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때 사흘밤낮 TV 화면만 응시
평범한 대학생에서 학생운동 전면에
셧다운제는 대표적인 탁상공론 정책
박지현, 기성정치에 희생...안타까워
지금은 이념보다 실용정치 필요한 때
국회의원 세비, 국민이 결정하게 해야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나이 스물 셋. 또래들과 무리지어 다니며 푸르른 청춘을 원 없이 누릴 때다. 꿈 많은 대학생활 때라면 더더욱 그럴 터.

한양대 안산(ERICA)캠퍼스 생활체육과 재학생이었던 2014년의 스물세 살 전용기 역시, 체육교사 꿈을 키우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그해 4월 16일, 그의 운명은 갈렸다.

그날의 비극은 충격과 절망, 분노로 이어지며 평범하기만 했던 대학생 전용기를 학생인권운동 전면에 세웠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세월호 침몰 장면은 전 국민을 패닉에 빠뜨렸다. 넓디넓은 바다 한 가운데서 허연 옆구리를 드러내며 수백 명을 끌어안은 채 가라앉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학교에서 처음 참사 소식을 접한 후 용기는 사흘밤낮 꼬박 텔레비전 화면만 응시했다. 선잠을 자면서도 시선은 TV 화면을 향했다. 다니던 학교와 지척인 단원고 학생 수백 명의 ‘절규’가 환청으로 들려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감은 배가됐다.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선 목소리를 내야한다.’ 용기는 그날 이후 본격적으로 ‘학생정치’에 뛰어들었다. 2년 뒤 총학생회장과 경기도 대학생협의회장까지 맡으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세월호 침몰 이틀째인 2014년 4월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사고 해역에서 해경과 해군 등이 뱃머리만 남은 선체 주변에서 구조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월호 침몰 이틀째인 2014년 4월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사고 해역에서 해경과 해군 등이 뱃머리만 남은 선체 주변에서 구조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 청년 정치 상징으로 부상

이틀 후면 세월호 참사 9주기다. ‘세월호’는 참 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꿨다. 전용기가 그랬고, ‘1990년생 안산 시민 용혜인’ 역시 그날 이후 사회저항운동에 뛰어들며 국회의원이 됐다.

한 살 차인 두 사람이 나란히 국회의원에 당선된 2020년 4월 16일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발생 만 6년째 되던 날이었다.

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연소 당선’ 기록을 세운 국회의원 전용기는 ‘역대 다섯 번째 최연소 국회의원’ 타이틀도 보유하게 됐다. 민주당계 정당 사상 최연소 당선 비례국회의원이기도 하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경선캠프에서 대학생공동본부장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한 ‘청년 전용기’는 이후 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전국대학생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당내 청년 정치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21대 총선 더불어시민당 비례 16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전용기는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폐지와 군 복무 중 부상·질병 피해를 보상하는 ‘군인 재해 보상법’ 등을 대표발의하며 청년층을 대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5일 앞둔 지난 11일 “인명구조에 나선 분들이 세월호 선체 위에 올라가 망치로 두들기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하는 ‘청년 국회의원 전용기’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지난 3년 시간가는 줄 몰라”

훤칠한 키에 멀끔한 외모. 비주얼로 봐선 국회의원 보다 배우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결혼 100일을 갓 넘긴 ‘새신랑’이라서 그런 것인지, 그런 느낌은 한층 더했다. 의원실엔 ‘신혼 향기’가 가득했다.

‘스물아홉에 국회에 들어와 3년이 흘렀는데, 청년 국회의원 전용기의 의정활동은 어땠는지’를 묻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낸 기간이었다”고 즉답했다. 그러면서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덧붙인다.

-어떤 부분이 아쉽나요.

“정부와 국회 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국회에서 개선할 점을 던지면 정부가 받아서 바로 잡아야 하는데, 이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정책 집행기구가 저러니까 국회는 답답한 거죠. 그런 면에선 여전히 정부 조직이 노쇠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청년 국회의원’ 수가 크게 늘었지만, 정작 청년들은 국회가 자신들의 얘길 들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얘기가 있는데, 저와 같은 2030 세대를 만나면 저는 ‘국회가 상당히 신경 써서 듣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듣기만 한다는 거죠. 국회의원들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할까. 듣기만 하고 피드백이 없어요. 공감력이 없는 겁니다. 청년들 얘길 들으면 공감하는 문제부터 풀어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막히니 ‘우리 얘길 안 듣는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국회와 정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거든요. 내각도 젊어져야 해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30대 장관을 기용하겠다’고 했는데, ‘청년 장관’이 인선되면 많이 달라지겠네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청년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용되면 청년 세대 목소리를 지금보다는 훨씬 더 신경 써서 들을 거고 같은 청년이니까 세대 공감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청년들이 요구하는 제도 개선도 빨라질 수 있고, 청년 세대 활동 비중도 올라갈 것이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30대 장관’을 기용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30대 장관 한 명이 아니라 많이 나올 것”이라 공언했지만, 현재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윤 정부 1기 내각은 ‘서울대·50대·남성’으로, ‘마이웨이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3년 의정활동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먼저 정치 관련 부분에서 선출직에 나서는 청년후보 기탁금을 반으로 줄이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해 통과시켰는데, 상당한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들어오려고 할 때 돈 문제가 큰 걸림돌인데, 지방의원 출마 시 절반의 후원금을 거둘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셧다운제’ 폐지법안을 대표발의 해 통과시켰고요.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을 법으로 제한한다는 건 상식에 반하는 겁니다. 정말 쓸모없는 탁상공론 정책 중 하나였던 거죠.”

-또 다른 법안은 뭐가 있나요.

“아직 국회통과 전이긴 한데, 제 선거공약 1호가 ‘다치면 느그아들 방지법(군인 재해 보상법)’입니다. 군 생활하다 다치면 국가가 책임져야하는데, 이게 지금 안 되고 있거든요. ‘건강하면 국가의 아들이고, 다치면 느그 아들’이라 그러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에 보내고 싶겠습니까. 이걸 제도적으로 폭넓게 보상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입니다. 이 법안을 포함해서 청년들을 대변하기 위해 나름 많은 활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21년 3월 전 의원이 발의한 군인 재해 보상법 개정안은 9개 등급인 ‘심신장애 판정기준’을 14단계까지 세분화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장해기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개정안 취지엔 동의하지만, 지급대상자 증가에 따른 소요 예산이 크게 늘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실상 부동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한 병사가 군복무 중 새끼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악화되면서 영구장애를 당했다. 이 병사는 현행 심신장애 판정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해군 출신인 전 의원은 “군에서 다쳐도 ‘나 몰라라’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가 부상을 당했다면 이에 합당한 보상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라며 “개정안이 통과돼 부상 장병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하루 뒤인 2014년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세월호 여객선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월호 침몰 하루 뒤인 2014년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아 세월호 여객선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월호’는 의식 전환 변곡점

-이틀 후면 세월호 참사 9주기입니다. 6주기 때 국회의원에 당선됐는데, 9년 전 그날 상황이 궁금하네요.

“그날 학교에서 참사 장면을 처음 접했는데, 순간 말로 표현 못할 충격 때문에 패닉(panic)이 왔어요. 단원고등학교가 우리 학교 바로 옆인데, 그날 이후 사흘 밤낮을 TV 화면만 쳐다봤습니다. 선잠을 자면서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당시 구조하던 분들이 선체 위에 올라가 망치를 두드리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너무 충격적이었죠.”

-그날 이후 본격적인 ‘학생운동’에 뛰어든 셈이네요.

“세월호 때문에 대단한 각성이 온 건 아니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변곡점이었던 건 분명합니다. 당시, 학생회 간부로 활동했는데 ‘추모제’에 여러 번 가면서 ‘또 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청년 세대)가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비운동권 출신이었지만, 총학생회장이 되면서 학생인권운동을 주도하게 됐습니다.”

-당시 학생운동은 ‘이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흐름이 있었죠.

“맞습니다. 2010년대 학생운동은 이념보다 사회현상에 대한 변화를 추구해야한다는 의식이 강했죠. ‘이념 따윈 필요 없다, 실익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겁니다. 제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데, 총학생회장이 된 이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늘어나면서 졸업도 늦췄습니다. 당시 학생회실로 출퇴근하다시피 하면서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다녔죠.”

-총학생회장이 해결해야하는 현안이 뭐였나요.

“학생회장 당선 직후 박근혜 정권 핵심사업이었던 ‘프라임 사업(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이 우리 학교에서도 큰 이슈로 부상했는데, 프라임 사업이라는 게 ‘인문학과 이공계를 통합해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거잖아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과 확대 정책인데, 이게 학생들로부터 큰 저항에 부딪힌 겁니다. 그래서 ‘이 사안은 학생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추진해 압도적 찬성(78.7%)으로 통과시켰습니다. 1300명이 참여해 1000명 이상 동의한 건데, 전국 대학 중엔 처음이었죠.”

프라임(PRogram for Industrial needs - Matched Education, PRIME) 사업은 기본적으로 인문사회, 예술계통 학과를 계열 이동과 정원감축을 통해 이공계열로 유도하는 학교 중 일부에게 지원을 약속하는 정부 정책이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지난 2016년 5월 최종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21개 학교 중 유일한 경기권 대학이었다.

2017년 5월 8일 오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연호하는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17년 5월 8일 오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연호하는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졸업까지 늦춰가며 활동했는데, 정치권엔 그럼 언제부터 활동한 건가요.

“프라임사업 활동한 그해 11월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경기도 대학생협의회의장도 맡고 있었는데, 11개 대학 800명이 모여 시국 선언을 했어요. 세월호 때부터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시작한 게 국정농단 시기까지 이어진 거죠. 하지만, 이후엔 학생운동을 떠나면서 취업과 교사의 길을 놓고 고민하다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경선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나요?

“사실 학생회장이나 대학원 다닐 때도 정치활동은 안 했어요. 그런데, 민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함께할 수 있겠냐’고 제안이 온 겁니다. 대선 앞두고. 그렇게 연락 받고 가서 처음 만난 사람이 지금 장경태 최고위원인데, 당시 장 의원이 민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거든요. 그길로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문재인 후보 경선캠프에서 활동하게 됐고, 지금까지 온 거죠.”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이건 꼭 이뤄내야겠다’ 싶은 건 뭔가요.

“청년세대가 정치권에 많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청년 정치인들은 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그랬지만, 토익(TOEIC) 공부하고 자격증 하나 더 따면 좋은 직장도 얻을 수 있는데 그런 거 다 포기하고 무보수로 활동하는 거잖아요. 이러다보니, 일반 대중의 시선은 물론 부모님들조차 ‘허상을 쫓는다’고 하죠. 실제 저도 부모님이 ‘쓸데없는 짓 말고 빨리 취업해라’ 그러셨거든요. 하하. 그랬지만, ‘사회 진출이 좀 늦더라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부모님이 후회하시겠어요.

“하하하. 아무 말씀 안 하십니다. 사실 지금도 걱정하고 계시죠. 마음으로는 열렬히 응원하면서도 부모님 입장에선 걱정이 들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정치 기웃거리는 박지현, 안타까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데, ‘69시간 근무제’는 어떤가요.

“70년대 이전으로 퇴행하는 정책이죠. 근로현장에서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과로사 환경으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정치적 프레임 관점으로 바라볼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IT분야 노동자들의 불법 근로행태는 여전한데,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갉아먹는 노동환경에 처해있습니다. 강요해서가 아니라 개발자 본인의 책임감 때문에 과로사까지 연결될 수 있는 거죠.”

-‘청년이 보수화됐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렇게 단정 짓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MZ세대가 보수화됐다는 부분을 민주당이 위기감으로 받아들여야 하고요. 70~80년대 기성세대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이나 경제 여건 등이 그런 의식을 갖게 한 측면도 있고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청년’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 주장에 동의합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데 박지현 씨가 상당한 역할을 한 건 분명한 사실이죠. ‘N번방’ 사건도 해결했고요.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 해서 20대 중반의 여성을 거대 정당의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건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기성 정치권이 20대 청년을 이용한 게 돼버린 셈이죠.”

-비대위원장 이후에도 정치적 목소리를 계속 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청년을 과중한 자리에 앉혀 정치권을 기웃거리게 만들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죠. 언론이 받아주니까 정치적 욕심도 생기는 거고요. 청년 정치인들이 쉽게 망가지는 건 겸손하지 못할 때거든요. 박지현 씨가 비판받기 시작한 시점이 욕심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라고 보는데, ‘명패’ 사건처럼 경솔한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모든 걸 상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명패’ 사건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고(故) 이예람 중사 유족과 면담할 때 본인 명패를 회의실 테이블에 올려놔 논란이 된 사건이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4월 15일 ‘이 중사 특검법’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 본청에서 이 중사 부친과 면담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명패 휴대라니, 권위의식을 뽐냈다”고 비꼬면서 “통상 자존감 낮고 내세울 것 없는 이들이 지위와 수식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든다. 그리고 지위와 수식이 없는 약한 이들을 얕잡아본다”고 비난했었다.

-‘민주당엔 이준석, 천하람이 없다’는 냉소도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선 반성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10년 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를 기용했었잖아요. 특히, 국민의힘이 20대 총선을 계기로 청년 세대에 주목한 건 상당한 안목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저를 비롯해서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좀 더 도전적으로 나가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청년 최고위원으로 시작해서 10년의 시간을 보내다 당대표까지 올랐는데, 우린 이제 시작하는 거라고 봐야죠.”

◆“전용기의 실용 정치는 ‘실사구시’”

-최근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만났잖아요.

“네. 장경태 의원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서 만났습니다. 사실 공청단과의 교류는 우리 정권 때도 있었어요. 이번에 좀 이슈가 된 거죠.”

-교류 목적이 뭔가요. 방문 성과는 있었나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중립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인들은 ‘꽌시(관계)’를 중요시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공청단과의 관계를 앞서 주도하면 대한민국 미래 외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제관계에서 발생될 수 있는 오해도 풀 수도 있고, 중립 외교 초석을 다지는데 필요하다는 판단에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 거죠. 미국과의 동맹 때문에 중국을 버릴 순 없잖아요. 지금 중국 무역적자가 1년 가까이 진행 중인데, 이번에 한중 청년 기업인들이 비즈니스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놓고 왔습니다. 상호 의견일치도 봤고요.”

14~28세 연령대로 구성된 ‘공청단’은 1920년 설립된 중국 공산당 청년조직으로, 중국공산당이 운영한다. 중국공산당의 인재풀 역할을 맡고 있어 중국 정치계에 영향력이 크다. 총 단원이 1억명에 이른다. 1981~87년까지 중국공산당 주석을 지냈던 후야오방(胡耀邦)과 2003~2013년 주석으로 재직한 후진타오(胡錦濤)가 대표적인 공청단 출신 인물이다.

-‘실용 정치’를 주장하는데, 전용기의 실용정치는 뭔가요.

“지금은 이념이 아닌 실익을 추구하는 ‘실사구시’ 정치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뭐가 우리 실리에 부합하느냐, 이걸 만들어 가는 게 전용기의 실용 정치입니다. 중국 방문 때 그쪽에서 ‘한국 정부가 친일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길래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상호 묵은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한 것일 뿐, 친일 친중 그런 건 아니라고 했죠. 우리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동북공정’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고요. 할 말은 하면서 대립 관계를 풀어가는 게 외교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것도 실용 정치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전용기 의원. ©투데이신문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우리 정치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실망이 쌓이다 보니, 혐오로 돌아오지 않습니까. 이걸 바로잡을 필요가 있고, 정치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작은 발걸음부터 내디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하나인 거죠. 세비를 투명하게 공론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국회의원 세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걸 국민들과 함께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비가 많은 건 ‘검은 돈에 유혹되지 말고, 돈 걱정 없이 국가를 위해 일해달라’는 의미도 있을 것 같은데요.

“타당한 주장이고, 동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국민이 인정할 수 있게끔 세비 결정기구(국민 참여 보수산정위원회)를 설치해야하는 거죠.”

-여야 의원들 간 합의가 중요할 것 같네요.

“세비를 반으로 줄이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산정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관련한 여러 의견을 들어보자는 걸 반대할 의원은 없다고 봅니다. 국민이 인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세비를 산출해야 국회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부자나라인데, 청년들은 ‘버티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청년세대가 목소리를 좀 더 크게 냈으면 좋겠어요. 힘을 모아 분노를 표출해야 합니다. 버겁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지금의 사회구조가 청년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과거엔 대학만 나오면 취업이 됐지만, 지금은 대학 졸업하고 토익에 자격증까지 준비해도 어렵습니다. 영어 쓸 필요가 거의 없는 공공기관이 취업 요건으로 토익 900점 이상을 요구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허들입니다. 청년들에게 이런 고스펙을 요구하니 취업도 어렵고,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못하는 겁니다.”

학창 시절 볼링 선수로 활동하며 체육교사를 꿈꾸던 스물세 살 청년이 세월호 참사로 운명이 갈리면서 6년 만에 국회의원이 됐다.

‘최연소’ 기록을 여럿 갈아치우며 정치 전면에 등장한 ‘청년 국회의원 전용기’는, 청년들의 정치 진입 허들을 낮추며 셧다운제와 군 복무 관련 입법 등의 ‘실용 정치’로 자신만의 정치적 꿈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를 1년 앞둔 현재 새로운 비행(飛行)을 꿈꾸며 경기도 화성(을)에 둥지를 튼 청년 국회의원 전용기는, 평균 나이 36세인 이곳 주민들과 함께 힘찬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유권자를 ‘전용기’에 태우고 이륙할지, 내년 4월 10일 무사히 목적지인 ‘여의도 비행장’에 다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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