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통한 비자금 조성 줄기 대비 주가조작 다툼 소지 클 가능성 촉각
미국 형사 및 상사 분야 경영판단이론 차용 법학 및 실무계 주장 커
오너 일가 보호작전 구도 치열한 전개 가능성...회사 측 아직 말 아껴

[사진제공=삼천리자전거]
[사진제공=삼천리자전거]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삼천리자전거 오너를 둘러싼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알려지면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총 300억원을 헤아리는 액수가 우선 충격적이다.

하지만 11일 업계에 따르면 어떠한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느냐를 놓고 쟁점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점쳐진다.

기아자동차 설립자 후손인 김석환 회장은 100억원대 횡령과 200억원대 배임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미 서울 본사와 의왕 공장,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도 전개됐다. 

횡령은 비자금 조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경우 보통 ‘금고지기’로 불리는 회사 내 회계 및 재무 관련자가 있다. 실제로 이번 삼천리자전거 사안에서도 임원 하나가 김 회장 수사선상에 같이 걸려들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김 회장의 범죄 혐의 중 하나인 배임은  ‘주가조작’과 뗄래야 뗄 수 없다. 분할되는 계열사의 주가를 올린 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이전 대비 높은 값에 회사에 판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기업 가치 제고라면,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회사의 자산과 노력을 여투여낸 끝에 이를 기반으로 계열사 가치를 끌어올린 비정상적 경우라면 문제가 된다. 이 경우 주식을 사들인 삼천리자전거 측은 에너지를 뺏기고, 그 값도 오너에게 치르는 등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즉 김 회장은 계열사의 몸집을 부풀려 주가를 올리는 과정에서 본체인 삼천리자전거의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논란이 된 계열사는 참좋은여행사다. 과거에는 참조은레져였다. 인적분할은 삼천리자전거와의 인적분할은 2007년 추진됐다. 지금은 언뜻 떠올리기 어렵지만, 구 참좋은레져는 자전거용 부품 등을 판매하는 자전거 사업부와 여행 패키지 등을 취급하는 여행 사업부 두 줄기로 짜여져 있었다.

인적분할과 상장 추진 과정에서 삼천리자전거가 일반 자전거만 집중하고 고급 자전거 사업을 내주었지만, 실상 뒷줄로는 참좋은레져 측을 물적으로 또 인적으로 도와줬다는 것이다. 일종의 몰아주기 문제다.

물론 고급 자전거만 떼어서 준다면 이는 사업의 주요 부분을 양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상법 체계상 크게 감시의 대상이 아니다.

고급 자전거 브랜드인 첼로, 블랙캣 외 내부적으로 일반 자전거 브랜드로 여겨진 아팔란치아까지 양수도 계약을 통해 참좋은레져로 이관된 게 문제로 꼽히는 부분은 바로 능력없이 인수인계돼 결국은 삼천리자전거 영업망과 인력, 비용 등이 지출돼 참좋은레져 자전거 사업을 먹여 살렸다는 의혹 부분이다. 현재 아팔란치아 등 문제 부분은 다시 삼천리자전거에 합쳐져 있다. 

쟁점은 여기에 있다. 경찰 등은 이러한 작업이 참좋은레져의 주가를 올리기 위한 무리하고 의도적 행동이라고 본다. 불법적 행위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위의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대목이다. 논의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김 회장의 이른바 ‘경영판단’에 따라 전개된 사업 이전과 재이전을 결과론적인 해석만 의존에 배임으로 다루는 게 과연 옳으냐는 반론이 강하다. 미국에서 태동된 경영판단이론과 이에 대한 배임죄 적용 불가론은 선진국 형법과 상법 등에서는 이미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2012년 미래지식성장포럼이 ‘배임죄 적용 논란과 개선 논의 확대 토론회-글로벌 경영 시스템 상황에서의 법적 한계’라는 세미나를 통해 경영판단에 대한 업무상 배임 처벌 불가론을 다뤘다. 행정법 분야의 당시 동국대 박민영 교수, 형사법 부문의 당시 숙명여대 이경렬 교수(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처벌불가론을 국내에 소개했다. 

이 경우 추가로 참조할 쟁점이 부당한 지원행위 논리다. 이는 원래 공정거래법(독점규제법)상 논리다. 삼천리 배임 이슈에 맞춤한 문제는 아니지만 중간에  ‘끼워넣기 지원’이라는 논리체계를 구축하려면 이 관점에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부당지원행위 금지는 사업자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통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해 살찌는 것을 막는 논리다. 이 삼천리자전거 사건에서 보면, 참좋은레져가 전혀 실력과 사업을 향후 할 의지 등이 없이 그저 이익을 따먹기 위한 수단으로 끼여들어 있기만 하는가의 문제다. 형사법 분야의 논지 강화에서 부당지원 차용을 하면 더 정교하지만, 반대로 이 부분을 잘 응용하면 김 회장 범죄 혐의 중 2/3를 차지하는 부분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2016년 사건을 보면, SK그룹이 내부에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설치 · 운영 · 보수하는 일을 전담하는 SI(시스템통합)분야에서 이 문제로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 이긴 케이스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SK 계열사들이 경쟁입찰을 통하여 거래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음에도 그룹내 SI 회사인 SK C&C에게 현저히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를 몰아줘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과징금만 약 347억원에 달하는 제법 중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구축했던 논리 즉 SK C&C가 비계열사와 거래할 때에는 인건비를 대폭 할인해주면서, 계열사와 거래할 때에는 정부 고시 단가를 그대로 적용한 주장은 배척됐다.

당시 법원은 SK C&C가 SK텔레콤에 제공한 유지보수 서비스의 수준이나 범위가 다른 계열회사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수준의 유지보수 서비스가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정상가격 문제가 치열한 쟁점이자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점임을 방증하는 케이스다. 

김 회장의 주식 매각 이후 구 참좋은레져(현 참좋은여행)의 주가는 1년 만에 1만원대에서 5000원대로 반토막이 된 바 있다. 이는 결국 삼천리자전거가 떠맡은 손실이다. 하지만 처벌이 과연 수사 당국 의중대로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삼천리자전거 측은 배임죄 논쟁의 방어 전개에 대한 질문에 쉽게 전략노출을 하려 하지 않는 듯 하다. 이 질문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횡령 문제와 마찬가지로 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회사 측 의중과는 달리, 법정공방이 본격화될 경우 이 부분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