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지난 2019년 6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계약관련 외교부 정보공개 거부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가 지난 2019년 6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계약관련 외교부 정보공개 거부에 대한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법원이 지난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잔해 수색 과정 정보 일체를 실종선원 유족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다시 판결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이원형)는 지난 20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선원 허모씨의 가족이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구아이바 항만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 상하이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승선원 24명 중 필리핀인 선원 2명만 구조됐으며, 한국인 선원 8명, 필리핀인 선원 14명 등 승선원 22명은 실종된 상태다.

외교부는 한국인 실종선원의 생사 확인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2018년 12월 28일 외국의 심해수색 업체 오션인피니티와 심해수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오션인피니티는 2019년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사고해역에서 심해수색 작업을 해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류품, 스텔라데이지호 선체, 블랙박스(VDR)를 발견했으나 유해수습은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블랙박스만을 회수한 채 수색작업을 종료했다.

허씨의 가족은 심해수색 과정에서 실종자의 것으로 보이는 유해와 유류품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수습하지 않은데 의문을 제기하며 2019년 5월 3일 외교부에 오션인피니티와의 계약서, 수색결과 보고서 관련 자료, 협상 회의록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수색결과 보고서 ▲선체 정밀촬영에 대한 제안서 등에 대해 오션인피니티의가 언급한 내용 전체 ▲업체 제안서 평가위원회 회의록 등을 공개하면서도 비공개 계약 합의를 한 점, 관련 정보 일부가 오션인피니티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점 등을 이유로 ▲오션인피니티와의 계약서·회의록 ▲결과보고서 ▲이메일 ▲용역 대금 지급 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허씨의 가족은 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라며 오션인피니티의 제안서에 대한 평가위원회 기록 중 평가위원의 개인식별정보 등 일부만 비공개 대상 정보로 분류하고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계약서가 공개되지 않으면 원고를 비롯한 실종자의 가족들은 심해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기준을 전혀 알 수 없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공개법에 명백히 반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사실상 전면 공개를 명령한 1심과 달리 계약서 중 오션인피니티가 제시한 과거 유사용역 수행실적, 심해수색에 사용한 장비 내역과 수색 전략, 금융계좌 정보 등은 오션인피니티의 영업상 비밀 등이 공개돼 이익이 침해된다며 비공개 결정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이 원하는 실질적인 정보인 계약서와 이메일에 대해서는 정보공개 판단이 내려진 만큼 사실상 실종자 가족의 승소나 다름없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허경주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쟁점이 됐던 것은 이메일의 공개 여부였는데, 당시 협상이 이메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1심과 2심 모두 이메일에 대해서는 (공무를 진행한 것이기에)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공무원 개인 이메일로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또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오션인피니티의 심해수색 제안서 평가가 있었는데, 당시 해경 관계자가 유해발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했다. 오션인피니티는 이에 대해 굉장히 구체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외교부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심해에서는 압력이 너무 높아 유해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유해발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후 심해수색선이 출발하면서 오션인피니티 측은 심해수색선에 탑승한 실종자 가족에게 수색절차를 설명하면서 유해가 발견될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 이에 한국에 남아 있던 실종자 가족들과 대책위는 외교부에 유해수습 가능성을 일축해 온 데 대해 항의하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유해수습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허 대표는 “당시 외교부는 유해가 발견되면 그때 이야기하자는 입장이었다”면서 “도대체 외교부가 어떻게 협상했기에 심해수색 계약 50일 전부터 유해발견 가능성을 인지하고서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정보공개청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외교부가 항소심에도 불복해 국민의 세금을 들여가면서까지 상고를 한다면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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