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 공연장면.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br>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장면.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조금 더 일찍 널 이해했다면, 사랑했다면...... 우린 더 행복했을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W.A.Mozart, 1756~1791).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천재 음악가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했지만, 운명은 좀처럼 그를 편히 놓아주지 않았다. 아버지와의 갈등과 계급의 굴레, 절실했던 후원, 사랑 때문에 치러야 했던 대가 등 온갖 어려움이 모차르트의 삶에 파도처럼 밀려왔을 때 ‘신의 사랑을 받는 자’의 선택은 그저 그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 역시 인간이기에 마땅히 감내해야 할 몫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뮤지컬 ‘모차르트!’가 또 다른 10년을 맞이하기 위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지난 6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2023 뮤지컬 ‘모차르트!’는 베스트셀러 뮤지컬답게 작품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차세대 모차르트 캐스팅을 필두로 새로운 시도를 해 기대를 모았다.

클래식에 현대적 감각과 파격을 더해 일찍이 많은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모차르트!’는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만든 대표작 중 하나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 10개국에서 다양한 언어로 공연됐으며, 각 나라에서 공연된 작품마다 뚜렷하게 살아 숨 쉬는 개성을 담아 주목받았다. 한국에는 2010년 처음 선보인 뒤 올해로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했는데,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최정상 배우들이 ‘모차르트!’ 무대에 오르며 눈부신 역사를 써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극의 중심을 이룰 볼프강 모차르트 캐스팅을 완전히 새로운 배우들로 채우는 과감한 도전을 선택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먼저 올 시즌 주인공 볼프강 모차르트 역은 이해준, 수호(EXO), 유회승(엔플라잉), 김희재가 맡아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선민, 허혜진, 황우림, 민영기, 길병민, 서범석, 홍경수, 최지이, 윤지인, 전수미, 김소향, 배다해, 주아, 최나래, 육현욱, 정원영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를 완성한다. 이처럼 강력한 선택지로 무장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오는 8월 2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장면.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br>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장면.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작품은 단순히 인물이 가진 천재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위대한 예술가’ 모차르트의 삶 이면을 함께 조명해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찢어진 청바지에 붉은 코트를 입고 레게머리를 한 모차르트는 록 스타일 음악과 화려한 로코코 의상,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무대 디자인 등과 어울려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모차르트의 삶은 약 175분에 걸쳐 집약적인 서사를 위주로 다소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으나, 갈등 구조나 전개가 명확한 편이라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보고 싶다면 간단히라도 모차르트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숙지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뮤지컬에는 모차르트의 생애를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같이 담겨 흥미롭다. 어린 모차르트가 마리아 테레지아 앞에서 연주를 마친 대가로 옷을 하사받은 일화나, 콜로레도 대주교와의 갈등 끝에 엉덩이를 걷어 채이며 쫓겨나게 된 사연, 콘스탄체 베버 가족과 인연이 시작되게 된 계기, 엠마누엘 쉬카네더와 손잡고 오페라를 작곡한 이야기, 미완성으로 남기고 눈을 감아야 했던 진혼곡 ‘레퀴엠’ 의뢰 등이 그렇다.

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어울리도록 실제와 상상을 적절히 결합해 독특한 흐름을 연출한 점도 인상 깊다. 작품에는 모차르트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봐야 할 캐릭터는 바로 아마데 모차르트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아무 말없이 작은 음악상자를 품에 안은 채 볼프강의 곁을 맴도는 아마데는 순수한 음악적 재능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러한 능력은 마치 족쇄처럼 그의 목을 조여오는데, 이 때문에 열정 가득했던 영혼마저 짙은 어둠 속으로 잠식해버리고 마는 과정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아름답고 세련된 음악 역시 뮤지컬 ‘모차르트!’가 가진 강점이다. 모차르트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나는 나는 음악’, 그가 느낀 혼란과 고통을 절실하게 담아낸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는 워낙 잘 알려진 대표 넘버들이다. 여기에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난 예술가의 아내라’ 등을 포함해 무대 위를 감동의 물결로 가득 채우는 ‘황금별’,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공연장에서 직접 보고 들어보기를 꼭 권하고 싶다.

낡은 제도와 질서에 맞서며 자신의 운명과도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예술가 모차르트. 평범한 인간다운 삶을 꿈꿨지만, 끝내 운명의 품에 안겨 눈을 감을 때 마지막으로 마주한 대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시대를 초월해 숭고한 감동을 전하는 그의 음악만큼이나 오랜 여운을 남길 뮤지컬 ‘모차르트!’와 함께 이번 여름 잊지 못할 휴가를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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