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오렌지색 의복.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오렌지색 의복.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의 원인규명과 실종자 수색을 위한 심해수색에서 발견된 유해는 필리핀인 선원의 것이라고 주장해 실종자 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구아이바 항만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전체 승선원 22명 중 필리핀 선원 2명만이 구조됐으며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4명 등 22명은 아직까지 실종된 상태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외교부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며 “인권위 조사에서 외교부는 수색 당시 발견된 유해가 필리핀인 선원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이후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진정 이유를 설명했다. 실종자 수색, 유해 수습 등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이 진행되던 지난 2019년 2월 21일 실종선원 중 한 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와 유류품이 발견됐다. 그러나 당시 유해와 유류품은 회수되지 않았다.

이에 대책위는 유해수습과 침몰원인 규명을 위한 2차 심해수색 실시를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을 진행하는 한편, 지난해 7월에는 국회 공청회를 통해 2차 심해수색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외교부는 인권위 조사에서 “심해수색 당시 발견된 오렌지색 옷은 한국인 선원의 근무복이 아니라 필리핀 선원의 근무복이다. 때문에 당시 수색선에 탑승했던 실종자 가족도 유해수습에 대해 별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원들이 비상탈출용 방수복을 입고 있었으며, 이 방수복의 색깔도 오렌지색이다”라며 “발견된 유해의 오렌지색 옷이 방수복일지, 필리핀 선원의 근무복일지는 유해를 수습해 신원을 확인하기 전까지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1차 심해수색 당시 외교부 공무원은 심해수색선에 탑승하지 않았다”며 “무엇을 근거로 ‘수색선에 탑승한 가족이 유해수습에 대해 별 얘기를 안 했다’는 거짓말을 하느냐”고 공개 질의했다.

당시 수색선에 탑승했던 가족이 인권위에 제출한 진술서 내용에 따르면 이 가족은 심해수색선 총괄책임자에게 유해를 수습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총괄책임자는 “유해를 보관할 냉동장비가 없고, 종교적인 문제도 있어 외교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대책위는 “침몰현장에서 눈앞에 또렷이 보이는 유해를 내버려 둔 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겪은 가족을 음해하며 거짓말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외교부를 비판했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5월 6일 “실종자 가족에게 심해수색 과정에서 나온 정보 일체를 공개하라” 스텔라데이지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바 있다.

대책위는 “시간을 끌면서 실종자 가족들을 괴롭혀오던 외교부는 같은 국가기관인 인권위에도 거짓말을 일삼으며 재난 피해자들을 또다시 짓밟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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