 허덕이는 경제를 생각하면 한없이 죄송하다”며 시선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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