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br>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 SEASON 2’가 더욱 섬세해져 돌아왔다.

지난 1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초연을 선보였던 뮤지컬 ‘베토벤’은 2023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답게 세간의 커다란 관심을 끌며 오래도록 공들인 무대를 선보였다. 다만 개막 초반부터 기대했던 호평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을 동시에 들으면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으나 연이은 시즌2를 예고,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게 하며 첫 시즌 막을 내렸다.

그랬던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이 잠시 휴식기를 갖고 돌아와 약 4주에 걸친 새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뮤지컬 ‘베토벤’은 작품이 가진 특징과 매력을 자연스레 부각하며 비슷한 듯 달라진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대단한 변화보다는 충실한 다듬기를 선택한 덕분에 전체적인 짜임이 훨씬 촘촘해졌을 뿐만 아니라 몰입감도 높아졌다. 객석 분위기나 관객 반응 역시 전과는 확 달라진 느낌이다. 이번에도 카이, 박은태, 박효신, 조정은, 윤공주, 옥주현, 윤소호, 이해준 등 시즌1에서 활약한 배우들 모두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아마 뮤지컬 ‘베토벤’ 시즌1을 먼저 봤던 관객이라면 시즌2 무대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우선 이야기의 연결이 꽤 탄탄해졌다. 장면 전환도 더 자연스럽고, 베토벤의 심리와 태도 변화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던 불협화음이 사라졌다. 평생 남을 믿지 못해 외로움에 갇혀 살던 그가 안토니 브렌타노를 만나면서 사랑의 감정을 깨닫고,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내면과 마주하는 모습은 단순히 금지된 사랑에 발을 담가버린 베토벤이기보다 인간으로서의 ‘변화’ 그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물론 그 어떤 경우라도 그가 품었던 사랑은 인정받기 힘들겠지만, 이제 적어도 무대 위에 선 베토벤에게만큼은 그 사랑 역시 위대한 음악가로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하나의 ‘계기’로 느껴질 뿐이다.

일부 장면 변화도 눈에 띈다. 불필요한 장면을 삭제하고, 특정 캐릭터 성격에 변화를 주면서 주요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은 여러모로 극대화하려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귓병이 심해진 베토벤이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대목이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이면서도 절망적일 순간은 선명한 LED 영상과 각종 무대 장치 활용으로 시청각적 연출 효과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뚜렷하게 각인된다. 불안감에 휩싸인 베토벤을 가운데 두고 양옆에서 조여오는 이동식 벽 구조물이 청력 상실의 위기에 놓인 예술가가 느꼈을 절망감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한다. 이는 1막 마무리에서 펼쳐질 명장면과 연결되며 그동안 응축됐던 감정들을 일시에 풀어놓을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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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새로운 넘버들 역시 뮤지컬 ‘베토벤’ 시즌2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베토벤의 음악이 곳곳에 녹아든 넘버들을 바탕에 두고, 시즌2에는 베토벤과 안토니, 카스파가 부른 새 넘버가 포함됐다. 특히 안토니의 심경을 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절망만이 나의’는 온라인상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깊이를 더한 작품에 기대감을 높였다. 절망으로 가득한 삶에 유일한 빛이 되어준 꿈을 끝내 포기해야만 했던 그의 노래는 공허한 마음을 줄곧 요동치게 할 만큼 인상 깊다.

이야기는 19세기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아름답지만 허락되지 못한 사랑의 무대를 다양하게 옮겨가며 진행된다. 시기는 1810년에서 1812년으로, 40대 초반 베토벤의 삶에 주목해 서사를 풀어간다. 알려진 대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가 사망 전에 남긴 세 통의 연애편지와 그 주인공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로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대상인 ‘불멸의 연인’을 다양하게 손꼽힌 후보자들 가운데 안토니 브렌타노라 특정해 만들었다.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성장한 탓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에게조차도 그는 늘 솔직하지 못했다. 언제나 사랑은 믿을 수 없는 것이며, 자신은 오직 음악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되뇐다. 이따금 등장하는 음악의 혼령들 또한 베토벤이 음악가이자 예술가로서 해야 할 역할과 의무를 상기시키며 다른 곳을 바라볼 틈을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무례한 귀족들 틈에서 곤란을 겪던 그의 편을 들어준 단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안토니 브렌타노다. 난생처음 운명적인 끌림을 느꼈으나 안타깝게도 안토니는 이미 가정이 있는 몸이었고, 그들의 사랑 역시 예정된 결말을 향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청력을 잃어가며 커다란 위기를 겪는 베토벤과 위대한 음악가의 뮤즈로서 그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알게 해 주는 안토니,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이 전한 사연은 마치 비밀 노트에 담긴 이야기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강렬하게 무대를 장식한다.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뮤지컬 ‘베토벤’ 시즌2는 오는 5월 1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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