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지난해 3월 인권위에 진정 제기
“존엄성·행복추구권 등 기본권 침해…지푸라기 잡는 심정”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허경주 부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과 그 이후의 진행상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허경주 부대표가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과 그 이후의 진행상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가 발생한 지 1544일째, 4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가운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가 열렸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 구아이바 항만에서 철광선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했다. 당시 전체 승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인 선원 2명만이 구조됐으며,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인 선원 14명 등 22명은 실종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2월 1차 심해수색으로 스텔라데이지호의 VDR(블랙박스) 2개 중 1개를 회수하고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했다. 하지만 심해수색업체와의 계약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해를 수습하지 않았다. 회수한 블랙박스는 훼손돼 데이터를 복구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2차 심해수색을 통해 아직 회수하지 못한 나머지 블랙박스 1개를 회수해 침몰원인을 규명하고 유해를 수습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해왔다.

국회에서도 이에 공감하고 2차 심해수색 예산 배정을 정부에 촉구했지만, 기재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차 심해수색 예산 100억원을 삭제했다.

이런 가운데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해 3월 19일 “국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원인규명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유해를 수습하지 않아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이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는 인권위의 결정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책위 허경주 부대표는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심해수색의 목적을 선원 생사확인과 사고원인 규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가지 목적 모두 달성에 실패했다”면서 “2차 심해수색으로 조타실 내부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블랙박스를 수거해 침몰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유해발견 당시 “수습 자체가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허 부대표는 “외교부의 발언은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이다. 이후 외교부는 ‘똑같은 물체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본다’며 유해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외교부는 ‘실종자 가족이 유해수습을 오쳥하지 않아 계약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외교부가 “깊은 바다에서는 유해발견이 어렵다”고 말해 유해수습을 요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허 부대표는 “유해를 수습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허 부대표는 “최초 사례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2차 심해수색을 통한 원인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안전 시민넷 법률위원장 오지원 변호사가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생명안전 시민넷 법률위원장 오지원 변호사가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정부,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부작위 상태”

발제로 참여한 생명안전 시민넷 법률위원장 오지원 변호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에 대해 국가가 시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국가는 시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피해자 유족이 투사가 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서 지침이나 시행규칙 정도를 행동규범으로 삼는 공무원들은 아주 미시적인 근거까지 요구하며 소극적 태도를 일삼고 가족들은 2차 피해를 입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생명권, 안전권의 침해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인간의 존엄성과 직접 관련된 것이기에 침해상태를 조금이라고 회복하려면 헌법과 기본권으로 복귀하는 수밖에 없다”며 “명확한 관점과 방향, 내용이 부재한 상태에서 인권위가 이를 확인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정부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구의 유해도 수습하지 않았다. 기재부 안일환 차관은 민간인들의 희생에는 국가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4년 넘게 유해수습과 관련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부작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텔라데이지호 승선자들의 경우 유해수습이 4년 이상 방치돼 있고, 정부는 블랙박스 수거를 위한 수색을 하면서도 유해수습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유해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작위는 심각한 수준의 평등권 침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인권위는 재난상황에서 실종자 가족 등 피해자들이 겪는 참혹한 인권침해의 수준과 내용을 세세히 체감하는 수준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과 인권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헌법과 관련 법률의 취지에 따라 이번 진정사건에 임해야 한다”며 “각 부처의 재난대응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국민의 인권의식과 눈높이에 맞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조치를 촉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건국대 법학전문재학원 한상희 교수는 “2차 심해수색을 하지 않는 국가의 조치가 인권침해”라고 질타했다.

한 교수는 “헌법 전문은 국가의 존재 목적을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 국가가 어느 날 갑자기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과 관련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대한민국의 부재로 인권은 여지없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는 사인(私人)에 의한 침해뿐 아니라 재해나 사건·사고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사례로부터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재난이나 사고로 인해 실종된 사람의 시신을 수색하고 수습하며 인간으로서의 품위에 상응하는 장사(葬事)가 행해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 역시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실종자에 대한 국가의 조치는 실종자와 그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한 것”이라며 “오션인피니티사와의 계약을 통해 수색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종자와 그 가족의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너무도 불충분하고 위법한 조치를 취했고, 그 하자는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부는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기는커녕 정보를 감추거나 허의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종자 가족들을 기망했을 뿐 아니라, 심해수색 계약과정에서도 실종자 가족의 참여를 거부하는 등 스스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적극적이고 악의적으로 해태해 왔다”며 “헌법상의 기본권보호의무는 1차적으로 ‘민간인’이라 불리는 일반 국민을 위함임을 인식조차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법학전문재학원 한상희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건국대 법학전문재학원 한상희 교수가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진지하게 실종자 가족 요구 경청해야”

이날 토론에 나선 건국대 법전원 이계수 교수는 “국가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를 진지한 태도로 경청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므로 더 늦기 전에 국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해를 발견하고도 수습하지 않은 것, 유해수습을 4년 동안이나 방치하고 있는 것이 부작위에 해당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부작위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국가배상법상의 부작위에 해당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공권력의 불행사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불행사가 계속되는 한 기본권침해 상태도 계속되기 때문에 이 사안의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헌재는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에게 의무를 지운다는 의미에서라도 적극적인 헌법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을 국가배상청구소송 등으로 다투는 경우 승소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와 관련한 부작위의 경우 공무원의 작위권한이 법령에 의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법원은 재량축소적 판단을 하게 될 텐데, 그러한 관점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부작위로 판단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이 문제는 헌법과 그에 기초한 법률 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남은 과제는 외국에서 시행 중인 재외국민 보호 법제를 참고해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완해나가는 운동을 하면서 부칙에서 스텔라데이지로 침몰참상 대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다”고 제안했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스텔라데이지호가 3000m 바닷속으로 사라진 지 4년이 넘었다.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실종자 수습은 문재인 정부에 의해 거부당했다”면서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단계조차 완전히 봉쇄해버리는 이 사회에서 같은 구성원으로 살아갈 길은 없다”면서 “발견한 시신 수습조차 거부하는 것은 실종자 가족들을 이 사회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실종자 가족들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인권위의 문을 두드렸다”먀 인권위가 선례를 따지고 법리를 따지고 현실을 따지는 것은 그 ‘지푸라기’를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권위는 실종자 가족들이 가족의 죽음을 확인하고 가족의 부재를 인정하며 가족의 희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가고 덜 미안한 재회를 꿈꾸며 여생을 사람으로서,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살아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인권위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생명안전 시민넷 법률위원장 오지원 변호사, 건국대 법학전문재학원 한상희 교수,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건국대 법전원 이계수 교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 4·16재단 박성현 나눔사업팀장이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생명안전 시민넷 법률위원장 오지원 변호사, 건국대 법학전문재학원 한상희 교수,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건국대 법전원 이계수 교수,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 4·16재단 박성현 나눔사업팀장이 21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보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 토론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인권의 눈으로 바라봐야 국가가 책임질 수 있어”

다산인권센터 박진 상임활동가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를 인권의 눈으로 바라봐야 국가가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활동가는 “재난은 피해자의 잘못에 따른 안타까운 상황,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 우연적인 사고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현대의 재난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와 국가에 상시적으로 존재해 왔던 위험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점에서 재난은 재난이 일어나기 이전의 사회가 만들어 낸 구조적 문제가 재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거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참사가) 인권의 사건으로 호명돼야 무수히 많은 규범들을 강제할 힘이 생긴다”면서 “그래야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을 투입하고 절차를 마련할 의지가 생긴다. 노후한 선박, 개조화물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16재단 박성현 나눔사업팀장은 “우리는 한 사회 구성원이 그의 뿌리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인 가족을 현장에서 찾는 일, 그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를 묻고, 원인 제공자를 처벌하는 일과 같이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그 이치와 수순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매일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어야만 한다. 그렇게 해도 사회는 꿈쩍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누구나 재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에 사는 우리 모두의 권리라 볼 수 있는 권리를 떠올려 본다. 살아나올 권리, 몸과 마음을 추스를 권리, 안정을 지킬 권리, 실종자 수색에 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 실종자를 기다리는 동안 인도적 지원을 받을 권리, 실종자 수색을 포기 당하지 않을 권리, 시신 인도 과정을 존중받을 권리, 장례 절차를 포함해 추모와 애도에 대한 조력을 받을 권리. 이는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라고 서명했다.

그러면서 “과연 이 당연한 것들을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인가. 당연하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들을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은 “인권위에 아쉬운 것은, 사법기관이 아님에도 실정법과 기존 판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권위원들이 법조인과 같은 사고를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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