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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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주요 저평가 요인을 불법 공매도라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고 이에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조사팀을 꾸려 집중조사한 결과 글로벌IB 2개사에서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적발해 실제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주식시장은 효율적 시장이 되었는지 이 시점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은 효율적 시장을 전제로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적정가격을 형성하는 것이 존재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S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공매도 상위 50개 종목을 한 달 동안의 주가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매도가 집중됐던 에코프로와 LG에너지솔루션 등 32개 종목에서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변동성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고평가 논란으로 공매도의 표적이 됐던 2차전지주가 개인투자자들의 표적이 돼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2차전지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은 금지 조치 전보다 13%p 늘었다. 특히 최근 한동훈 법무부장관 테마주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대상홀딩스株는 기업 재평가가 될 만한 가시적인 요소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연일 급등세를 연출했다. 

공매도 옹호론자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한 근거를 두고 있으며, 굳이 불법 공매도에 대한 대책을 6개월 동안 금지하고 수립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대책으로 운동장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것 아니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탓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4·10 총선 카드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 방안과 개인과 외국인·기관투자자 사이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수평화 작업이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오히려 금융 선진화를 위한 도약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공정한 기회라는 명목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 참여 확대 노력을 해왔으나 실제 거래에서는 공정하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 민원이나 제보 등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투자 시 상환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간 내 손실을 보고 있었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확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의 경우 무제한 연기가 가능해 주식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기관들의 공매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차 상환기간 연장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또한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기 위한 ‘공매도 거래시스템’의 전면적 개선도 피할 수 없는 숙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주문 시 결제 가능 수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불법 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현재까지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매도는 전산화돼 있지 않고 전화 혹은 메신저나 이메일 등으로 행해지는 거래를 액셀로 정리하는 수준이라 수기 입력 과정에서 실수 혹은 고의적인 누락으로 무차입공매도로 진행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시스템을 전산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이 너무 과다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자본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비용 때문에 시장의 불균형과 불법행위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금융시장은 선진화는 차치하고 국내 개인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 개선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당장은 비효율적일지 몰라도 살을 내주고서라도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감내해야만 하는 ‘육참골단’이 필요하다. 또한 IT 강국의 핀테크 저력은 이런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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