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험지 골라 도전장 낸 대통령실 출신 여명 前 행정관
빅데이터 연구단지 만들어 청년 떠나지 않는 지역 만들 구상
청량리-왕십리역 수인분당선 증차 ‘역점사업’ 적극 추진 약속

세상은 넓고 정치인은 많다. 그러나 막상 피부에 와 닿는 각종 현안에 발빠르게 움직여 주는 내 마음 같은 정치인은 드물다. 가까운 곳에 아쉬운 문젯거리가 생겼을 때마다 도대체 정치인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뉴스 속 거물 정치인들은 결국 다른 나라 사람들인 걸까? 하지만 동네 정치에 깊숙이 파고들어 함께 울고 웃겠다는 꿈을 꾸는 정치인들도 있다. 어느 자리에 도전하든 어떤 이력을 가졌든, 정치 신인인지 베테랑인지도 상관없다. 그런 우리 곁 동네 정치인들의 남다른 비전과 스토리를 소개하고, 동네 파트너로서 초심을 잃지 않는지 지속 추적해 보고자 한다. 

동대문갑에서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여명 예비후보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동대문갑에서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여명 예비후보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30대지만 벌써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대선 캠프 대변인, 대통령실 행정관 등의 경험을 쌓은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이 서울 동대문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내놨다. 

여명 예비후보는 1991년생 만32세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이번 4월 총선에 도전하고자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한국대학생포럼 활동으로 주목받았고 2018년 28살의 나이로 서울시의원(비례대표)에 당선되며 ‘최연소 광역의원’이 되는 등 화제를 모아왔다.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는 대선 캠프의 ‘입’ 역할을 맡기도 했다. 홍준표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한 것. 당내 경선 후 윤석열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윤석열 캠프에서 공동 청년본부장으로 일했고, 그 인연으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정치 감각이 있는 ‘30대 여성 청년’이라는 점에서 총선 비례대표라는 ‘꽃길’을 걸을 기회가 남보다 더 크지 않겠느냐는 부러움 반 시샘 반의 시선도 적잖이 받을 법하다. 하지만 여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4선을 닦은 동대문갑에 직접 뛰어드는 선택을 했다. 보수정당에는 험지 중 험지인 곳에서 현역 야당 의원과 일합을 겨루겠다고 나서면서, ‘젊은 보수’의 결기와 실력을 입증하려는 태세다. 세대교체와 정치교체 깃발을 든 여 예비후보의 정치적 목표를 들어봤다. 이하는 일문일답.

Q. 여성·30대 청년이라는, 비례대표를 바라보기 좋은 조건에도 직접 험지를 무대삼아 22대 총선을 치르기로 결심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2013년 24살 대학생 때부터 보수 학생운동을 통해서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연속으로 보수정권이 들어섰지만 사회·문화·시민사회·노동 권력이 모두 386 운동권 세대에게 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세상에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개혁은 요원하다라는 생각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정치를 직접적으로 시작한 때부터 386 운동권 세력과의 대결을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라 386 운동권을 대표하는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를 선택해서 싸우고 싶었습니다.

또 대통령실에서 일할 수 있었던 큰 기회를 얻었던 청년 정치인의 당연한 숙명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을 위해 격전지에 도전해서 수도권 선거의 흥행을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해 서울 동대문갑 지역구 출마를 결심한 겁니다.

Q.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동대문구 갑·을 선거구 모두 민주당 소속 안규백·장경태 후보가 나란히 당선된 바 있습니다. 동대문의 전반적인 지역 정서가 민주당에 기운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아울러 이런 민주당 예비후보 진영에 비해 정치 신인이고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데요.

저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직후 무너져가는 당에서 최연소 혁신위원으로 인재영입이 됐었던 사람입니다. 당이 어려울 때 구원 투수로서 당에 영입된 사람이고 서울시 의원이 됐을 때 서울시 외의 지역에서도 민주당 의원들한테 좋은 평을 들어가면서 의정활동을 충실히 해낸 바 있습니다.

서울시 의원이 된 이후에는 기존 이념 운동을 하던 색채보다는 서울시민의 삶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현 경쟁자인 분들에 비해서 가장 최근까지 서울시 의원으로서 서울시 경제와 노동, 도시 정책 등 두루 실무 경험을 쌓은 사람인 만큼 저는 제가 실력과 능력·명분 차원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통령실에서 행정관으로서 국가 예산과 정책, 공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대통령의 청년 참모로서 신뢰를 받아 왔기에 집권 여당의 힘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민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추진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동대문구갑 여명 예비후보 [자료제공=여명 예비후보]
국민의힘 동대문구갑 여명 예비후보 [자료제공=여명 예비후보]

Q. 지역 현안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시고 있는지요? 제시하고픈 현안 공약이 있으시면 중요 순으로 3가지만 알려주십시오.

첫 번째는 청량리-왕십리역 수인분당선 증차 문제죠. 서울이 처음 형성되는 시기엔 청량리역이 교통의 요충지였는데 현재 구도심으로 소외가 됐고 이 지역 주민들한테는 ‘교통의 고충지’가 됐습니다.

수인분당선 왕십리~청량리역 간 운행하는 전철이 2시간에 1대밖에 없습니다. 이런 주민들의 불편에도 지역구 의원인 안규백 의원이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무려 12년 동안 말입니다. 제가 이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대학가 문화단지 조성’과 ‘문·이과 융합형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연구단지 조성’입니다.

동대문갑 지역엔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경희대가 위치하고 고려대 역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지라 동대문갑은 이들의 생활권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대학가가 밀집된 지역이지만 이들은 4년만 머무르다 떠납니다. 자취촌이나 원룸촌, 술집만 발달 됐지 2030세대들의 정주 요건이 전혀 없기 때문이죠.

2030세대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문 차량기지에 문·이과 융합형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연구단지와 스타트업 단지를 조성해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동네를 만들고자 합니다.

세 번째는 서울 내 동대문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연탄공장을 활용,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같이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 발전입니다.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미술관으로 낙후된 지역을 세계인이 찾을 정도의 문화명소로 만든 좋은 도시재생 사례입니다. 한국의 테이트 모던을 만들겠습니다.

Q. 선거사무소를 이문동에 차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동대문갑에 터를 잡는 정치인들은 청량리나 제기동에 선거사무실을 보통 만듭니다. 하지만 전 이문동에 사무실을 차렸습니다. 집권 여당의 예비후보로서 이문동의 개발과 발전에 대한 확신을 드리기 위해 이문동에 터를 잡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보수정당 국회의원을 만들어주시지 않았지만, 제가 당선된다면 지역 이익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불편을 해결해내는 의원이 되겠습니다. 또 중앙정치에서도 증오를 위한 정치가 아닌 젊지만 여야 협의를 이끌어내는 선진적인 정치를 해내겠습니다.

Q. 후보님이 생각하시는, 이번 22대 총선의 쟁점, 이른바 시대정신은 무엇일지요?

신진 정치세력의 등장이 시대정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386 운동권 세력 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에서도 카르텔화된 기득권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청년 정치인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해야 하고 교육 및 노동 개혁을 해야할 이때에 카르텔화된 기득권 세력이 젊은 세대에게 비켜주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용퇴를 이끌고 협의하는 정치를 복원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신진 정치세력들이 국회에 많이 입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동대문갑 여명 예비후보가 지난 26일 동대문구 캠프 사무실에서 투데이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국민의힘 동대문갑 여명 예비후보 ⓒ투데이신문

Q. 여야 정치권이 지나친 청년 정치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울러, 정부와 여당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적어도 민주당보다는 노력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우리 당 대표가 됐을 때, 문재인 정부에서 전혀 인지도가 없는 청년을 덜컥 1급 고위직(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올렸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모습들이 청년들의 분노와 공정과 상식을 이해하지 못했던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은 청년 정치인에 관심이 없습니다. 단순히 나와 상관없는 저 청년이 엄청 높은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 개개인에게 어떤 정치적 효능을 갖다 주고 기쁨을 안겨주겠습니까? 중요한 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력으로서 청년들한테 충분히 어필 가능하고 증명할 수 있는 청년이 정치를 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도 그런 시각에서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윤 대통령은 ‘청년이 무조건 더 잘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계시지만 낙하산 청년들을 싫어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수 있도록 디딤돌을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90년대생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 정치 문화에 느끼는 한계가 무엇인지요? 혹은 우리 정치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요?

지역구 선거준비를 하다 보면 ‘애도 안 낳아본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려고 하느냐?’라는 험한 목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성 정치인이면 여성을 위한 정책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청년 정치인이라고 청년 문제에 국한해서만 말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다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건데 말이죠.

Q.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성별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정치권이 남녀 갈라치기를 이용하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잘못된 정치를 하는 정치인을 ‘갈등 산업 종사자’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갈등을 조장하고 갈라치기 해서 한쪽 표만 얻어도 본인 이름값을 높이고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는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근데 남녀 성 갈등이 2016년 이후로 극렬해진 건 사실입니다. 이른바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스트의 도를 넘은 분들 때문에 거기에 질린 이대남들이 반격을 나선 거죠.

근데 특히 이제는 온라인에서 결집해 있는 이대남(20대 남성)들도 도를 넘는 페미니스트들과 똑같이 했던 일들을 미러링하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이젠 대안을 제시하고 갈등을 중재해야지 또다시 갈라치기해서 자신의 이득으로 삼으면 안됩니다. 그냥 정치인 자격이 없는 ‘갈등 산업’에 종사하는 것일 뿐이지요.

Q. 최근 고물가 영향으로 민생 경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과 의견은요?

글로벌 경제 침체에 의한 다중 위기라고 하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 최근 사회복지 후원금 등이 줄었다고 합니다. 이럴 때 사각지대에 계셔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굴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 정부와 기업인, 국민이 함께 고통 분담을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가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거나 전기 및 가스 요금 등을 올리지 않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올리게끔 한 셈입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금은 고통 분담을 해야 할 때’라고 국민을 잘 설득해야겠죠. 

또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까 최대한 기업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기적으로 이 기회를 이용하려고 하는 기업들한테는 정부가 신호등 역할을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이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피습당했는데요. 정치 혐오가 결국 정치 테러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소회는요?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인데 이같은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봅니다.

또 그 원인은 저는 양극화된 ‘정치 선전’, ‘선동 정치’, ‘팬덤 정치’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데이트 폭력 전조 행위도 첫 번째 가스라이팅이었다가 두 번째는 언어 폭력, 세 번째가 폭력입니다. 그런데 서슴지 않고 혐오 섞인 정치적 비유 단어가 나오는 상황이지요. 이런 언어 상황이 행동으로 발현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Q. 당선 시 임기 중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나요?

저는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에 동력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20살이 되자마자 사회에 내동댕이 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세상은 이렇게 변해왔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지식과 기술로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꾸역꾸역 대학에 가는데 그 대학에서 뭘 가르치나요? 그냥 4년간의 유예를 주는 겁니다. 이 시대에 맞는 현실적인 또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의 교육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그에 발맞춰 추진 동력이 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단순히 기업 발목 잡는 차원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되는 규제들을 폐지하고 싶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