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 of Life - THE LION KING - Photo by Joan Marcus ⓒDisney
Circle of Life - THE LION KING -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수많은 뮤지컬 가운데 가장 강렬한 오프닝을 선보인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라이온 킹(The Lion King)’이다. 주술사 라피키의 외침에 온갖 동물들이 하나둘씩 무대 위로 등장하는데 직접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만큼 현실적이어서 더 놀랍다. 마치 라피키가 불러낸 마법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장면은 장차 프라이드 랜드를 다스릴 차세대 왕이자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다. 본래 동물 분장을 한 연기자가 객석 통로를 지나 무대로 입장하는 모습이 압권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현재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해당 부분을 변경했다. 비록 달라진 동선이었지만 변함없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보기 드문 장관은 ‘라이온 킹’의 대표 넘버 ‘Circle of Life’와 어울려 공연장을 단숨에 사바나의 넓은 초원으로 옮겨 놓는다. 남은 무대가 더욱더 기대되는 순간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뮤지컬 ‘라이온 킹’이 인터내셔널 투어로 돌아왔다. 브로드웨이 초연 2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던 2018년 첫 투어 이후 약 3년 만이다.

지난 1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오는 3월 18일까지 공연을 진행한다. 또 4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로 자리를 옮겨 남은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워낙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은 데다 내한 공연이 귀하다 보니 개막과 동시에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티켓 예매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손꼽아 기다린 관객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월트 디즈니사의 32번째 애니메이션으로 첫선을 보인 ‘라이온 킹’은 ‘정글의 왕’ 사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가족적인 요소에 극적이면서도 뚜렷한 드라마를 입힌 점이 특징인데, 그 뒤로 뮤지컬과 실사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변모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뮤지컬이 선보인 위엄은 실로 대단했다.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게 흘러가나 뮤지컬의 경우 무대 상연용으로 적합하도록 장면 연결에 더 공을 들였다.

무파사의 아들 심바는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났으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쫓기듯 떠난다. 모든 일이 자신의 탓이라 여긴 어린 사자에게 고향인 프라이드 랜드는 차마 돌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새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던 삼촌 스카가 하이에나 무리와 결탁해 왕권을 탈취하고, 평화롭고 풍족했던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다. 한편 낯선 곳에서 홀로 죽어가다 티몬과 품바에게 구조된 심바는 가슴 아픈 지난날을 뒤로하고 멋진 사자로 성장한다. 그러다 우연히 스카의 압박을 피해 도망친 어린 시절 친구 날라와 다시 만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생전 무파사의 가르침대로 진정한 왕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가 스카와 맞선다. 이렇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동물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범주로 들어와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Mufasa - THE LION KING - 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Mufasa - THE LION KING - Photo by Deen van Meer ⓒDisney

월트 디즈니사가 만든 대표 흥행작이 뮤지컬로 제작된다고 했을 때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상당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1997년 완성된 뮤지컬 ‘라이온 킹’에 쏟아진 찬사는 마치 계속될 흥행을 예견한 듯했다. 여기에는 이듬해 토니상을 받게 된 최초의 여성 연출가 줄리 테이머(Julie Taymor)의 역할이 컸다. 그는 아시아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를 독특하면서도 새롭게 연출해 내는 데 일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배우를 그대로 드러내는 의상과 마스크, 퍼펫을 사용해 독창적인 뮤지컬을 완성했다. 눈부신 창의력과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화려한 색감과 역동적인 움직임은 마치 원작 애니메이션 영화를 그대로 무대 위에 올린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생생하다. 어쩌면 모험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결국 공연장을 완벽한 동물의 왕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흥행도 이끌었다. 이는 곧 본격적인 상업 뮤지컬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뮤지컬 ‘라이온 킹’이 걸어온 발자취만 보더라도 작품이 얼마만큼 성공을 거뒀는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총 21개국, 100여 개 도시, 무려 1억 1천만 명 이상 관객이 관람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에 빛나는 기록을 세우며 독보적 입지를 세웠다. 잘 만든 콘텐츠가 가진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스스로 증명하는 작품이 바로 뮤지컬 ‘라이온 킹’이다.

또 작품은 ‘순환’을 통해 변치 않는 진리를 강조한다. 자연의 섭리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듯, 삶은 계속해 되풀이되며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창조한다. 이렇게 반복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라이온 킹’을 접했던 관객들이 이제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공연장을 찾는 모습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모습 역시 눈에 띈다. 사실상 대비도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알면서도 잊기 쉬운,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명의 원리다. 이런 의도는 무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무대 위엔 원형으로 제작된 소품이나 장치가 상당수 눈에 띈다. 또 배우들의 동선도 원형을 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최윤영 평론가·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 최윤영 평론가·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 또한 곱씹어볼 만하다.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를 뜻하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가 당면한 근심을 떨칠 주문처럼 쓰였다면, 그 뒤에 등장한 메시지는 조금 더 깊이 있는 조언으로 다가온다. 심바를 찾아온 라피키는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그에게 “과거는 아플 수 있지만, 거기에서 도망칠지 배움을 얻을지는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또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을지라도 결국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디디게 되는 셈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아름다운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팝의 전설로 불리는 엘튼 존(Elton John)과 영국이 낳은 거장 팀 라이스(Tim Rice), 생명력 가득한 아프리카 소울을 그대로 담아낸 레보 엠(Lebo M), 영화 음악의 대가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만든 환상적인 음악은 뮤지컬에도 그대로 녹아들었다. 앞서 언급했던 ‘Circle of Life’ 뿐만 아니라,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Hakuna matata’ 등 어디에선가 들어봄 직한 음악들이 ‘라이온 킹’에 담겼다.

과연 우리의 심바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다시 왕좌를 차지할 수 있을까. 작품을 보는 동안 수없이 요동치는 심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으며 다시금 일상에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는다. 150분간 펼쳐질 위대한 마법, 인간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룩했다 믿기 어려울 만큼 놀랍고도 장엄한 세계를 직접 경험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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