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궁리하는 일과 혼자 있을 때 삼가는 일에 능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우선 청소와 응대로 마음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지극히 거칠고 작은 일을 배우는 것이지만, 지극히 정밀하고 큰 이치는 그 안에 깃들어 있다.” 빨래는 직접 하도록 한다얼마 전 무척 재미있는 기사를 봤다. 독일의 명문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유스 아카데미 ‘바이에른 캠퍼스’이야기였다. 팀 관계자의 말이 참 인상 깊었다.“바이에른 캠퍼스에 사는 선수들은 어떤 비용도 내지 않는다. 우리는 선수들에 대한 모든 비용을 투자라고
“초보를 가르칠 때에는 추측으로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한 가지 일을 겪어서 요점을 터득하면 두어 가지를 미루어 보는 것이 천백 가지에 이르게 된다.”최한기의 멋진 말나는 한자나 한문을 강의하는 선생으로서 늘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내용을 잘 받아들이고,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내용을 받아들인 다음엔 기억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수업할 내용을 공부해 놓는 것도 쉽지 않지만, 사실 이런 걸 생각하는 게
“나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다. 크고 무성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열매 맺는 것을 억제하거나 손상하지 않을 뿐이다. 빨리 열매를 맺게 하고 많이 열리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너를 믿어봐. 잘 될 거니까.”잊을 수 없는 학생이 있다. 신입생일 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복학을 해서 내 강의를 수강했다. 남자이고, 졸업반이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강의를 마치고 나한테 와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언제 어느 날에 면접을 가야 하는데
“사람이 공부에 얼마큼 힘쓰느냐가 중요할 뿐, 일찍 시작하느냐 늦게 시작하느냐는 논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점 아줌마해마다 2월이 되면 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린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땐 학생들이 줄지어 서서 교장의 훈화를 듣고, 우등상이나 개근상을 받으며, 송사와 답사를 한 뒤 교가나 졸업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졸업식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요즘엔 행사 중간에 졸업생들이 만든 영상이나 선생님들의 인사가 담긴 영상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확실히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분위기도 예전에
“옛날에는 서로 자식을 바꿔서 가르쳤네. 부자간에는 선(善)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법이니, 선하라고 요구하면 정이 떨어지게 되지.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없네.”충돌아이 키우면서 한 번 쯤 겪어 봤을 법한 일일 것이라 짐작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충돌 없이 세상을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게 어디 사람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아이들 공부, 성적을 두고 아내와 싸운 적이 있다. 아내는 가끔 아이들이 숙제하는 것을 돕는다. 문제집 채점을 하면서 가르쳐주기도 한다. 어느
“총명한 사람이 조금만 읽어서 잘 외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지만, 둔한 사람에게 많은 분량을 익히도록 하는 것은 마치 약한 말에 무거운 짐을 실은 것과 같으니 어찌 멀리 갈 이치가 있겠는가?” 마음 아팠던 기억지금은 스물한 살인 가진이가 네 살 되던 해에 나는 가진이한테 『사자소학』을 가르쳤다. 아내가 가르쳐보라고 권유를 했고, 가진이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가르쳐보니 얘가 차분하게 잘 앉아 있고,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온다. 신이 나서 한 시간 가량 가르쳤다. 끝내기 전에 배운 걸 다시 읽어보라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 지금껏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박근혜 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씨는 사죄는 고사하고, 자신은 억울하다고 항변을 하며 ‘성실히 검찰조사에 응하겠다’던 약속까지 뒤집고는 청와대에서 칩거하고 있다. 억울하다면 칩거를 하거나, 일방적으로 같은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조사를 받고 재판을 거쳐 당당히 자신의 결백을 인정받으면 될 일이다. 박근혜 씨는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에 있기는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피의자’ 다.박근혜 씨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 중국 역사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진시황(秦始皇) 석 자는 안다. 전국을 통일한 공은 있으나, 지식인들의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농업서와 점술서를 제외한 책을 불사르도록 한 ‘분서(焚書)’사건과 유학자들을 생매장 해버린 ‘갱유(坑儒)’ 사건은 진시황을 상징하는 단어로 역사에 전해지고 있다. 그 뿐인가. 만리장성 공사에 수많은 백성을 동원해서는 짐승처럼 부려먹었던 일 역시 폭군 진시황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결국 살인적인 노동착취를 이겨내지 못한 진승과 오광을 비롯한 백성들이 반란을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조선 인조(仁祖)때 사람 심기원(沈器遠, ?-1644)은 좌의정으로 있으면서 남한산성 수어사 벼슬까지 하고 있었다. 큰 힘을 지니게 된 심기원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반란을 꾀하다가 사전에 발각됐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당연히 사형을 당해야 했다. 당시 심기원의 라이벌은 영의정 김자점(金自點, 1588-1651) 이었다. 김자점이 인조에게 말했다.“이 역적은 기존의 법으로 단죄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팔 다리를 자른 뒤에 죽여서 반역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이십시오.”어차피 그냥 둬도 죽을 사람인데 김자점은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전하의 국사(國事)는 이미 잘못되었고, 나라의 근본은 이미 망하여 하늘의 마음과 인심(人心)도 이미 떠났습니다. 이는 마치 백년 된 큰 나무에 벌레가 속을 갉아먹어 진액이 다 말랐는데 회오리바람과 사나운 비가 언제 닥쳐올지를 전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조정에 있는 사람 중에 충직하고 의로운 선비와 근면한 신하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형세가 이미 극에 달하여 그들의 힘이 미칠 수 없으므로 사방을 돌아보아도 손을 쓸 곳이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낮은 벼슬아치들은 아래에서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 “나는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는데 그것이 내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이것을 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라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차피 한국사는 ‘시험용’이므로 차라리 한 종의 교과서로 배우는 게 나을 수도 있고, 한 종이든 여러 종이든 살아가면서 그 교과서의 내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한테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나 ‘국정화가 되었을 때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우려’에 대해 말해 봐야 아무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재욱아, 오랜만이다.”“어, 잘 있었냐?”“그럭저럭 먹고 산다.”“장사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잘 돼?”“장사는 접었고, 경기도에서 마을버스 운전하고 있다.”“휴우, 장사 접은 거 보니 잘 안 됐나 보네. 운전 힘들지 않아?”“운전이야 하면 되는 거지. 그거보다 다른 거 때문에 힘들다.”“다른 거?”“너 버스기사들이 난폭운전하고, 신호 안 지키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뭘 어떻게 생각해. 그 양반들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겠지만, 좋게 보이진 않지.”“그거 어쩔 수 없어서 그래. 한 코스 한 바퀴 도는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담임선생님이 종례를 하러 들어오셨다. 집에 가는 시간이니 떠들썩한 분위기에 선생님 표정도 무척 밝았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교탁 앞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책상에 낙서를 한 걸 보신 거였다. 선생님은 부드럽게 타이른다.“야, 책상에 왜 낙서를 하고 그래. 어서 지워라.”“네. 헤헤.”“그런데 뭐라고 써 놨냐? 한 번 보자.”“…….”“어? 고바야시? 고바야시가 뭐냐?”고바야시는 아마 당시에 이름 난 일본배우였는가 보다. 친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중국고전에 정통하거나, 여전히 유가(儒家)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를 읽어서는 안 될 책이라고 하면서 비난하는 이들이 무척 많다. 이들과 같은 학자에게 영향을 받은 일반인들도 비난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한다. 그 안에 살육과 권모술수가 난무하여 사람의 정서를 해친다고 말하며, 소설 속 이야기를 진실로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삼고초려? 그거 거짓말이야. 너희들 그게 사실인 줄 알았지? 그거 다 소설이야.”소설 삼국지와 정사 삼국지의 차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삼고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얼마 전 신경숙의 소설 『전설』 중 일부의 내용에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흔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문학전공자들과 대중들은 문제가 되는 구절을 대조하고는 신씨가 표절을 했다는 데 대부분 의견일치를 보았다. 유명작가들은 기고 글이나 SNS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신씨가 표절을 저지른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부끄러워하고 참담해 하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표절 당사자로 지목된 신씨는 이렇게 말했다.“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5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동 주민들은 ‘새로 오는 집에서 반상회를 하는 게 전통이다’고 해서 우리 집에서 반상회를 하게 됐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할머니가 반장한테 한 마디 하신다.“이번에 새로 온 경비 바꿔야겠어. 인사도 안 하고, 담배도 피우더라고.”“좋은 분인 거 같던데요. 그런 걸로 어떻게 경비를 교체를 하겠어요.”“안 돼. 그 새끼 잘라야 돼.”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나서지 못했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어 급하게 나설 수 없었고, ‘설마 한 사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나는 인문학계열인 국문학(한국 한시 전공)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이렇다보니 몇 군데에서 ‘인문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맹자』, 『한비자』와 같은 중국 사상서의 내용을 강의했고, 우리나라 선비들의 좋은 말을 모아서 책을 내거나 강연을 하기도 했으며, 전공인 한시를 가르쳐 보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일부 유명교수들이나 하던 것을 나도 하게 된 것이다. 이게 다 근년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 덕분이다. 인문학 전공자로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돈이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자리 잡아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교육부에서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시행될 경우 박정희가 1970년 ‘강제로’ 한글전용정책을 시행한 이래 45년 동안 유지되었던 틀이 깨지게 된다. 그러나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대번에 반대를 하고 나섰고, 한자(한문)교육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거나, 한자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나는 대학에서 ‘생활한자’와 ‘교양한문’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우선 나는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에 ‘반대’한다. 교육부에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상당수의 기독교 신자들이 ‘동성애는 죄악이다’고 하며 목소리를 높이거나, 심지어 그걸 ‘반대’하는 집회를 한다. 예수 믿는 분들 아니라도 ‘반대’를 하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그걸 ‘반대’하는 걸 자랑스레 표현하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 동생애자들이 ‘커밍아웃’ 하듯, 그 사람들도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사회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있지 않은가.그러나 그것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기 어렵고, 반대하는 행위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일련의 표현과 행동이 ‘인권’을 침해하는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버스를 타면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동경희대병원’ 으로 15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곳에 산다. 그 뿐인가, 우리 아파트엔 35번 환자가 갔다는 개포동 주공아파트 재개발 총회에 다녀온 사람들도 꽤 많은 줄로 알고 있다. 다행히 감염자가 나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자가 격리’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걸 하면서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자가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가 방역이라고 해 봤자 별 게 없다.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