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지 않은 우리에서 빠져나가
수색 중 목장 근처 풀숲서 발견
“야생동물 거처 불확실의 문제”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풀숲 사이에 있다. [사진제공=경북소방본부]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가 풀숲 사이에 있다. [사진제공=경북소방본부]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경북 고령군 한 민간 목장에서 키우던 사자가 탈출 1시간여만에 관계 당국에 사살됐다. 

경북소방본부와 고령경찰서 등 발표를 종합하면 14일 오전 7시 24분께 덕곡면 옥계리 한 민간 목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자는 전날 목장 관리인이 사료를 준 후 점검하지 않은 우리 뒤편 문을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탈출 사실은 이날 오전 목장 관계자들에 의해 인지됐다. 우리 주변을 촬영한 CCTV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사자의 이름은 ‘사순이’로 목장에서 새끼 때부터 20년 가량을 살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에 따라 경찰 127명, 소방관 26명, 환경청 관계자와 고령군 유해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엽우회) 소속 엽사 등이 포획에 투입됐다.

지역별 발송된 재난안전문자 내역 [사진제공=뉴시스]
지역별 발송된 재난안전문자 내역 [사진제공=뉴시스]

환경청 등록 개체, 열린 문으로 나갔다가 사살

암사자는 신고 접수 후 1시간여만인 오전 8시 34분께 목장 인근 20~30m 지점 풀숲에 앉아있는 채로 발견돼 사살됐다.

엽우회 측은 암사자가 맹수이고 민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마취총을 맞더라도 마취에 시간이 걸리니 사살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당시 고령군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주민에게 사자 탈출 사실을 알리고 사자를 발견하면 119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근 700m 부근에 캠핑장이 있었으나 재난문자를 확인한 캠핑장주가 소식을 빠르게 알리면서 캠핑객들은 인근의 면사무소·카페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살된 개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Panthera Leo)’로 2008년 대구지방환경청(환경청)에 등록·관리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목장은 지난해 2월 군청으로부터 관광농원으로 지정돼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 22일 목장을 인수했다는 A씨는 사자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를 방목하며 키우려고 왔는데 와보니 사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전 주인은 작은 새끼때부터 암수 사자 두 마리를 키웠으나 A씨가 인수하기 전 수사자는 이미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청에 문의해보기도 하고, 동물원에 기부나 대여하길 요청했으나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에 대한 우려로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환경청은 사자의 수입 기록과 사육 시설 적정 여부 등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카라 “동물 고려 없는 사살, 수용할 보호시설 필요”

동물권단체는 이를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합법 사육이라고 정의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기획팀 최인수 활동가는 <투데이신문>에 “현재는 야생생물법 시행령에 의해 국제멸종위기종 중 포유류와 조류의 경우 환경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종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사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사자도 여기에 해당하지만, 이 시행령은 2005년에 제정된 것이고 죽은 사자는 그 이전부터 사육된 개체라 시행령을 소급적용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최 활동가는 “농장주가 양도 의사를 밝히고 환경청·동물원에 사자의 거처에 대해 문의했다는데 개인이 사육하는 야생동물에 대해 실무기관이 당장 해결방법을 도출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부에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야생동물 보호시설은 총 두 곳”이라면서 “두 시설 모두 대부분 라쿤, 미어캣처럼 체험형 실내동물원 폐업 등으로 발생할 중소형 야생동물만을 수용할 확률이 높아 대형 동물은 수용할 곳이 여전히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오는 12월부터 개정되는 동물원수족관법 시행시 갈 곳 없는 야생동물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동물원이 전시·유락시설에서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역할을 전환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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