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본 회차의 칼럼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전제할 것이 있다. 종교 안에서 몇몇 행위를 표현할 때 그 종교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사용한다. 천주교에서 종교전문가나 신자가 사망할 때 ‘선종’이라고 표현하고, 불교에서 승려의 사망을 ‘입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자승의 행적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기 위해서 이러한 표현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사망했다. 11월 29일 18시 43분에 경기도 안성시의 칠장사에 있는 요사채에 불을 지르고, 19시 52분경 요사채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12월 3일 오전 10시에 조계사에서 영결식을 치른 후 용주사에서 다비식(시신을 화장하는 불교식 장례 행사)을 거행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하는 등 자승은 조계종과 한국 불교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 승려였다. 또한 사망할 때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글을 남겼고, 조계종에서는 이것을 도가 높은 승려가 죽을 때 남기는 불교식 시(게송)인 ‘열반송’으로 규정했다. 이것은 영결식과 다비식 등 불교식 의례를 설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자승의 죽음과 종단 차원의 장례 의례에 대해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일단 자승이 방화했다는 점이다. 칠장사 요사채에 불을 질렀다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방화죄에 해당하고, 칠장사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찰이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정문화재가 있는 사찰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자승이 요사채에 불을 지른 행위는 매우 큰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조계종 차원의 장례 의례가 가당치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승의 사망을 ‘소신공양’으로 간주하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여론이 많다. 자승의 사망을 ‘소신공양’으로 간주한 것은 조계종 차원에서 자승의 영결식과 다비식을 설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보통의 극단적 선택이었다면 종단 차원의 의례를 베풀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승의 사망이 ‘소신공양’이라는 성스러운 의미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가 조계종 승려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신공양’(6.9%)이라는 응답보다 ‘영웅 만들기 미사여구’(93.1%)라는 부정적인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1) 특히 ‘불살생’이라는 불교의 기본적 교리를 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행위라는 점에 주목하며 조계종이 자승의 죽음을 성스럽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 기사도2)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장 재직시 자승의 행적의 문제, 부정을 저지른 정권과의 밀착 등으로 인해 자승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기사에 강한 공감을 표했다.3)

한국 역사에서 수많은 순교가 있었다. 특히 한국 천주교는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이고, 목숨이 끊어지는 상황에서도 그 신앙을 지켜낸 순교자들이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한국 불교의 경우 이차돈(異次頓)이라는 신라의 순교자가 있다. 이차돈은 불교를 공인하려는 신라 법흥왕(法興王)의 편에서 불교 공인을 위해 노력했고, 신라의 토속종교를 사상적 배경으로 삼던 신라의 다른 귀족들이 반발했다. 그리고 이차돈이 사찰 건립을 위해 신라 왕의 숲을 함부로 해쳤다는 이유로 귀족들이 이차돈의 처벌을 요구했고, 법흥왕은 이차돈을 사형에 처했다.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다 제외하더라고 불교의 공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차돈의 죽음은 분명히 순교고, 불교 입장에서는 성스러운 죽음이다.

세계사에서 가장 유명한 소신공양은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라져서 싸우던 시절, 월남을 천주교 국가로 만들려는 정부의 불교 탄압과 독재정치를 향한 항의의 뜻으로 승려인 틱쾅득이 분신(焚身)한 사건이다. 틱광득의 분신은 종교와 민주주의, 정의를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 이러한 가치를 세상이 인정해 틱광득이 분신한 순간의 사진은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이라는 세계적인 밴드가 데뷔 앨범에서 이 사진을 앨범 아트로 사용할 정도로 성스러운 죽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신공양은 일종의 ‘순교’의 성격과 자신을 희생해 사람을 살리는 활인(活人)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소신공양’은 ‘성스러운 죽음’이다. 그런데 스스로가 죽음을 선택하는 행위가 성스럽기 위해서는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그 죽음의 의미를 강하게 표현해야 하고, 이승에 남은 사람들이 그 죽음을 성스럽다고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자승이 방화를 저지르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남긴 열반송에는 이러한 선택의 명확한 이유가 없다. 열반송이 오묘한 의미를 남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국 자승은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이승에 있는 조계종 측의 ‘소신공양’이라는 평가뿐이다. 그리고 그 평가마저도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자승의 죽음은 안타깝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승과 자승의 죽음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자승의 죽음을 ‘성스러운 죽음’으로 규정하는 것에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1) 김병기, 「자승 스님이 '소신공양'? 스님들에게 물었더니...」, 『오마이뉴스』, 2023년 12월 3일자.

2) 이종범, 「자승이 '소신공양' 했다고? 조계종 정신 차려라」, 『오마이뉴스』, 2023년 12월 1일자.

3) 임병선, 「자승의 죽음을 ‘입적’이니 ‘소신공양’이니 하는 일, 옳은 일일까?」, 『서울신문』, 2023년 12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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