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아이엠컬처]
[사진제공=아이엠컬처]

한국 최초 내한 공연으로 찾아온 ‘식스 더 뮤지컬(SIX The Musical)’이 강렬한 첫인사를 전했다.

지난 3월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식스 더 뮤지컬’은 놀라운 퍼포먼스와 독특한 의상, 참신하고 재치 있는 설정으로 개막전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내한 공연 팀의 공연에 이어 라이선스 공연까지 만날 수 있도록 기획돼 더욱더 기대를 모은다. 오는 3월 26일, 앞서 개막한 ‘식스 더 뮤지컬’ 내한 공연팀의 활약이 마무리되고 나면 3월 31일부터 한국어 공연팀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6월 25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펼쳐질 한국어 공연은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일 라이선스 공연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2017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작품은 2019년 웨스트엔드 정식 데뷔 이후 바로 다음 해인 2020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단순한 듯하면서도 독창적인 구성, 뚜렷한 컬러 콘셉트와 시대적 목소리를 담은 메시지는 관객들이 ‘식스 더 뮤지컬’에 뜨겁게 열광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각각의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비욘세, 샤키라, 아델, 시아, 니키 미나즈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이미지가 영감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실제로 무대에 오른 여섯 명의 여왕들은 개별적으로 자신을 대표하는 색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미지 설정에 도움이 된 스타들과도 꽤 닮은 모습이었다. 이는 모두 94년생 젊은 창작자인 케임브리지 동문 출신 토비 말로우와 루시 모스 콤비의 눈부신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했다.

[사진제공=아이엠컬처]
[사진제공=아이엠컬처]

‘식스 더 뮤지컬’은 헨리 8세의 여섯 부인을 무대로 불러와 파격적인 무대를 펼친다. 헨리 8세와 가장 긴 결혼생활을 유지했으나 그만큼 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했던 아라곤의 ‘캐서린(아라곤)’, 국교를 바꾸면서까지 왕의 여인이 된 ‘앤 불린(불린)’, 왕자를 낳고 여섯 부인 중 유일하게 장례식이 치러진 왕비 ‘제인 시모어(시모어)’, 초상화만 보고 결혼 약속을 하게 된 클레페의 ‘앤(클레페)’, 어릴 때부터 매력적이었던 탓에 서른 살 넘는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다섯 번째 부인 자리를 차지한 ‘캐서린 하워드(하워드)’, 마지막으로 헨리 8세의 죽음을 지켜본 왕비 ‘캐서린 파(파)’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사연 없는 인물이 없다. 21세기 팝의 여왕으로 다시 깨어난 그들은 각각 이혼, 참수, 사망, 생존 등의 키워드로 요약된 자신들의 운명을 바탕에 두고 그동안 숨겨뒀던 이야기를 재기발랄하게 들려준다.

인터미션 없이 80분간 이어진 무대는 단 한 순간도 시선이 분산되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흡인력을 갖췄다. ‘역사상 가장 할 말 많고 사연 많은 여섯 왕비’라는 표현답게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았던 여섯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마이크를 잡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그들만의 ‘허스토리(Herstory)’를 자유로이 풀어낸다. 콘서트 형식을 취한 뮤지컬이라 특별한 무대 전환이나 장치 변화는 없어도, 눈부시게 화려한 조명 연출과 라이브 밴드 연주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다. 적절하게 가미된 상상력과 유머도 이런 유쾌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요소가 됐다.

또 작품에는 모두 열 곡의 넘버가 포함되어 있는데, 곡마다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가 반복돼 음악을 캐릭터에 맞춰 이미지화하기에 수월하다. 객석을 앞에 둔 채 한자리에 모인 여섯 왕비는 살면서 가장 고통받았던 한 사람을 리드보컬로 뽑겠다고 의견을 모은다. 그들은 순서대로 ‘아이엠송(I’m song)’을 부르며 자신의 인생을 노래로 표현한다. 제75회 토니어워즈 최우수 음악상, 빌보드 캐스트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이력답게 다양한 매력을 지닌 넘버들은 각종 음원 사이트나 공식 영상으로도 먼저 만나볼 수 있어 더 반갑다.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br>-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br>-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br>-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br>-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br>
▲ 최윤영 공연 칼럼니스트·아나운서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이처럼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확실히 다른 ‘식스 더 뮤지컬’은 장르가 가진 확장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해주는 작품이다. 역사적 인물을 둘러싼 사연들이 주를 이루는 만큼 미리 알고 보면 작품에 조금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지만,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보더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만한 뮤지컬이라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정, 여섯 개의 보석들이 최고로 빛나는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꼭 잡아보길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