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국, 지난 24일 킬러규제 혁파방안 발표
외국인근로자 공급 확대·고용허가제 개선 등 포함
양대노총 “땜질 처방…근본적인 원인 파악 우선”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고용당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장별 이주노동자 고용한도를 2배 이상 늘리고 고용허가제를 대폭 개선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가 빈 일자리의 근본적인 원인인 저임금·장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는 ‘땜질 처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는 전날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노동부는 산업현장의 빈일자리 해소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도를 개선한다.

먼저 외국인근로자(E-9)의 공급 확대하기로 했다. 사업장별 이주노동자 고용 한도를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제조업은 9~40명에서 18~80명, 농축산업은 4~25명에서 8명~50명, 서비스업은 2~30명에서 4~75명으로 확대한다. 이주노동자 쿼터(할당량)도 올해 기존 11만명에 1만명을 추가하고, 내년엔 그 이상으로 늘린다.

현행 제조업 E-9 이주노동자 사용에 대한 허용 기준은 ‘상시노동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인데, 이를 개선해 앞으로 비수도권 소재 뿌리산업 중견기업(300인 이상)도 고용 가능하도록 한다. 

만성적 인력난을 겪는 서비스업종에도 고용허가제가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이달부터 택배업 및 공항 지상조업의 상·하차 직종에 외국인력 고용을 허용한다. 그 외 호텔·콘도업(청소)과 음식점업(주방 보조)은 실태조사를 거쳐 허용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노동부는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출국-재입국 과정 없이 근무하는 장기근속 특례를 신설하고 입국 전·후 재직 단계별로 해당 직무훈련 등을 지원한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구조적 환경변화와 급속한 기술발전에 뒤처져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야 노동시장에 활기가 돈다”며 “특히 고용허가제도가 20년이 된 만큼 과거와 달리 변화된 우리 현장 상황을 담아낼 수 있도록 근본적 개편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근시안적인 해결책 제시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해당 방안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오랜 숙원을 해결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발표의 기저에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규제 개선에 대한 노동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기업의 규제 철폐요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구와 인력난의 해결을 위해서는 출산, 보육, 교육, 사회 보장, 노동권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사회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오로지 현상만 바라보고 근시안적인 해결책 제시에 급급한데, 이런 땜질실 정책은 궁극적으로 실패에 도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말하기 전에 정부가 ILO 협약 29호(강제노동금지)를 위반하고 있어 고용허가제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노동당국의 방안에 대해 “안전과 인권 모두 내팽개친 노동기본권 킬러 방안”이라고 규정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발표안은 지극히 사용자 편향적이며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는 반인권적 방안으로, 다시 한번 노동부가 재계 소원수리부로 전락했음을 입증했다”며 “산업현장에 빈 일자리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임금, 형편없는 노동환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허가제는 기존 사업장 변경 제한에 더해 권역별 지역 이동까지 제한한 이중삼중의 노동기본권 후퇴”라며 “정부가 비준한 ILO 29호 강제노동금지 협약 위반과 반헌법 반인권 정책이다. 고용허가제 개선은커녕 고용족쇄강화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들은 이번 정부의 방안이 궁극적으로 일자리 질 하락은 물론 국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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