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56곳 권고에도 24곳 이행 안 해
현장 “녹음·동영상 촬영 등 피해 유발돼”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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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학교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에도 43%의 학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는 수업 분위기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항변했다.

24일 정부 발표 등을 종합하면 전날 인권위는 권고 대상인 A중학교가 학교생활규정 개정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부산의 A중학교장(피진정인)에게 학생들의 등교 시 휴대전화를 수거해 일과시간 동안 소지·사용을 금지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학생들의 일반적 행동 자유 및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학교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학교 측은 “해당 규정이 면학 분위기 조성, 사이버 범죄 예방, 교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학생의 자율적 관리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강제 규제도 교육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현행 규정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피진정인이 학생들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대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분명한 근거를 들어 기존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권고 불수용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인권위가 관련 내용으로 학칙 개정을 요구한 학교 56곳 중 24곳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의 권고는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자체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본인의 욕구와 행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게 인권위의 입장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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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많아…어쩔 수 없는 조치였을 것”

다만 교육계에서는 “현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씀”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교갈등연구소 유혜진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업 중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등 소리가 울리기도 하고, 학부모와 통화 연결 중이거나 녹음 중인 상태에서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사나 친구들을 상대로 영상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최소한의 교육 분위기 조성을 위해 수업 중에는 사용하지 말자는 규칙을 정해도 벨소리가 울린다거나, 몰래 사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등교 시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해당 학교 또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칙 제정 시 학생들이나 학부모를 포함한 공동체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쳤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 대표는 “학칙을 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의견을 구하기 위해 홈페이지나 학교 정문, 현관 앞 등에 공고를 내게 돼 있다”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학생들이 홈페이지나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낼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스마트폰 등 미디어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은 휴대전화가 몸에서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하고,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서 “휴대전화로 인한 공해가 만연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등을 지적하면 아동학대로 처벌될 수 있는 등 교권이 추락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일 것으로 보인다”고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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