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lt;사랑의 불시착&gt; 공연 장면 [사진제공=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티투엔미]<br>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공연 장면 [사진제공=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티투엔미]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여자가 갑자기 나의 세계로 들어와 일상을 휘젓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철저하게 지켜온 원칙이 무너진 순간, 작게 난 빈틈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회색빛으로 가득했던 세상을 따스함으로 물들인 단 한 사람. 그의 이름은 곧 ‘운명’이자 ‘사랑’이었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대작 드라마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철조망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한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이 그 주인공이다. 인기 스타 현빈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으면서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한꺼번에 받았던 동명 원작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방영 당시 TvN 드라마 시청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이뿐만 아니라, 가까이는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등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한류 열풍을 이끈 주역으로 손꼽혔다. 그만큼 검증받은 원작을 바탕으로 탄생한 ‘K-뮤지컬’이니,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에 쏟아지는 관심 또한 대단했다.

힘 있는 콘텐츠답게 영상화 사업도 빠르게 진행된다. 지난 10월 24일,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제작사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와 T2N미디어는 종합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의 공연 부문 자회사인 위즈온센과 손잡고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작된 영상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에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드라마만큼 매력적인 출연진 역시 기대를 모았다. 먼저 북한 총정치국장의 아들이자 5중대를 이끄는 장교 ‘리정혁’ 역은 민우혁과 이규형, 이장우가 맡았다. 그리고 그런 ‘리정혁’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영애 ‘윤세리’는 임혜영, 김려원, 나하나가 연기한다. 또 과거 윤세리와 깊은 인연을 맺을 뻔한 영국 국적 사업가 ‘구승준’ 역으로는 테이, 이이경, 한승윤이, 평양 최고급 백화점 사장의 외동딸이자 ‘리정혁’의 약혼녀 ‘서단’ 역에는 송주희, 김이후, 유연정이 캐스팅됐다.

뮤지컬 &lt;사랑의 불시착&gt; 공연 장면 [사진제공=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티투엔미]<br>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공연 장면 [사진제공=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티투엔미]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잊을 만큼 로맨틱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재벌의 딸 윤세리는 타고난 금수저지만 그만큼 뛰어난 능력 덕분에 자신의 사업마저 직접 성공시킨 마이더스의 손, ‘세리스 초이스’ 대표로 등장한다. 그러나 마음 깊이 자리한 외로움은 좀처럼 사라질 줄 몰랐다. 죽을 결심을 하고 떠났던 스위스에서 우연히 귓가에 들려온 선착장의 피아노 소리는 그에게 다시 살아볼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패러글라이딩 사고를 당하면서 북한에 불시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북한 장교 리정혁을 만난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인민무력부 보위국 소좌 조철강의 감시까지 더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물들어간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남북으로 나뉜 한반도, 수십 년간 더 벌어져 버린 이념 차이, 각기 다른 까닭으로 두 사람을 주목하는 시선들까지 모든 상황이 좋지 못했다.

물론 이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공고히 해 줄 지원군도 등장한다. 리정혁과 윤세리의 곁을 지키며 위험천만한 ‘세리 보내기’ 대작전을 함께 하는 5중대 대원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사택 단지 사람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극 중 분위기를 환기한다. 또 신식 교육을 받은 인물답게 주체적으로 삶의 행로를 결정하는 서단과, 그로 인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구승준의 이야기도 눈물겹다.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에는 이처럼 남북 분단의 아픈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줄 이야기들이 가득 담겼다.

작품은 무대에 알맞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색다른 매력을 장착해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극 초반부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 정보 없이 보는 관객이라면 이 부분에 더욱 집중해서 봐야 한다.

때때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도 잊지 않았다. 서로에게 총을 겨눈 극한의 대치 상황, 숨겨야만 했던 진실이 공개되는 순간, 극 후반부 납치사건 등 원작에서도 긴장감을 더했던 핵심 장면들은 극에 탄력을 주며 흥미를 돋운다.

다만 상대적으로 조금 단조롭게 느껴졌던 무대 연출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대 디자인이나 소품 활용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과 가창력, 아름다운 음악, 집약된 스토리가 무대의 아쉬움도 덜어낼 만큼 알차다. 총 16회에 이른 원작을 170분 안에 모두 담아내고, 한정된 공간 안에 경계 없는 배경들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구현하려면 어쩔 수 없는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창작 초연인 점을 고려해본다면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변화라 다음 시즌이 벌써 기다려진다.

▲ 최윤영 평론가·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br>-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br>-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br>-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br>-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br>
▲ 최윤영 평론가·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지난 9월 16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번 공연은 오는 11월 1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무대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생동감, 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압도적 매력이 궁금하다면 더 늦기 전에 꼭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을 만나보기를 바란다. 언제나 직접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경험은 없으니 말이다. 운명처럼 머문 사랑 이야기가 분명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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