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육아 법안 220건 중 단 7건 개정
지난해 0건…“정당, 저출생 공약만 반복”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앞에 정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앞에 정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2명에 그치는 등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지만 국회는 이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21대 국회가 4년 동안 임신·출산·육아 등 관련 개정한 법안은 7건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 저출산 관련해 개정한 법안은 단 한건도 없었다. 

직장갑질119는 11일 제21대 국회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과 관련된 모부성보호제도 법안 처리 현황을 확인해 발표했다. 모부성보호와 관련된 법률로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으로 한정해 분석했다.

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해당 세 가지 법률에 대한 개정안은 총 491건인데, 그중 220건(44.8%)이 모부성보호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21대 국회 임기 가운데 개정된 관련 법안은 단 7건(3.2%)에 불과했다. 대안반영폐기(21건)를 포함한다 해도 28건(12.7%)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단 1건의 관련 법안도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육아휴직 기간 1년 6개월로 연장 및 배우자 출산휴가 20일로 확대 △난임 치료비 지원 확대 △긴급 돌봄 서비스 확대 등을,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출산 시 부모 모두 1개월 유급휴가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 210만원으로 인상 △연 4일 자녀돌봄 유급휴가 △육아 동료수당 신설 △아이돌봄 서비스 전면 확대 등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도 도입 △비정규직 여성 출산휴가보장제 도입 △육아휴직 소득대체율 상한선과 하한선 상향 및 육아휴직 부모쿼터제 도입 △맞벌이 부부 영유아 돌봄서비스 세제 지원 추진 등을, 22대 총선에서는 △2자녀 출산 시 24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소득 자산 무관 가구당 10년 만기 1억 대출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확대 및 육아휴직급여에 워라밸 프리미엄 급여 추가 지원 △자동 육아휴직 및 성별근로공시제 제도화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직장갑질119는 “두 정당 모두 지난 대선에서의 저출생 공약이 왜 이행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어디서 본 듯한 저출생 공약을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별 처리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80건이며, 이중 저출생 관련한 내용이 담긴 법안은 137건이다. 137건 중 국회 임기 내 처리된 법안은 18건으로 이 가운데 15건이 대안반영폐기됐고 원안 가결된 발의 법안은 3건(2.1%)에 그쳤다.

통과된 법안의 내용은 △대규모 재난 등의 상황에서 가족돌봄휴가 기간 연장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 현행 1회에서 2회로 확대 △고용상 성차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임신기 여성 근로자 육아휴직 사용 보장이다.

근로기준법 개정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21건이며, 이 가운데 저출생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은 30건이다. 해당 30건 중 국회 임기 내 처리된 법안은 고작 2건인데 그중 1건은 대안반영폐기됐다. 즉, 발의 법안 중 단 1건(3.3%)만이 개정된 셈이다.

개정된 한 건의 법안은 ‘임신 중 여성근로자가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의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허용하도록 하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90건이며, 이 중 저출생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은 53건이다. 여기서 국회 임기 내 처리된 법안은 8건인데,  5건은 대안반영폐기됐고 3건(5.7%)만 개정 처리됐다.

개정된 법안은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출산전후휴가기간 중 계약기간 만료 시 남은 휴가 기간에 대한 출산전후급여 지급 △예술인 및 노무제공자 출산전후급여 지급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유산·사산휴가기간 중 계약기간 만료 시 남은 휴가 기간에 대한 유산·사산휴가급여 지급 등이다. 

직장갑질119 김서룡 노무사는 “관련 상담 중 상당수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개정안의 통과가 언제쯤 이뤄지느냐는 문의”라며 “문의하는 사람도 답답하고 상담하는 사람도 답을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저출생 관련 법안이 단 1건도 통과되지 않았다”며 “‘지난 2023년 저출생 관련 법안 개정안 0건’이라는 수치를 보며 제21대 국회에 0점이라는 점수를 돌려주고 싶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