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져 온 전설은 흥미를 자극한다. 내용이나 주체, 대상은 달라도 긴 세월을 거치며 ‘살아남은’ 이야기는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의 피를 취해 생명을 이어간다는 흡혈귀 전설은 더없이 눈길을 끄는 소재였다. 끔찍한 외양을 한 괴물로 묘사됐던 흡혈귀는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만큼 매혹적인 존재로 변화했고, 이는 영화와 드라마 등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다. 1897년 발행된 아일랜드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줘, 세상 사람들에게. 그럼 우린 영원할 거야.”사틴이 연인에게 남긴 마지막 소원은 바로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달라는 말이었다. 사틴은 폐결핵이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는 크리스티안을 생각해 참고 또 참았다. 세상과 작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준비한 공연만큼은 반드시 무대에 올려야 했다. 그는 연인이 만든, 그리고 두 사람이 꽃피운 사랑으로 완성된 노래를 모두가 들을 수 있길 바랐다. 간절했던 소원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진 순간, 사틴은 끝내 크리스티안의 품에 안겨 눈을 감는다. 곧이어 어두워진
사회 저변에 깔린 편견과 혐오는 언제나 잠재된 집단 갈등의 씨앗이 됐다. 이런 상황은 어디에나 존재했고, 어떤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 더욱 커다란 문제라 여겨졌다. 배타적으로 인식된 집단은 매번 달랐다. 때로는 종교 집단이, 때로는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소수자나 특정 민족 공동체가 대상이 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다행히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범위도 꽤 늘었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앓아온 몸살이 빠르게 낫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가운데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수많은 뮤지컬 가운데 가장 강렬한 오프닝을 선보인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라이온 킹(The Lion King)’이다. 주술사 라피키의 외침에 온갖 동물들이 하나둘씩 무대 위로 등장하는데 직접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만큼 현실적이어서 더 놀랍다. 마치 라피키가 불러낸 마법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장면은 장차 프라이드 랜드를 다스릴 차세대 왕이자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다. 본래 동물 분장을 한 연기자가 객석 통로를 지나 무대로 입장하는 모습이 압권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현재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해당 부분을 변경했다.
‘내 그대를 여름날에 비하랴. 그대는 여름보다 더 사랑스럽고 온화하여라’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번은 무더운 계절이면 문득 떠오르던 명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뜨거운 환호 속에 좌중을 휘어잡으며 이 구절을 읊는 ‘록스타’ 셰익스피어가 자연스레 겹친다. 시간을 거슬러 온 뮤지컬 속 셰익스피어는 과장된 목깃이 달린 가죽 재킷을 입고 한껏 리듬을 타며 소네트를 노래한다. 만약 셰익스피어가 이런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렇게 유쾌한 상상이 꼬리를 물수록 기발함이 더욱 빛난다.뮤지컬 ‘썸씽로튼(Something Rotten!
분명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데다 언뜻 보면 뚜렷한 서사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 다시 생각이 난다. 문득 각인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고 기억을 하나둘 모아 곱씹게 된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어지는 작품이 아닐까. 아마도 뮤지컬 ‘더 데빌’을 접해본 적이 있는 관객이라면 분명 비슷한 경험을 해봤으리라 생각한다.뮤지컬 ‘더 데빌’이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 기반해 탄생한 창작 뮤지컬로,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파격적이면서도 독특하게 조명해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2014년 초연
여기, 인생을 바꿀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서글프다 못해 지루한 가난에서 벗어나 귀족이 되어 새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단, 반드시 서열 정리를 해야 한다. 그것도 내 앞에 줄지어 선 가문의 후계자를 여덟 명이나 제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쯤 되면 대부분 포기할 텐데, 놀랍게도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의 주인공 몬티 나바로는 과감하게 직진하기로 결심한다. 힘겨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콧대 높은 다이스퀴스 가문에 도전장을 내민 그가 과연 가문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답답한 일상에 단비
악명 높은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 잔혹한 범행 수법과 엽기적인 사체 훼손 행각으로 19세기 말 영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가 뮤지컬 속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섰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연쇄 살인범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혼란했던 당대 사회를 더 큰 혼란에 빠트리며 사건을 끝내 미궁으로 남겨두었다. 무대 위에 오른 그의 행적을 좇다 보면 우리는 과연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까.뮤지컬 ‘잭 더 리퍼’가 개막 소식을 전했다. 지난 12월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공연은 오는 2022년 2월 6일까지 이
과학 기술은 문명의 꽃을 피우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왔다. 덕분에 우리는 상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감히 꿈꾸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20세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라 기록된 복제 양 돌리의 등장은 인간 복제 가능성을 열었고, 나아가 우리 삶을 더욱 넓은 범주로 확장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게 했다.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는 반드시 뒤따르는 법이다. 요약하자면 불완전한 성공이었다. 윤리적 난제와 부딪힌 과학은 앞으로 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미처 알 수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이 가진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도 내포된 인류의 역사를 거울삼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도약할 디딤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고전의 가치가 바래지 않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좋은 작품을 통해서라면 날 세운 비판 대신 변화를 위한 지향점으로 삼게 된다. 빅토르 위고가 쓴 프랑스 대표 고전 문학으로부터 출발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마찬가지다. 격변과 혼동으로 가득한 시대를 그린 작품에는 언제나 변치
“이제부터 우리는 영원한 적(敵)입니다!”간절히 바랐던 신의 선택이 자신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남자. 그는 높은 곳에 있는 신을 향해 날 선 전쟁을 선포한다. 돌아선 뒷모습, 울분에 가득 찬 목소리엔 말로 다 하지 못할 만큼 복잡한 감정이 담겼다. 음악의 신동을 뛰어넘지 못한 범재로 기억된 자. 바로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다.연극 ‘아마데우스’가 지난 2020년 11월 17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했다. 오는 1월 17일까지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실시로 인해 지난 12월 8일부터
9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렌트’가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쇼케이스를 열었다.지난 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 홀에서 펼쳐진 쇼케이스에는 오종혁, 장지후, 아이비, 김수하, 정원영, 배두훈, 김호영, 최재림, 전나영 등 이번 시즌 렌트에 참여할 전 출연진이 참석해 본 공연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뮤지컬 ‘렌트’ 쇼케이스는 네이버 TV와 브이라이브를 통해 90분간 생중계로 진행됐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함께 작품이 지닌 특별한 감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고 꾸준히 많은 사랑
타오르는 태양만큼이나 뜨겁게 타오른 사랑은 그 어떤 것도 막지 못했다.나일강 변에서 피어난 불멸의 사랑 이야기, 뮤지컬 ‘아이다(AIDA)’가 아쉬운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토니상 4관왕에 그래미상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 수상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누린 뮤지컬로, 2019년 11월부터 시작된 이번 한국 공연은 2005년 8월 LG아트센터 초연 이후 다섯 번째 무대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그대로 옮긴 듯한 생생함과 더불어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도전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변함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
이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숨 막히게 기괴하고 짜릿하다.라이선스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브로드웨이 초연 40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이번 ‘스위니토드’는 기존에 올라왔던 것과 상당히 많이 달라진 모습이어서 더욱 주목해 볼 만 하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산업혁명 당시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 뒤편에 가려졌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조명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를 온몸으로 느끼며 커져만 가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던 사람들, 가진 자의 횡포에 그저
말 그대로 감탄의 연속이었다.거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만 한 남자가 목숨 건 질주 끝에 간절히 기다리던 신을 만나 용서로 구원받는다. 언젠가 한 번쯤 보고 들어 봤을 법한 이 이야기는 일찍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루 월러스(Lew Wallace)의 동명 원작 소설(1880)로부터 시작해 이후 영화로도 수차례 제작되면서 명작으로 극찬받아왔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서 창작 뮤지컬로 탄생하며 또 한 번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다. 무려 반세기 만이다.2017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 ‘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이토록 섬뜩하게 들렸던 적이 있었던가.2018년 초연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스펜스 스릴러 연극 ‘미저리(Misery)’가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준비를 단단히 하고 돌아왔다. 집착이 심한 사람을 일컬을 때 고유명사처럼 쓰이기도 하는 단어 ‘미저리’는 작품에 등장하는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본래 사전적 의미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뜻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스티븐 킹의 동명 원작소설(1987년 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1991년 영화로 먼저 제작되며 세계적인 화제작
모든 것은 기찻길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그곳에서 끝났다.무대 위에 펼쳐진 고전 명작,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화려하게 돌아왔다.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완벽한 작품이라 일컬어질 만큼 상당히 매혹적이면서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9만명의 관객을 이끌었던 화제작인 데다 원작 소설의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 과연 어떻게 풀어냈을지 굉장히 궁금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정략결혼으로 고관대작 ‘카레닌’의 부인이
포마드로 가지런히 매만진 머리 모양에 흰색 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가 섬세한 손길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린다. 비스듬히 뒤돌아선 모습도 예사롭지 않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듯한 이 남자를 머릿속에 곧바로 떠올린다면, 당신은 이미 ‘그리스’를 만난 것이다.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 ‘그리스’가 오디컴퍼니의 프로듀싱으로 또 한 번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 곁을 찾았다. 197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던 ‘그리스’는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자유를 갈망하던 1950년대 미국 청년들의 꿈과 희망, 열정과 사랑 이야
바야흐로 아더왕의 시대가 열렸다.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등장한 전설 속의 인물이자 영웅,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아더왕의 이야기가 2019년 뮤지컬 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그간 여러 장르의 작품 속에서 꾸준히 등장해 온 그를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2015년 9월 파리 초연 당시 150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워낙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어서 한국 초연 소식에 거는 기대가 컸다.는 왕족의 혈통을 타고난 줄도 모른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만약 누군가 갑자기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국립극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올린 연극 은 열네 살 어린 소년 모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로부터 얻게 된 깨달음, 그리고 가족과도 같은 로자 아줌마와의 소중한 추억과 사랑에 대해 그려낸 이야기이다.당대 최고로 손꼽혔던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해 더욱더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번 연극은, 연극팬들 뿐만 아니라 원작을 사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