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작뮤지컬로 돌아온 권홍석·이지명 배우

다양한 장르 춤으로 방황하는 주인공 내면의 목소리 표현
우정과 사랑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 담은 휴먼 드라마
한뜻으로 즐겁게 작업 임해 창작의 재미 물씬 느낀 작품
눈과 귀가 즐거운 따뜻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기억되길

뮤지컬 ‘발레소년’ 권홍석 배우(왼쪽)와 이지명 배우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뮤지컬 ‘발레소년’ 권홍석 배우(왼쪽)와 이지명 배우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투데이신문 강서희 기자】 청년과 소년 사이에 있는 청소년. 가장 꿈 많고 고민 많던 시절이 아닐까. 누구나 청소년기를 보내며 어른이 될 준비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 좋은 어른들을 만나 성숙하게 되고,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깊은 유대관계를 쌓기도 한다. 

그 시절 찬란했고, 뜨거웠고, 몽글몽글했던 감정을 담은 창작 뮤지컬 <발레소년>이 관객들을 만난다.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주인공 경찬의 성장통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웃음과 눈물이 나오는 공연이다.

사회적 기업 브로슨 컴퍼니에서 만든 <발레소년>에서는 뮤지컬 <킹키부츠>, <셜록홈즈 – 앤더슨가의 비밀>와 연극 <인계점>, <골든타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권홍석 배우가 출연한다. 가부장적이지만 누구보다 아들을 아끼는 주인공 박경찬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유창성 장애가 있어 자기표현에 서툴지만 춤을 사랑하는 고교생 ‘박경찬’ 역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였던 이지명 배우가 연기한다. 남들을 제치고 최고보다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춤과 노래로 인상 깊게 표현한다.

두 배우는 “우리 모두 겪었고, 겪을 이야기이자 한 인물을 통해 울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본보는 권홍석 배우와 이지명 배우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레소년>의 준비 과정부터 작품 속 메시지와 차별점, 배우로서의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뮤지컬 ‘발레소년’ 권홍석 배우(왼쪽)와 이지명 배우&nbsp;[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뮤지컬 ‘발레소년’ 권홍석 배우(왼쪽)와 이지명 배우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소통에 관한 이야기, 한 소년을 통해 풀어내

- 뮤지컬 <발레소년>이라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는데. 작품에 대한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권홍석(이하 권) : 춤을 사랑하지만 소심하고 유창성 장애라는 언어적 콤플렉스를 가진 경찬이라는 소년이 발레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뒤 친구들의 우정과 좋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입니다.

이지명(이하 이) : 한 소년이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불편함, 다른 표현으로는 특별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언어 장애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을 말보다 몸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 두 분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권 : 학교를 졸업하고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오른 첫 작품이 뮤지컬 <코러스 라인>인데 이 작품도 역동적인 춤과 노래, 드라마가 비슷한 비중으로 녹아있어 그때의 뜨거운 열정을 상기시키게 해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 : 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점점 스마트폰 속에 갇히게 되면서 가벼워지는 지식과 정보, 관계 때문에 소통이 어렵고 단절되는 세상이 돼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발레소년>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한 소년을 통해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어적으로 특별함을 가진 주인공이 몸과 춤으로 소통하는 모습과, 그 과정 속에서 성장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 발레부터 힙합, 비보잉 등 다양한 춤이 등장해 다른 뮤지컬 공연에 비해 배우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권 : 춤은 장르별로 움직임의 느낌, 비트, 중심의 위치 등 같은 듯 다른 면이 많습니다. 배우들도 각자 특화된 장르들이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 저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배우들, 특히 앙상블 배우들이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춤을 준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더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 스태프부터 배우들끼리의 호흡은 어땠는지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 : 지금까지 창작극을 하면서 이렇게 의견 충돌 없이 한뜻으로 편한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호흡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테프 중 발레 전공자들이 많아서 발레가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은 어디를 가도 발레를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이 있어 좋았습니다. 그런 만큼 대충 넘어가거나 숨을 데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웃음)

이 : 저는 창작극을 매우 좋아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면서 발생하는 부딪힘을 즐기기에 그럴 때마다 발생하는 일들을 서로 맞춰가는 게 행복했어요.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극 중 ‘이소리’라는 인물이 대본을 읽었을 때와 첫리딩 때에는 서울 여성 느낌이었다가 연출님이 ‘이소리’역을 맡은 한수민 배우가 부산 사람인 것을 알고 부산 사투리를 부탁했어요. 그렇게 부산 사투리로 대사를 하니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더군요. 보는 순간이 이게 바라 창작의 재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1월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두 차례 열었는데. 당시 반응이 어땠나.

권 : 워낙 강도 높은 공연에다가 조금만 기대에 못 미쳐도 관객들 집중도가 흐트러지기 쉬워 걱정이 많았는데 관객들 모두 너무나 잘 즐기고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셔서 배우로서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이 : 쇼케이스 공연이었는데 저라는 사람이 학생 단관을 처음 해 보는 상황이어서 아이들의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많이 긴장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따라가며 몰입해 주고 순수한 응원과 환호를 보내주는 것에 너무나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라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 10대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보니 청소년극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12월에는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도 공연을 진행하는데요. 이 공연을 어떤 분들이 보면 좋을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권 : 청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이지 청소년만을 위한 작품은 아닙니다. 누구나 겪었고, 겪을 것이며, 겪을 이의 곁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 각자 살아가는 세상에 있어서 각자의 다름 혹은 어떤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남들과는 비슷하거나 또 다른 자신의 모습들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발레소년>이라는 공연 안의 또 다른 무대 위에 서 있는 ‘경찬’이라는 인물은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하는 이야기를 다 같이 소통하며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 발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은데, <발레소년>은 어떠한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

권 : 춤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여타의 작품들과는 달리 인물의 성장 스토리를 바탕으로 여러 춤의 장르들이 소재로 인물의 환경을 꾸며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봅니다.

이 :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의 성장을 아름답고 귀엽게 그려내며 다양한 춤 장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발레소년’ 권홍석 배우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뮤지컬 ‘발레소년’ 권홍석 배우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권홍석, 사랑의 디테일 표현에 고민 많아

- 권홍석 배우님은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무대와 매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 작품은 배우님께 어떤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권 :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신선한 만남 같은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가 프로배우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흥분과 설렘을 상기시켜 줬습니다.

- 배우님은 이번 작품에서는 공부 대신 춤을 좋아하는 소심한 아들을 둔 아버지로 등장하는데요. 실제로 아들이 학업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한다고 하면 지지해 주실 수 있나요.

권 : 실제로 내년에 고3이 되는 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기할 때 현실과 자꾸 대비되기도 했습니다. 현실의 저는 아들의 뜻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대립하는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각자의 삶을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들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극 중 아버지처럼 배우님도 연기를 시작하신다고 할 때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있었다면 반대를 무릅쓰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셨는지요.

권 : 당시 시대 분위기가 그랬듯이 예술가가 되겠다, 예술을 전공하겠다는 제 의지에 부모님의 반대는 극심했습니다. 당시에는 부모님께 매우 서운했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다 이해합니다. 그 과정에서 응원해 주는 친구들 덕분에 무사히 학교도 졸업하고 지금까지 배우로서 살고 있습니다.

- 배우님의 소년 시절을 돌이켜본다면.

권 : 호기심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리고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았죠. 사실 용감했다기보다는 걱정이 없었다는 편이 맞겠네요.(웃음)

- <발레소년>는 보는 이들에게 실패할지라도 다시 한번 꿈을 꾸게 합니다.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배우님이 연기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특히 자식 걱정뿐이고 자식을 사랑하지만, 표현 방법이 서툰 경찬 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아버지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연기했고, 무대를 돌아보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권 : 일단은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을 기본으로 두고 고지식한 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하려다 보니 요즘보다는 좀 더 과거형의 아버지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자식과 허물없는 관계의 완국과 경찬 부(父)의 다르지만 다르지만은 않은 사랑의 디테일은 아직 좀 더 고민할 문제입니다.

뮤지컬 ‘발레소년’ 이지명 배우&nbsp;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뮤지컬 ‘발레소년’ 이지명 배우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이지명, ‘빌리’라는 꼬리표를 넘어서게 해 준 작품

- 힙합 댄스부터 발레까지 이지명 배우님의 타고난 춤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무대는 어떻다고 자평하나요.

이 : 춤에 있어서는 한 번도 자만해 본 적이 없기에 결국의 제가 얼마나 즐기고 그 무대에 살아있느냐가 중요할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춤췄지만, 항상 무대 위에서 춤춘다는 것은 항상 떨리는 작업입니다.

- 연기와 노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춤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공연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이 : 열세 살 때 출연한 <빌리 엘리어트>라는 작품 이후로 제가 스스로 이끌어가는 무대는 없었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인 거 같아요. 반대로 나라는 사람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제 안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아역 때는 정해진 것 안에서 답을 찾았다면 성인이 된 지금은 다른 스태프분들과 배우들끼리 함께 방향을 찾아나가며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은 제게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 일찌감치 <빌리 엘리어트>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는데요. 이번 작품은 배우님께 어떠한 의미가 있는 작품인가요.

이 : 저에게 <빌리 엘리어트>라는 타이틀은 항상 따라다니던 꼬리표와도 같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 꼬리표를 떼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하지만 지금은 저와 함께하며 저를 더 성장하게 만든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발레소년> 또한 인간 이지명이라는 사람에 있어 한 단계 더 좋은 배우, 혹은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발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 이 작품을 선택한 건지.

이 : 사실 <빌리 엘리어트> 때 발레를 즐겼다기보단 살아남기 위해서 했다는 쪽이 더 가까웠던 거 같아요. 발레 자체는 너무 멋지고 아름답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저 자신은 발레를 즐기지 못하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정말 컸던 거 같아요. 그러다 이 작품을 만나게 됐고 그때는 보지 못한 발레에 대한 이름다움을 알게 됐습니다.

뮤지컬 ‘발레소년’ 공연장면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뮤지컬 ‘발레소년’ 공연장면 [사진제공=브로슨컴퍼니]

자신만의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 바라

-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공연이 진행되는데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권 : 공연 시간이 더욱 늘었습니다. 그만큼 내용 면에서 더욱 풍성해지고 객석과 밀도도 커진 만큼 섬세한 감정표현에 좀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이 : 11월의 공연했던 쇼케이스를 바탕으로 더욱더 짜임새 있게 인물들의 스토리와 구성을 채워서 관객들과 함께 더 갈 수 있는 공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권 : 눈과 귀가 즐거운 따뜻한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이 : 꿈을 가지고 산다는 것, 혹은 하고 싶고 열중하고 싶은 것들을 해 나아가 것, 그게 무엇이든 아름답고 멋지다는 자신감을 얻어 자신만의 중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있게 한 작품으로 기억됐음 좋겠습니다. 

- 앞으로 두 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준비하는 작품이나 예정된 것들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권 : 내년에 방송 예정인 드라마를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2년마다 찾아오는 뮤지컬 <킹키부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왕성한 활동을 하는, 보면 기분 좋아지는 배우이고 싶네요.

이 : 무대 중에서 뮤지컬도 너무 좋지만 연극, 카메라 연기 무대에서도 다양하게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어떤 곳이든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어떤 무대에서도 빛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권 : 비록 지금은 짧은 기간 관객분들과 만나지만 좀 더 많은 분들과 오래 만날 수 있는 <발레소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 점점 세상은 여러 가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극장에 찾아와 주시는 귀한 발걸음 잊지 않고 더욱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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