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역의 전동석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nbsp;<br>
드라큘라 역의 전동석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져 온 전설은 흥미를 자극한다. 내용이나 주체, 대상은 달라도 긴 세월을 거치며 ‘살아남은’ 이야기는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피를 취해 생명을 이어간다는 흡혈귀 전설은 더없이 눈길을 끄는 소재였다. 끔찍한 외양을 한 괴물로 묘사됐던 흡혈귀는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만큼 매혹적인 존재로 변화했고, 이는 영화와 드라마 등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1897년 발행된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원작 소설에서 출발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흡혈귀 전설의 전형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요소들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원작에 등장한 드라큘라와 달리, 뮤지컬 속 드라큘라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냉혈한과 같은 살인귀는 아픈 사랑의 기억을 안고 살아온 미남자가 됐다. 작품은 신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로 싸웠던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그를 저주한 대가로 고통스러운 삶을 외로이 연명해 가다 운명 같은 사랑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 풀어냈다.

작품은 빅토리아 시대가 끝나갈 무렵을 배경으로 한다. 트란실바니아의 외딴 성에 홀로 사는 영주 드라큘라 백작은 영국 런던 이주를 위한 업무를 처리해 줄 대리인으로 변호사 조나단 하커를 초대한다.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풍기던 드라큘라는 조나단의 약혼녀 미나 머레이까지 성으로 부르는데, 미나를 보자마자 자신의 옛사랑 엘리자벳사의 환생임을 직감한다. 미나가 떠난 뒤 조나단의 피로 젊음을 되찾은 드라큘라가 미나를 되찾기 위해 런던으로 오고, 미나 역시 본능적으로 드라큘라를 거부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마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한편 흡혈귀의 행적을 계속 추적해 오던 반 헬싱 교수는 가까이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의 중심에 드라큘라가 있다고 보고, 미나와 그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혈투에 뛰어든다.

미나 역의 정선아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nbsp;<br>
미나 역의 정선아 [사진제공=오디컴퍼니(주)] 

이처럼 가슴 아픈 이야기는 완성도 높은 무대와 어우러져 더욱 실감 나게 그려진다. 19세기 유럽을 그대로 옮긴 듯한 고딕풍 무대와 다양한 특수효과, 감각적인 무대 조명은 뮤지컬 ‘드라큘라’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특히 국내 최초로 도입된 4중 회전무대는 공간 이동을 하지 않고도 관객들의 시선을 다양하게 옮길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주어 몰입감을 높인다.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드라큘라 성이었던 무대는 평화로운 추억이 담긴 위트비 베이로 바뀌었다가, 렌필드가 갇힌 정신병원, 죽음으로 가득한 공동묘지, 드라큘라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는 기차역 등이 된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워낙 자연스럽게 무대가 전환되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를 뿐만 아니라, 발전을 거듭하는 무대 기술을 실제로 접할 수 있어 흥미를 더한다.

또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을 부각한 의상 디자인 역시 보는 재미가 있다. 먼저 드라큘라가 젊음을 되찾기 전 착용한 벨벳 소재의 붉은 후드 망토는 오랜 세월을 견뎌온 백작의 시간과 피를 향한 갈증을 드러내듯 아주 길고 묵직하게 떨어진다. 드라큘라의 주름진 회백색 피부를 잘 가려준 이 의상은 그가 젊음을 다시 찾는 순간 힘차게 벗겨지는데, 이때는 신체 라인을 살려 만든 긴 꼬리 붉은 재킷을 착용한다. 가벼운 실크 소재로 제작된 재킷의 뒷부분은 잔주름을 많이 넣어 드라큘라가 무대를 누빌 때마다 배우의 몸짓을 따라 화려하게 찰랑인다. 이밖에 드라큘라의 힘을 상징하듯 목깃을 과장해 만든 외투 디자인, 흐르는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원단 활용, 드라큘라의 감정 변화에 따라 바뀌는 블라우스 컬러 등도 눈에 띈다.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br>- 한국영상대학교 미디어보이스과 교수<br>-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br>-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br>-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
- 한국영상대학교 미디어보이스과 교수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마지막으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음악 역시 뮤지컬 ‘드라큘라’의 강점이다. 한국에서 공연되는 작품에는 브로드웨이 버전과 달리 새로운 넘버들이 추가돼 있다. 그중에서도 드라큘라의 추억이 담긴 ‘She’가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 김준수의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은유적인 의미를 담은 가사를 어색함 없이 우리말로 옮긴 점도 돋보인다. 아름다운 하모니가 가슴을 울리는 ‘Loving You Keeps Me Alive’나, ‘Please Don't Make Me Love You’, ‘Life After Life’, ‘If I Had Wings’, ‘Fresh Blood’ 등 각기 다른 느낌의 명곡들은 뮤지컬 ‘드라큘라’를 더욱 특별하게 빛낸다.

어느덧 개막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드라큘라’ 서울 공연은 지난해 12월 6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3월 3일 종연을 앞두고 있으며, 잠깐의 휴식 기간을 가진 뒤 지방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3월 20일부터 24일까지는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이어 4월 2일부터 7일까지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지방 공연 역시 서울 공연과 마찬가지로 김준수, 전동석, 신성록, 임혜영, 정선아, 아이비, 손준호, 박은석 등이 출연한다. 서울에서 이미 공연을 봤던 관객들에게는 뮤지컬 ‘드라큘라’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지역에 거주하는 관객들에게는 보고 싶었던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라 초봄까지 계속될 10주년 기념 공연을 주목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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