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커피 시장 커지며 쓰레기도 증가... 분리배출 어려움
종이캡슐·리필캡슐·재활용 프로그램 등 활발하게 진행
소비자 대다수, 환경 오염 문제 개선 위해 노력 의향 있어
환경단체 “다회용품 문화로의 전환·기업과 정부 변화 필요”

네스프레소에서 판매 중인 캡슐커피 ⓒ투데이신문
네스프레소에서 판매 중인 캡슐커피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버튼 한번에 에스프레소 샷을 뽑아낼 수 있는 캡슐커피는 이제 일상이 됐다. 코로나 이후 캡슐커피 시장은 4000억 규모까지 확대됐으며 증가한 수요만큼 각종 유통 업체에서도 줄지어 캡슐커피를 출시하고 있다.

네스프레소와 일리, 동서식품은 물론 스타벅스, 할리스 심지어 다이소까지 각종 유통업체에서 캡슐커피를 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캡슐커피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발생한 문제점이 있다. 바로 환경 오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회용 캡슐을 이용해 커피를 편리하게 마실 수 있는 만큼 버려지는 폐기물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분리 배출에 어려움이 있어 환경 오염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캡슐커피 구조 [사진 출처=한국소비자원]
캡슐커피 구조 [사진 출처=한국소비자원]

‘편리함’만큼 늘어나는 쓰레기

캡슐커피는 뚜껑, 필터, 바스켓으로 나뉜다. 캡슐커피 바스켓 안에 상단 필터와 하단 필터가 있으며, 그 사이에 가공된 분말 원두가 들어가 있다. 상단 필터는 음료에 원두 가루가 섞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단부 필터는 캡슐커피 머신 내부에 미분 침투를 방지하거나 커피 추출 시 샤워 스크린(물줄기를 고르게 분산 시켜주는 기능)의 역할을 한다. 

바스켓 하단으로 물이 투입돼 상단으로 추출된 커피가 나오는 방식이다. 바스켓 하단으로 물이 들어가 원두를 거치고 바깥으로 나오는 만큼 남은 원두 찌꺼기와 필터를 분리하기 어렵다. 

캡슐커피 용기는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돼 있다. 한 가지 재질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이 혼합된 제품도 있다.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비우고 이물질을 제거해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 캡슐이 다른 재질과 결합된 경우 각각 분해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 쓴 캡슐커피를 분리수거 하는 모습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캡슐커피 재활용 어디까지 왔나

대표적인 캡슐커피 판매 업체 ‘네스프레소’는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커피 캡슐 재활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네스프레소는 자사 알루미늄 캡슐을 수거해 커피 가루는 농장 거름으로, 알루미늄은 캔이나 자동차 부품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동서식품도 재활용 혁신 기업 테라사이클과 협업해 캡슐 수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캡슐 재활용 프로그램은 네스프레소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내 점유율 2위에 달하는 ‘일리’는 지금까지 캡슐 회수 등 재활용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올 4월부터는 친환경 정책을 고려해 퇴비 처리가 가능한 환경 친화적인 종이 캡슐과 전용 머신을 출시했다.

플라스틱 재질의 기존 일리 캡슐커피를 분리수거 하기 위해서는 전용 오프너를 구매해 캡슐과 원두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판매 업체가 아니라 오직 소비자의 ‘양심’과 ‘죄책감’에 따른 분리수거였다. 환경 보호 등의 목적으로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 캡슐 커피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리가 종이 캡슐커피를 출시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특정 개인 카페 브랜드 외에는 친환경 캡슐을 판매하는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원두, RTD 제품, 캡슐 커피 등을 판매하는 ‘헤베커피’는 옥수수를 기반으로 한 PLA 생분해 캡슐커피를 제작 및 판매하고 있다.

헤베커피 임지영 대표는 “커피 업계에서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내부적으로 이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생분해 캡슐을 제작해 판매하게 됐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기업보다는 개인 브랜드가 다양한 시도를 도전해볼 만한 상황”이라며 “안전성 등을 고려해 다양한 테스트를 거치고 난 뒤 기업에서도 친환경 생분해 캡슐을 판매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네스프레소는 종이 베이스의 자연 분해 소재 캡슐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국내 출시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동서식품도 생분해 소재 캡슐이나 다회용 캡슐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생분해 캡슐이 유통되고 있을 뿐 아니라 캡슐커피를 대신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위스에서는 ‘커피볼’ 머신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조류로 만든 보호막 안에 원두가루를 담아 별도의 포장 용기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커피볼은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고, 4주 안에 100% 퇴비화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종이캡슐·리필캡슐·재활용 프로그램... 가장 중요한 건? 

생분해가 가능한 종이캡슐, 리필 캡슐, 캡슐 재활용 프로그램 등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법규는 미비한 상태다. 캡슐커피의 용량은 30mg 이하로 분리 배출 표시 적용 예외 제품에 속한다. 의무적으로 재활용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분리수거 과정에서의 누락 가능성도 높다. 캡슐커피 한 개 용량이 30ml가 되지 않을 만큼 작기 때문에 개인이 이를 모아서 배출하는 경우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 캡슐이 개별적으로 수거되는 시스템 안에서는 재활용 단계까지 나아가기 어렵지만, 기업에서 캡슐을 수거하는 경우 대량으로 모이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캡슐커피를 생산하는 기업에 책임감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리 커피머신을 사용 중인 A씨는 “일리는 다 쓴 캡슐을 수거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재활용 캡슐이 있다고 들었지만 세척 보관이 까다로울 것 같아서 사용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재활용 캡슐을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이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대다수 소비자가 캡슐커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 개선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21년 캡슐커피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500명 가운데 455명(91%)이 ‘캡슐커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는 다른 브랜드가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브랜드를 바꿔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잘문에는 292명(58.4%)이 바꿔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SSG, 티몬, 다이소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캡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 가운데 캡슐커피와 관련된 재활용 정책을 마련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캡슐커피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지역 내 모든 공공기관에서 캡슐 커피 사용을 금지했으며, 스페인 발레아레스 주 정부는 재활용이 어렵거나, 비유기농 재질로 만들어진 캡슐커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환경단체에서는 캡슐커피의 재활용 가능 여부보다 더 나아가 캡슐커피가 소비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환경연합 허혜현 활동가는 “종이·알루미늄 등의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캡슐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캡슐커피의 소비 방식 자체가 일회성이 강하다”라며 다회용 캡슐 커피 제품을 사용하는 등 소비 문화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 문화 자체가 바뀌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기업의 변화, 정책적인 규제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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