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하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행기준 부담금 부과대상 단지 중 40%가 면제돼 애써 만든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재건축이익환수법은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이후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동안 시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건축이익환수법은 지난 2018년부터 다시 시행됐으며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 합헌 결정을 내리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해당법은 재건축사업에서 발생되는 초과이익을 환수(재건축부담금 징수)해 주택가격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징수된 재건축부담금의 절반은 국가에 귀속되며 나머지 절반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다시 해당 제도를 도마 위에 올렸다. 과도한 부담금으로 재건축이 지연 및 보류돼 양질의 주택 공급이 위축된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모습이다. 결국, 여야 합의로 재건축부담금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을 보면 부담금이 면제되는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 금액은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또, 부과구간 단위 금액은 2000만원 단위에서 5000만원 단위로 조정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평균이익이 1억1000만원을 초과하면 50%를 부담금으로 부과했으나 개정안은 평균이익이 2억8000만원을 초과해야 50%를 부담금으로 부과하게 됐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부담금 부과대상인 111개 단지 중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44개 단지가 면제대상이 된다. 평균 부담금 부과금액도 1인당 8800만원에서 1인당 4800만원으로 크게 감소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이익환수제 폐지까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부담금이 감면되더라도 이번 조정만으로 재건축사업이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라며 “제도 도입 때와 비교해 여건이 달라졌다. 제도 폐지까지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로 주택 250만호 이상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을 확충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나 경기 침체로 민간공급은 더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각종 부동산규제를 완화하며 주택 공급량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또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이 추진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주택 공급량을 확충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에 따른 초과이익에 넉넉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지는 석연치 않다. 막대한 개발이익이 공공이 아닌 민간에 돌아가며 국민적 공분을 샀던 대장동 개발사업의 여진도 아직 남아있지 않은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재건축사업의 개발이익은 아파트 소유자들의 노력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용적률 상향 등의 도시계획 변경이나 주변 도시 정비, 공공시설 설치 등 사회적 여건이나 환경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불로소득”이라며 “공공이 환수해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 대해 “개발이익 환수 무력화”, “부동산 부자만을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1일 논평에서 “국회는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엄청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데도 이를 환수하지 않아 투기로 몸살을 앓았고 그 처방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되면)재건축아파트 집값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며 “분양가 상승과 주변 집값 상승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은 부동산 자산에 따른 부의 불평등이라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부의 불평등은 더욱 확대됐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2030세대에게 불리한 경제적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극도의 저출산이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라는 고삐마저 풀린다면 부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젊은 세대가 겪는 좌절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오히려 현재는 정부가 불로소득을 적극 환수해 이른바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로 내몰린 주거취약층을 지원하는 예산을 더 확대해야할 시기다.

환수한 재건축부담금의 국가 귀속분은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사용되는 핵심 재원 중 하나다. 지자체에 귀속된 재건축부담금도 주거환경정비나 도시재생 등 각종 주거정책 예산으로 투입된다. 환수하는 재건축부담금이 줄어들면 이들 사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초과이익이란 정상적인 지가 상승분 등을 감안해도 초과된 이익을 뜻한다. 그런데 환수할 기준을 지나치게 올리면 초과이익 환수란 제도 자체가 형해화된다”라며 “효율적인 재건축이라면 초과이익을 환수해도 충분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과이익에 대한 부담금이 문제라면 재건축사업에 용적률 상향 등의 수혜를 기대하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순탄하게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었으나 여야 정쟁이 확산되며 연내 통과를 장담만은 할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여러 민생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지라 정쟁이 더 지속되길 바랄 수는 없다. 여야가 이제라도 정녕 민생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 볼 밖에.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