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동, 농민들 생각했다면 소신투표 했어야”
“현덕지구 개발, ‘쌍용차 이전’서 해법 찾아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어딘가 이상해”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 만들 필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22대 총선(2024년 4윌 1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천 전쟁’ 신호탄이 될 예비후보 등록일이 12월 12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전은 이미 시작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일찌감치 총선 모드로 전환됐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원외위원장은 ‘표밭’ 관리에 여념이 없고, 비례 의원들 역시 ‘빈틈’을 파고들며 재선 고지를 향한 거점 확보에 사력을 쏟는다.

현역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보좌진들을 지역으로 내려 보내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늘린다. ‘프리미엄’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원실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면책특권(免責特權)에 ‘불체포 특혜’까지 부여되는 국민의 대의기관. 명실상부한 권력의 시작이자 정점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누가 뭐래도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의 꽃이자 상징이 아닐 수 없다.

4년마다 교체되는 이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의 대 혈전이 시작됐다.

지난 총선 당시 5% 내에서 당락이 갈린 지역구 승부처는 약 40여 곳. 전체 의석(253)의 15%가량이다. 적지 않은 박빙 지역은 직전 선거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여야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 정도다.

수성(守成)이냐, 탈환(奪還)이냐. 지난 총선 ‘석패자’들을 만나본다.

김현정 위원장이 지역구 길 위에서 주민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평택을 지역위원회]
김현정 위원장이 지역구 길 위에서 주민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평택을 지역위원회]

“어르신들, ‘테레비서 봤다, 당선될 것’ 응원”


[경기 평택을]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로 ‘평택 을’ 지역에 전략공천 됐던 김현정 위원장은 선거운동 전부터 ‘곧 떠날 사람’이라는 네거티브(negative)에 시달렸지만, 낙선 후 지금까지 보란 듯이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애초부터 ‘실패하면 접겠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1.5%(1951표 차)에 불과했던 아쉬운 패배는 20년 노동운동(사무금융노조)으로 잔뼈가 굵은 그를 ‘여의도 승부사’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지난해 7월 평택을위원장으로 재신임 받은 그는 최근 이재명 대표 언론특보에 임명된 이후 지상파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들과 소통하며 대표와 당을 최전선에서 엄호하고 있다. 정치 입문 3년만에 ‘최전성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낙하산(전략공천) 타고 처음 평택에 내려왔을 때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노동운동가를 두 팔 벌려 반겨줄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지역민들의 거부감은 예상보다 강했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우며 출마를 준비해오던 지역 예비후보들과의 ‘화학적 결합’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끝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한 후보는 3500여표를 가져가며 허를 찔렀다.

평택이 원래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긴 했지만, 선거 막판까지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당선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우세를 보였기 때문에 몇몇 지점에 대한 아쉬움은 그래서 더 컸다.

“처음엔 ‘이방인’ 대하듯 하셨던 지역 어르신들도 이젠 ‘테레비에서 봤다. 이번엔 꼭 당선될 것’이라며 손을 잡아주신다”고 밝히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만났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팽성 주민들, 군(軍) 소음 고통 호소”


민주당 전국원외위원장협의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총선 TV토론 때 ‘실천한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조목조목 지적한바 있는데, 지금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유의동 현 평택을 국회의원을 조심스레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평택에 농사짓는 분들이 2만명가량 되는데, 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기명 표결 때 반대표를 던진 분”이라며 “‘당론’이나 대통령실 눈치를 봐야하니 이해는 되지만, 지역민들을 생각했다면 소신투표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유 의원 연고가 팽성읍인 점을 의식한 듯, “평택이 급성장했지만, 오히려 팽성은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군 소음 등으로 고통이 더해졌다”며 “성장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총선 당시, 팽성읍 유권자들은 ‘고향사람’인 유 후보에게 압도적 표를 몰아주며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 후보는 이곳에서 유 후보에게 무려 22.81% 뒤지며 2707표 차이로 패했다.

“지난 총선 이후 대통령선거, 경기지사·평택시장 등 큰 선거가 연이어 있었는데 평택에선 민주당이 전부 이겼다. 최근 젊은층 유입이 늘면서 진보세도 확장되는 추세”라며 “고무적”이라 언급하는 그에게 ‘팽성 지역 현안’부터 물었다.

“팽성이 읍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농촌이다. 여기에 주한미군기지가 들어오면서 많은 분들이 삶의 터전을, 고향을 잃는 아픔들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인구도 계속 줄고. 평택이 노무현 정부 당시 특별법(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지원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급성장한 도시인데, 정작 ‘원주민’들은 그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불만들이 상당하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1. 11. [사진제공=뉴시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1. 11. [사진제공=뉴시스]

“평택 당면 현안은 ‘균형 성장’”


-적지 않은 사람들은 평택을 ‘미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평택이 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평택지원특별법’으로 번영했는데, 그래도 이 일몰법(sunset law)이 있었기 때문에 이만큼 성장하고 여전히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이 법 때문에 여긴 수도권 개발을 규제하는 ‘공장총량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공장총량제(공장건축 총허용량)는 제조업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3년 단위로 수도권에 허용되는 공장건축 총면적을 설정해 그 범위내로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1994년부터 시행 중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면적을 추산해 시·도별로 총량을 설정, 고시한다.

“고덕에 있는 삼성전자만 해도 100만평이 넘는데, 이게 다 특별법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거기에 2조원 가까운 예산까지 지원되면서 대기업 공장들이 대거 유입돼 지역 인구는 물론 일자리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런 만큼 현안도 다양해졌을 것 같다.

“평택은 원래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평택시, 송탄시, 평택군이 통합된 도농복합도시다. 크게 서부, 북부, 남부 등 세 권역으로 나뉜다. 삼성전자가 있는 북부 쪽은 고덕신도시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 발전하고 있다. 반면 평택항이 있는 서부 쪽이나 남부의 팽성 같은 지역은 균형발전·균형성장 측면에서 소외되고 있다. 때문에 평택 지역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균형 성장이다.”

-‘평택항 개발’은 지역 발전으로 봐야하지 않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여긴 해군기지를 비롯한 LNG, 가스공사, 서부발전 같은 기간산업시설들이 많은데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게 지역민들 주장이다. 사실 이쪽 해변은 예전에 국내 최고 관광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수변 공간조차 사라져 해안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 이런 피해를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거다. 주민들은 일정 정도의 친수공간, 수변공간을 요구한다.”

-또 다른 지역 현안은 뭐가 있나.

“아산방조제 쪽에 70만평이 넘는 경기경제자유구역(현덕지구)이 있는데, 여기가 10년 전부터 개발이 올 스톱됐다. 현덕지구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 직후 민·관 공동개발 1호 지역이었는데, 시행하는 쪽에서 투자금 유치 등이 제대로 안 돼 무산됐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여 거래도 못하고 있어서 이것도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

-개발이 재개되면 뭐가 달라지나.

“북부 지역에 있는 칠괴산업단지 인근 쌍용자동차 공장을 현덕지구로 옮기는 걸 지금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기존 쌍용차 부지를 주거지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땅을 비싸게 팔 수 있다. 그러면 쌍용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면서 자금 확보까지 가능해 윈윈(win-win)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 산업단지 구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 산업단지 구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뭔가 이상해”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를 촉구했다. 여긴 관외지역인데, 시의원들과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거기가 상수원보호구역이다. 평택시민들의 젖줄이기도 하다. 즉, 산업단지로 지정하면 안 되는 곳이란 얘기다. 이걸 지적한 거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지정해놓고 평택에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라 요구한다. 특히, 국가 산업단지는 전부 공모과정을 통해 신청 받아 지정하는데, 용인은 이런 절차를 전부 생략했다. 삼성전자가 정부에 신청하는 방식으로 지정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년간 300조원을 투입,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5일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반도체 국가산단 용인 선정과 관련해서 ‘수도권 몰아주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반도체는 글로벌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예외적으로 발표하게 됐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가.

“용인 남사지역은 반도체 공장부지로 부적합하다. 왜냐하면,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물과 전기가 필요한데 인근엔 물이 없다. 양평 아니면 (강원도) 화천에서 끌어오겠다고 하는데, 양평 역시 상수원보호구역이고 화천은 40km가 넘는다. 전기도 마찬가지고. 특히, 공모과정을 거치면 용인시와 경기도를 경유해 국토부로 올라가야하는데 경기도가 민주당 지사여서 허용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추진한 거란 의심이 든다.”

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엔 반도체 생산라인 세 개(P1~P3)가 가동 중이다. 4라인은 올 10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고,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착공시기가 검토되고 있는 5~6라인이 완공되면 200조원이 투입되는 총 면적 289만㎡의 세계 최대 규모 시설이 된다. 여기엔 카이스트와 반도체 관련 R&D 등 인재양성을 위한 시스템까지 구축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평택과 인접한 용인에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 신설한다는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제공=뉴시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제공=뉴시스]

“유의동 의원, ‘용인반도체’ 관련 입장 밝혀야”


-최근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는데.

“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6만명가량 되는데, 인근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 공실률이 50%에 달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공장 추가 건설 공기도 일부러 늦추고 있다. 재고도 쌓이고. 이런 상황인데, 옆 동네에 300조짜리 반도체 단지를 신설하겠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나.”

-평택 주민들 입장은 어떤가.

“이게 주민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안 그래도 인근 지자체들이 개발 욕구 때문에 평택에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 중인데, 용인에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거기서 나오는 반도체 방류수는 전부 평택호로 흘러 들어온다. 평택호가 담수호인데, 지금도 수질 문제가 심각하다. 농업용수로도 못 쓸 정도다. 평택호 수질개선이 먼저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거다.”

-유의동 의원이 반도체 관련 위원장 아닌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위원장이다. 경기도당위원장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우리 지역 집권당 현역 의원에 도당위원장, 반도체 위원장까지 맡고 있으니 이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도 아무 얘기 하지 않고 있다.”

유의동 의원은 지난 2월 22일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첨단전략산업특위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지원 육성 방안 논의를 위해 지난해 11월 여야 합의에 따라 설치됐다. 유 의원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에 설치됐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바 있다.

-총선 얘길 좀 해보자. 지난번에 1.5%차이로 졌는데, 패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 총선 때 평택을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됐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결과는 1951표 차이로 패했다.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총선 한 달 전에 확정된 선거구획정으로 비전1동이 ‘게리멘더링(평택갑 지역으로 편입)’ 된 것도 뼈아픈 패인이라 생각한다.”

지난 2020년 3월 7일 새벽, 국회는 21대 총선을 39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 재획정안을 가결시켰다. 중앙선관위는 당시, 평택시 을선거구 지역이었던 비전1동을 평택 갑선거구로 넘기는 독자 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통해 2019년 1월말 기준 인구수를 갑선거구 24만 8207명, 을선거구 24만 8117명으로 맞췄다.

그러나 이는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선거 과정에서 당시 김영광(신한국당)·허남훈(자유민주연합) 후보 주도로 만들어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보다 더 악화된 ‘제2의 게리맨더링 사태’로 평가되며 평택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총선 평택갑에 포함된 비전1동 투표 결과는 홍기원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공재광 후보에 3199표 앞섰다.

김현정 위원장이 21대 총선에 출마 당시 평택을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김현정 위원장이 21대 총선에 출마 당시 평택을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유 의원, ‘양곡관리법’ 소신투표 했어야”


-유의동 의원의 21대 국회 3년 의정활동은 어떻게 보나.

“단적인 예를 들면, 평택에 농사짓는 분들이 2만여 명가량 되는데 유 의원은 지난번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기명 표결 때 반대표를 던진 분이다. 국민의힘 당론이나 대통령실 눈치를 봐야하니까 이해는 되지만, 지역민들 생각하면 사실 소신투표를 했어야 했다. 물론, 결과는 거부권에 막혔지만 이것만 봐도 그분이 지역을 위해 뭘 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낙선 후에도 ‘김현정은 평택을 떠날 사람’이란 얘기가 꽤 돌았다.

“총선 끝나고도 한참동안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소위 ‘낙하산’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받아들이기 힘든 정서가 있었던 것 같다. 낙선 후 3년 동안 진정성을 갖고 활동하니까 지금은 모두 친근하게 대해주신다. 하하.”

-윤석열 정부 1년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 마디로 ‘시행착오 정부’다. 집권 1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시행착오만 계속 반복하고 있다. 3대 개혁 얘길 하는데, 연금·교육 개혁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킬러 문항 사태를 보면 알겠지만, 그냥 시늉만 한다.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노동개혁은 노동이 주체가 되는 노동자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노동자 단체를 오히려 악마화 하면서 ‘때려잡기’나 하고 있다. 이건 본질적으로 노동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거다.”

-언급한 ‘킬러 문항 사태’는 어떻게 보나.

“교육개혁의 근본 문제는 고교, 대학 서열화다. 이걸 해소하지 않고 어떻게 교육개혁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시험이라는 게 어차피 등수 매기려고 하는 건데, 당연히 변별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엉뚱한 걸 건드려서 카르텔로 몰아 ‘586’에 민주당까지 엮으려한다. 이 정부는 참 쉽다. 그냥 사고 쳐놓고 비판하면 괴담이라 하고 가짜뉴스, 선동이라고만 하면 되니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그렇고 양평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3년간 파악한 지역 현안은 물론, 윤석열 정부 정책 및 여의도 정치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자신의 ‘전문분야’인 노동 문제에 대해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자 애썼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 중단, 불법하도급 근절 및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노조 탄압 중단, 불법하도급 근절 및 건설노동자 생존권 보장,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당선 되면, ‘글로벌기업’ 평택 유치 노력”


-노동운동을 오래 했는데, ‘69시간제’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학교수 10여명으로 구성된 ‘노동시장연구회’라는 데서 5개월간 연구해 발표한 게 있는데, 이게 이른바 ‘선택적 탄력 근로제’인 69시간제다. 그런데, 이분들이 노동계와는 한 번도 안 만나면서 기업 입장만 듣고 연구에 반영했다. 지금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세계적 추세다. 유럽에선 주 4일 근무제까지 나오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걱정하는데,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거다. 그런데, 69시간에 120시간 타령을 하고 있다. 이게 무슨 개혁이냐. 개악이지.”

-화물연대 파업 ‘업무개시명령’ 이슈는 몇 년 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것(화물연대 파업 업무개시명령)도 노동단체를 악마화해 탄압하는 식으로 지지율 재미를 좀 본 건데, 일부의 일탈행위를 일반화하는 게 노동개혁은 아니지 않나. 보수층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를 대하니 노동단체들이 ‘수능 킬러문항이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이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킬러정권’이라고 얘기하는 거다.”

-노동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민주당 입당 직전에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을 그만뒀는데, 노동운동 20년 중 7년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1996년 비씨(BC)카드 입사 후 직장 내 갑질 행태에 대한 ‘법률자문’ 같은 걸 해주면서 노조 사무국장을 맡게 됐는데, 이게 비씨카드 위원장과 전국사무금융위원장까지 이어진 거다. 처음 산별위원장 했을 때가 2014년인가 그랬는데, 최연소 산별위원장이었다.”

-원내 들어가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평택지원특별법을 좀 더 내실 있게 확장시키는 입법도 필요하다 보고. 테슬라 같은 글로벌기업의 평택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해볼 계획이다. 또 재생에너지 특구 지정을 이끌어내서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총선 1년 후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 캠프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총괄지휘 했다. 이듬해 대선 땐 이재명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 부실장과 노동위원장, 경기도 공보단장까지 겸직하며 전국선거를 치렀다. 연이어진 지방선거에선 김동연 경기지사 선임대변인과 정장선 평택시장 총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선을 도왔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49개 서울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현역 의원은 41명에 달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캠프 상황실장을 맡게 되자 “경기도 원외위원장이 왜, 서울시장 선거를 총괄하냐”는 ‘뼈있는 농담’까지 나왔다. 선거 때마다 중용되는 이유에 대해 그는 “20년 노조활동 등으로 몸에 밴 조직관리 능력 같은 걸 높이 평가해준 게 아닌가 싶다”며 멋쩍어했다.

김현정 위원장.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김현정 위원장.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평택을 지역위원회]

“평택 성장 과실, 시민 모두 공유해야”


-내년 총선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당대표 언론특보로 활동하다보니, 요즘 방송 출연을 많이 하게 된다. 당이나 대표 입장 등에 대한 중앙당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이런 긴밀한 네트워크 등을 지역과 잘 연결해서 평택 성장과 발전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한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김현정이 최적의 역할을 할 사람이라는 것 등을 유권자들에게, 지역민들께 알리고 호소할 생각이다.”

-지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평택은 어느 곳보다 다양성이 높고 성장 속도가 빠른 도시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 해결과 아울러 성장, 발전 과실을 시민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 문화, 환경, 관광 관련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잘 안다. 다르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원내 진출에 성공하면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김 위원장은 낙선 직후 지역사회갈등 조정을 위한 ‘우분투사회연대연구소’를 설립했다.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코사족(반투족) 방언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고 이웃의 문제를 함께 책임지는 공유정신’을 뜻한다. ‘남아공의 국부’로 칭송받는 넬슨 만델라와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언급하면서 국제적으로 확산됐다.

그는 산별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사무금융우분투재단’도 직접 만들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간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해 수백 개 금융기업 대표와 노조위원장을 일일이 찾아가 취지를 설명하며 참여를 설득했다. 수차례 국회 토론회까지 개최하며 1년간 발품을 판 끝에 80억원을 모아 재단을 출범시켰다.

이런 노력은 ‘민주노총 산별위원장 출신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사회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심으로 이어지며 조명을 받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우분투 정신’을 언급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곧 김 위원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시민단체를 만들어 우분투 정신을 확산시키고자 했는데, 정치권에 가면 더 빠르고 넓게 전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그런 생각으로 영입제안에 응한 것”이라고 밝힌다. 현재 우분투재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을 지낸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가 이사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전태일 재단’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우분투재단·우분투사회연대연구소 정신이 사랑·나눔·상생·공존·연대를 의미하는 ‘전태일 정신’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전태일 열사는 자신의 차비를 아껴 끼니를 걱정하는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인간미 넘치는 노동자였다”며 “투쟁, 집회, 저항, 분신 같은 단어들로 덧씌워진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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