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여당인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시키겠다는 정책을 제시해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9월 10일 국민의힘 소속 김포시을 당협위원장이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 역시 같은당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도 10월 11일 KBS뉴스에 출연해 서울 편입론을 펼쳤다. 그리고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시에 방문해서 교통 대책 간담회를 하는 과정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에 시민 의견이 모인다는 전제 아래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이 사안은 중앙 정치권의 논란으로 확산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11월 2일 ‘수도권 주민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하고 위원장까지 임명했고, 이후 11월 6일 특위 이름을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로 정하고 공식 출범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6·2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앞다투어 경기도 일부 지역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주장했다. 이른바 ‘대수도론’이었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그 시기가 애매하다. 선거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도 아니고,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는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끝없이 추락하는 대통령·국민의힘의 지지율을 만회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현 정부와 국민의힘의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 평가가 맞다면, 현 대통령과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자신의 당선과 지지율 상승에 급급한 저급한 정치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김포의 서울시 편입이 아주 비현실적이진 않다. 우선 경기도가 한강을 따라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는 경기도 북부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재편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 상황에서 김포는 한강을 기준으로 하면 남쪽에 속하지만, 북한과 접해 있고 경기도에서 비교적 북쪽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쪽에 속하는 위치상 애매한 도시다. 그래서 아예 서울로 편입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이 김포의 교통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요 비판 지점은 “김포를 서울로 편입한다고 해서 김포의 교통난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의 교통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고통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울, 경기, 인천이 협의하는데, 환승 시스템과 요금 혜택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종종 마찰이 빚어진다. 그나마 아예 서울에 편입되면 서울이 주도적으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다.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김포골드라인’은 국비가 지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포시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궁여지책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것이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익을 위해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결국 제대로 계획되지 않은 김포의 서울 편입은 정치인과 특정 정당 좋은 일만 시키고 막상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민은 피해만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역사에서 행정구역은 종종 개편됐고, 이것은 시대적 상황과 당시 사람들의 편익을 위한 것이었다.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합병한 이후 나온 행정체제인 9주5소경은 신라 수도인 경주가 한반도 남동쪽에 치우쳐졌기 때문에 넓어진 영토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고, 신라와의 합병에 반대한 백제와 고구려 사람들의 민심을 잠재우는 동시에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나온 수단이었다. 고려 대에 등장했던 5도 양계는 거란, 여진, 왜구 등 이민족으로부터 영토를 보호하고, 흡수된 발해 영토를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행정구역이었고, 이전보다 강화된 중앙집권화가 반영된 결과였다.

도시가 속한 광역자치단체가 변경된 도시도 있었다. 강원도 원주의 경우 인접한 충청북도에 포함되기도 했고, 이와 마찬가지로 충청북도에 속한 제천도 강원도에 포함된 적이 있었다. 생활권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진 결과였다. 과거에 시와 군의 이름이 같거나 비슷하고, 특정 군이 시를 둘러싸고 있는 경우 ‘도농복합도시’라는 이름으로 그 시와 군을 합치는 경우도 있었다. 청주시와 청원군, 춘천시와 춘성군, 원주시와 원성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 역시도 사람들의 생활권, 역사, 지역의 균형 발전 차원, 민원 수렴의 결과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이리시”와 “삼천포”가 통합의 결과 각각 “익산”, “사천”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서울의 범위가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경기도 의회, 서울특별시 의회의 동의가 있으면 김포의 서울편입은 가능해진다. 아니면 국회의 입법을 통해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여당과 대통령의 위기 돌파용으로 제시된 것이라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말대로 “참 나쁜 정치”다.

역사를 거울삼아 지금 한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한다면, 김포가 경기도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기능이 분산돼야 한다.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가 된 상황이고, 집값과 생활비는 매우 비싼 도시다. 이로 인해 서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상당수의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고 있고, 이로 인해 사람들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것은 김포의 서울 편입이 아니라 대통령실과 국회의사당, 대법원, 그리고 서울에 남아있는 모든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다.(물론 대검찰청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미 세종시에 이 기관들이 갈 부지가 확보된 상태 아닌가. 더 확실한 방법은 수도권의 대학교들을 모두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것이지만, 이것은 독재정권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생각해보니 현 정부가 ‘검찰독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학자인 관계로 함부로 ‘예언’ 같은 것은 안 하지만, 만약에 현 정부가 수도권의 정부 주요기관을 모두 세종으로 이전하고, 수도권의 대학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김포의 서울 편입을 제안하지 말고, 경제와 안전 문제나 잘 해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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