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삶 책임질 준비 안 된 무능정부”
“이태원, 유가족 치유·상권 회복 병행”
“국제업무지구, 단골 공약...재탕 삼탕”
“신통기획, 개발 오히려 늦추고 있어”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22대 총선(2024년 4윌 1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천 전쟁’ 신호탄이 될 예비후보 등록일이 12월 12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본격적인 선거전은 이미 시작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일찌감치 총선 모드로 전환됐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원외위원장은 ‘표밭’ 관리에 여념이 없고, 비례 의원들 역시 ‘빈틈’을 파고들며 재선 고지를 향한 거점 확보에 사력을 쏟는다.

현역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보좌진들을 지역으로 내려 보내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늘린다. ‘프리미엄’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원실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면책특권(免責特權)에 ‘불체포 특혜’까지 부여되는 국민의 대의기관. 명실상부한 권력의 시작이자 정점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 누가 뭐래도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의 꽃이자 상징이 아닐 수 없다.

4년마다 교체되는 이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의 대 혈전이 시작됐다.

지난 총선 당시 5% 내에서 당락이 갈린 지역구 승부처는 약 40여 곳. 전체 의석(253)의 15%가량이다. 적지 않은 박빙 지역은 직전 선거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차이가 있다면 여야 공수가 바뀌었다는 점 정도다.

수성(守成)이냐, 탈환(奪還)이냐. 지난 총선 ‘석패자’들을 만나본다.

서울 용산구 용산 대통령실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용산구 용산 대통령실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신(新) 정치1번지 용산’, 내년 총선 ‘핫플’ 전망


[서울 용산구] 서울 용산구는 대통령실이 들어서며 종로구를 대체하는 ‘신 정치1번지’로 부상했다. 상징성과 위상에 따른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용산은 내년 총선에서 가장 핫(hot)한 지역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있는 종로는 1948년 제헌 국회의원 선거 이후 70년 이상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세 명의 지역 국회의원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역대 거물들의 각축장이었다.

그런 종로로부터 ‘정치1번지’ 바통을 넘겨받은 용산의 내년 총선 결과는 관심을 넘어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공산이 크다. 또 ‘이태원 참사’ 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에서 용산 민심이 어떻게 드러날지, 이에 대한 관심도 주목된다.

때문에 ‘본거지’를 사수해야하는 집권 여당과 정권을 되찾기 위한 야당의 용산 탈환전이 세게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맞물리며 용산 표심의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곳에서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강태웅(59)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은 지난 총선 전략공천 돼 권영세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과 맞붙으며 초박빙 혈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의 대학 선배이면서 ‘원조친윤’으로 불리는 권 의원과의 대결에서 강 위원장은 비록 0.66%(890표) 차이로 석패했지만, 이는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사실상 최소 격차’ 지역으로 분류되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보수세가 강한 용산 지역 민심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결과는 강 위원장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87년 체제’ 이후 용산구 총선 결과는 7(보수) 대 2(진보)다. 그나마 진보 기록 한 번은 이 지역에서 보수당 간판으로 초·재선을 일궜던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대 때 ‘진영(陣營)’을 넘어와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결과다.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민주, 용산 탈환하면 차기 대선 청신호


만약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용산을 탈환할 경우, 차기 대선 승리에 청신호가 켜질 수 있음은 물론 초선이 될 강 위원장의 당내 입지 역시 견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내년 총선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고 규정하는 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1년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을, 국민의 삶을 책임질 준비가 안 된 무능한 정부”라고 직격했다.

강 위원장은 “검찰 정치와 ‘MB 정권’ 올드맨들의 회귀, 친일 굴욕·무능 외교는 물론 양평고속도로 사태를 비롯한 ‘시럽 급여’ 발언과 최근의 수해 대응까지 그야말로 일련의 무능함을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라고 맹폭했다.

낙선 후 지난 3년간 손금 보듯 파악하고 있는 용산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주민들 얘기에 귀 기울여왔다는 강 위원장은 지난 총선 패인을 “절대적 시간 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용산은 물리적으로 단절된 도시로, 지리적으론 서울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주거환경이 열악해 개발이 절실한 곳”이라며 ▲경부선·경의중앙선 등의 지하화와 ▲낙후 지역 주거환경 개선 등의 도시개발 ▲용산공원 개방 및 ▲이태원참사 해결 등을 용산 당면과제로 꼽았다.

유년기, 청소년기를 용산에서 보내며 이 지역 중·고등학교를 나온 ‘용산 토박이’ 강태웅 위원장을 민주당 용산구의원 합동사무실에서 만났다.

임시개방 이틀 전이었던 지난 5월 2일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임시개방 이틀 전이었던 지난 5월 2일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권영세, 양지 찾아온 검사 출신 정치인”


강 위원장은 최근 통일부장관에서 물러나 여의도로 복귀한 권영세 현 용산구 국회의원을 “쉬운 정치를 위해 양지를 찾아 흘러들어온 검사 출신 정치인”이라며 “용산 발전을 위해 뭘 했는지 찾아볼 수 없는 분”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그분을 생각하면 ‘윤핵관’, ‘비대위’, ‘중앙당’ 같은 단어만 연상된다”는 강 위원장에게 ‘권영세 의원이 지난 총선 때 지역구민에게 약속한 공약 중 실현된 게 뭐가 있는지’부터 물었다.

“사실 중앙정치 차원의 입장차이, ‘중산층·서민을 대변하느냐’ 하는 가치 차이는 있지만 지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정당 간 공약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지역 민원을 앞장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 문제도 용산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 총선 때도 후보들 모두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고,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성과를 낸 부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직 수행’ 평가는 어떻게 보나.

“대북관계가 원활하다면 나름의 역할을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처럼 완전히 단절된, 통일정책 자체가 없는 적대 상황에선 성과를 낸다는 게 불가능하다. 사실 통일부는 타 기관에 비해 예산은 적지만 상당히 중요한 부처다. ‘원조친윤’이 그 자리에 갔는데도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는 건, 결국 이 정권의 대북관계 인식이 얼마나 폐쇄적인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이게 윤석열 정부의 한계고, 또 권 의원의 한계이기도 한 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권영세 장관 후임으로 ‘통일부와 외교부를 통합’하고 ‘김정은 체제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말과 글을 통해 ‘남북대화 무용론’, ‘흡수통일론’, ‘핵무장론’, ‘1948년 건국설’ 등을 주장해 대북관·통일관·역사관 논란을 일으켰다. 야당은 “통일이 아닌 영구 분단을 기도할까 걱정(민주당)”, “청문회에 오를 자격조차 없다. 임명 절대 불가(정의당)” 등의 입장을 밝히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 21일 열렸다.

-용산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뭔가.

“용산은 아시다시피 서울의 중심에 있다. 그럼에도 발전 속도가 너무 더디다. 그런데다 주거환경은 열악하고 사회기반시설도 부족하다. 특히 용산은 공간적으로 단절된 도시다. 경부선과 전철1호선, 경의중앙선은 물론 강변북로와 용산공원 등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 형세다. 이와 관련해서 윤석열 정부, 권 의원은 경부선과 전철1호선을 지하화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지금 공약(空約) 상태다.”

-‘용산공원’은 일부 개방되지 않았나.

“흙 조금 덮어서 ‘어린이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 일정 소수 어린이만 받는 예약제로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중요한 건 용산공원 전체를 시민 품으로 온전히 돌려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현재까지는 언제 어떻게 개방하겠다는 비전이나 마스터플랜이 없다. 대통령실만 앞마당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사실상 공원 개방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번 정부 임기 내엔 개방이 어렵다?

“그렇다고 본다. 대통령실 들어선지 벌써 1년 2개월이 넘었다. 지금 어떤 얘기가 나오나. 어린이정원 말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

지난해 7월 26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용산정비창 일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7월 26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용산정비창 일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제업무지구’ 20년 단골 공약”


-용산의 주거환경 개선 문제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용산엔 100여곳 이상의 개발지가 존재한다. 일부 지역은 어느 정도 개발이 된 곳도 있지만 후암동이나 청파동, 또 원효로, 한남동, 보광동 같은 지역은 여전히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못해 아주 심각할 정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성을 갖춘, 행정능력이 있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30년 일한 도시개발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용산 개발은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원자재 값 급등과 지속적인 부동산 경기하락 등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대형 건설사들은 손실 위험이 있는 사업 수주를 꺼리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 아파트를 지어줄 시공사(건설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뛰어들었던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당시 과열 경쟁으로 고소·고발전까지 이어갈 정도였지만, 올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는 물론,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수주를 포기하기까지 한다.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유동성 확보’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공약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것 같다.

“이름을 그렇게 붙인 건데, 정말 공약처럼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위정자들이 공약을 하면서 구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데, 그냥 계속해서 ‘그림’만 그리고 있다. 이 공약도 10년 전 오세훈 시장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말만으로, 인위적으로 국제업무지구가 되는 게 아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역 철도 차량사업소와 주변지역을 포함한 49만 3000㎡를 대규모 업무지구로 건설하는 ‘용산역 역세권개발사업 프로젝트’다. 단군 이래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총 예상 비용이 30조원을 상회한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업무지구 지정 후 사업이 추진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중단됐다. 이후 롤러코스터를 타며 대형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서울시정에 복귀한 오세훈 시장이 재추진을 공약하면서 현재 다시 진행 중에 있다.

-지역 상황을 상당히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년기 때부터 누비고 다닌 지역이니 당연하지 않겠나. 하하. 그동안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원하는 부분들, 특히 지난 3년 동안 발로 뛰면서 주민들과 직접 만나 불편해하는 부분들을 들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고 해법도 가지고 있다.”

도시행정학 박사이기도 한 강 위원장은 도시개발 전문가답게 주거환경 개선부터 지역 내 산업시설 등에 대한 분석 및 진단, 방향까지 자신의 구상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그는 한때 국내 IT산업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용산전자상가’부터 용산2가동·청파동의 영세 봉제기업에 이르기까지 용산 개발 전반에 이르는 복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통기획’에 대한 견해는 어떨까. 신통기획(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단계에서 서울시가 참여해 사업성과 공공성에 균형을 맞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신 신속한 사업추진을 지원하는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이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입장에서 한때 자신의 ‘상사’였던 시장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 공약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세입자 대책 없는 미니뉴타운 모아타운 규탄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2월 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세입자 대책 없는 미니뉴타운 모아타운 규탄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신통기획’ MB 때 ‘뉴타운’ 닮아”


-오세훈 시장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을 ‘신통기획’으로 빠르게 추진 중이다.

“기본적으로 신속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지원한다는 부분엔 동의한다. 그런데, 사실 이게 오히려 사업을 더디게 하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추진해오던 사업들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거다.”

-말 그대로 ‘신속통합’인데, 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건가.

“왜냐하면, 주민들은 신통기획을 적용하면 기존안보다 용적률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고도를 높여 준다니까 우리도 (용적률을) 더 받을 수 있는지 보자’면서 지금까지 추진하던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용산에서 추진됐던 재건축 단지들도 그래서 오히려 더 더뎌지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것 같다.

“정치인들이 재건축 속도를 높이고 이윤을 많이 준다고 하니까 주민들 입장에선 꼼짝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다. 용적률에 층고를 올려주면 그만큼 공공기여도 같이 가야한다. 사업은 늦어지고..”

-이명박 정부 당시의 ‘뉴타운’이 오버랩(Overlap) 된다.

“맞다. 뉴타운도 그랬다. 당시 뉴타운 지정하면 집값이 들썩이고 했는데, 얼마나 이뤄졌나. 말은 신속통합인데, 실제론 사업이 늦어지는 모순이 생기고 있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한 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

뉴타운은 지난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도시미관과 지역발전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차원에서 시도한 부동산 정책이다. 그러나 원주민과 세입자가 밀려났다는 주장과 함께 주택가격·전세가격·분양가격 급등 및 투기수요를 부추겼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친김에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한 그에게 ‘오세훈 서울시정 2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물어봤다.

“개인적으론 서울시에 있을 때 ‘모시던 분’인데, 10년 만에 시장으로 돌아오셨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냥 ‘시간만 10년 멈췄다 복귀한 것’ 같다. 정치인은 ‘시대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10년 전 모습이나 지금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서울시가 대중교통요금을 크게 인상했다.

“이정도로 급격하게 인상하는 건 서울시민을 무시하는 거다. 물론, 인상요인은 충분히 있다. 물가도 올랐고 인건비, 전기료도 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어떤 속도로 올릴 것이냐가 중요한 거다. 서울시에서 30년 일했지만, 결국 선택의 문제다. 재원,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인 거다.”

-‘버스요금 300원 인상은 실생활에 부담이 크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인상폭이나 속도 모두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은 서민의 발이다. 교통은 또 복지 문제이기도 하다. 이동권은 인간의 기본권이고, 먹고 사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렇게 큰 폭으로 급격히 올리면 그만큼 사람들의 이동도 줄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다시 돌아간다.”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구민들, 참사 책임 안 지는 오만한 정권 심판할 것”


지난해 10월 29일 토요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159명이 압사(壓死)하는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발생했다.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핼러윈축제’를 즐기려던 수많은 인파가 그곳으로 한꺼번에 몰리며 참변이 가중됐다. ‘이태원참사’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에서 300여명이 희생된 세월호참사 이후 국내 단일 사고 인명피해로는 최대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이태원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1년이 다돼간다.

“...벌써 그렇게 됐다...”

말끝이 흐려졌다. 현직 서울시부시장도, 국회의원도, 구청장도 아니었지만 시선을 떨군 그의 표정에선 ‘지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역구 정당 대표로서의 부채의식’ 같은 게 엿보였다.

-이태원 상권 분위기는 어떤 상태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 같다.

“워낙 큰 참사이다 보니 지금 거의 붕괴 수준이다...”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역에 자주 나가서 상인 분들을 뵙고 하는데, 젊은 분들이 조금씩 찾고는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상권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분들 얘길 들어보면, 결국 특별법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상권 활성화 지원책이 시급해 보인다.

“당연히 상권회복이 중요하다. 코로나사태부터 힘들게 버텨온 시간을 생각하면 이분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유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거다. 유족들 마음을 풀지 않고 어떻게 이태원이 거듭날 수 있겠나. 추모공간을 만들어서 추념행사도 해야 하고.. 그래야 상권 활성화 얘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가족 치유와 상권 활성화를 병행하는 지원책이 지금 절실하게 필요하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치유가 우선”이라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한 단초는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사과”라고 지적하는 대목에서 그는 양 손을 펼쳐 올리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의아해했다. 그 역시 정치인이기에 앞서 평범한 용산 구민이자 한 사람의 국민이었다. 그는 “이태원참사 해결의 실마리는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태원참사 발생 이틀 후인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참사 현장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고인들을 애도하는 술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태원참사 발생 이틀 후인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참사 현장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고인들을 애도하는 술을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당 차원의 지원은 어떤 상황인가.

“우리 당에선 다른 야당들과 지난달 국회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사실 이 특별법에 좀 전에 말씀드린 유가족 치유에 대한 지원 내용 등이 다 들어있다.”

국회는 지난 6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태원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을 재석 185명 가운데 찬성 184표(반대 1표)로 의결했다. 특별법 제정을 반대해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특별법은 최장 330일의 계류 기간을 거쳐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인 내년 5월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표결 과정을 참관했다. 특별법은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하고, 특조위에 특별검사 도입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태원참사는 내년 총선 때도 지역이슈가 될 것 같다.

“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오만한 정권을 유권자들이 투표로 심판할 거라 본다. 세월호참사 때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는데, 결국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느냐를 두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용산엔 대통령실이 있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가장 먼저 영향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사를 옆에서 겪은 구민들 생각은 어떻다고 보나.

“윤석열 정부 내각에 정치인 장관들이 꽤 있는데, 지난 개각 때 권영세 장관만 포함됐다. 추경호(경제부총리)도 있고 박진(외교부장관)도 정치인 장관이다. 이게 뭘 의미하겠나. 용산구민들의 심판이 엄중할 것이라 판단했다는 거다. 그런 인식이 있으니까 권 의원을 여의도로 복귀시킨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선 혼자만 급하게 내보낼 이유가 없다.”

집중호우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남 공주 탄천면 피해 비닐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집중호우 피해 현장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충남 공주 탄천면 피해 비닐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수해 대응, “참모 잘못은 대통령 잘못”


-윤석열 정부 1년은 어떻게 평가하나.

“한 마디로, ‘준비 안 된 정부’다. 대한민국을 이끌 준비가 안 된, 국민 삶을 책임질 준비가 안 된 정부라는 게 제 생각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인적자원 대부분은 MB(이명박 대통령) 때 인물들로 채워졌다. 신자유주의 효율성만 따지는 사람들이 그대로 국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비 안 된 정부라면.

“국가 경제가 엉망이다. 현재 상황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나. 국민소득도 줄고 일자리도 계속 줄고 있다. ‘시럽 급여’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젊은 세대는 살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정치는 검찰이 하고 있고. 이렇게 해선 나라가 발전할 수 없다.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별히 문제가 크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뭐라고 생각하나.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외교는 정말 큰 문제다. 특히 친일 외교가 그렇다.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문제는 전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고,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배상방식도 마찬가지다.”

강 위원장의 윤석열 정부 비판은 국내 문제로 옮겨갔다.

여야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일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논란과 관련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에 대해 그는 “왜, 노선이 변경됐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하면 되는 문제인데 무슨 자격으로 백지화를 얘기하냐”면서 “이건 위법이 아니라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노선 변경 등과 관련한 질문을 온라인으로 받아 직접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국토부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등의 온라인 공간을 통해 질문을 접수한 후 원 장관이 영상이나 글을 통해 답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국민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수해 대응 발언’도 큰 논란이 됐다.

“참 답답하다. 폭우로 수십 명의 국민이 사망하고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대통령은 전쟁국을 방문했다. 이것도 문제지만, 참모들이 ‘대통령이 가도 수해 상황 못 바꾼다’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말이 되나. 그러면 대통령이 왜, 필요하나.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한 거다. ‘국익을 위해 일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끝나는 문제다.”

-서울시부시장을 지내셨는데, 대통령이나 단체장이 재해현장을 찾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뭔가.

“대통령이 현장을 찾는다는 건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다는 신호다. 그래야 공무원 조직이 움직인다. 대통령이 필요한 이유는 그런 거다. 서울시장도 그렇고 구청장도 마찬가지다. 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수장(首長)이 현장에 가느냐, 안 가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장이 못가면 부시장이 가야하고. 결국 사안을 대하는 인식의 차이다.”

-그래서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

“참모가 잘못해도 모든 과오는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결국 그런 인물들을 쓸 줄밖에 모르는 대통령 판단이 문제인 거다.”

-원내 진출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서울시에서 오래 일하면서 한계를 느꼈던 게, 행정집행을 하다보면 법적인 모순들이 상당수 발견된다. 이런 건 현장에서 많이 겪게 되는데,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런 영역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용산 구민들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저는 용산에서 자란 용산의 아들이다. 누구보다 용산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항상 주민을 섬기면서 용산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강태웅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철새 정치인도, 중앙정치만 바라보는 사람도 아니다. 구민과 함께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란 약속을 드린다.”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용산구 지역위원장. ©투데이신문

강태웅 위원장은.

1963년 전북 군산 생(生)으로, 서울 용산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82학번)와 같은 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 언론담당관, 행정과장, 정책기획관, 행정국장, 대변인, 경제진흥본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제15대 서울시행정1부시장(차관급)을 역임했다.

21대 총선 직전 민주당에 영입된 강 위원장은 2020년 1월 22일 입당한 후 용산구에 전략공천 돼 ‘원조친윤’ 권영세 의원과 맞붙었다. 그러나 0.66%(890표)라는 초박빙 차이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공직자가 선거에 출마하려면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아무리 ‘용산 토박이’라고 해도 강태웅이 누구인지는 알려야 하는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밝히는 그가 석패의 아픔을 딛고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구에서 3선을 기록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과 같은 당 울산 초선 서범수 의원이 행정고시 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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