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지원 특혜논란, 공적자금 경영권 방어에 악용될까 우려
오너 일가 갑질 이력, 통합 항공사 경영 적격성 문제도 제기
산은 “건전경영 제도적 장치 마련, 어기면 위약금 물릴 것”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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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되자 오너 일가의 경영 자질을 묻는 비판부터 특혜 논란까지 다양한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합병법인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갑질과 전횡으로 비판을 받아온 오너 일가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사실상 항공시장의 독과점이 예상되는 만큼 갑질 경영으로 비판을 받아온 한진가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대한항공이 인수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산업은행은 통합 항공사가 탄생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세계 일류 항공사로 도약해 나가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후, 한진칼이 이 자금을 토대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 이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1조5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 등을 매입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같은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매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자산 40조원, 매출 19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양사의 글로벌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은 2019년 기준 각각 19위, 29위로, 이를 단순 합산하면 글로벌 항공업계 세계 7위로 순위가 올라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두 항공사의 합병 계획이 알려지면서 업계 내외에서는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산업은행의 계획대로라면 한진그룹은 자금을 들이지 않고 국책은행의 지원과 유상증자만으로 통합 국적항공사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진은 증자를 통해 확보한 돈으로 대한항공의 부채 1조원 가량을 갚을 수도 있으며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3대 주주로 올라서며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우호 지분을 갖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뉴시스

이와 함께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수차례 대내외적인 갑질로 논란이 됐던 점도 통합 국적항공사의 운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 조원태 회장의 동생인 한진칼 조현민 전무는 과거 대한항공 전무 시절 물컵 갑질 사건이 불거지면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조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과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팀장급 직원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유리로 된 음료수 병을 바닥에 던져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외부에 공개된 당시 녹취록에는 조 전무로 추정되는 인물의 고성과 폭언이 담겨 있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한진가 남매의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을 상대로 총 22회에 걸쳐 상습 폭행 및 폭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이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 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를 폭행하고 경비원에게 가위를 던진 정황 등을 파악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전 이사장의 재판은 이날 항소 결심 공판이 진행됐고 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더욱이 이들 오너 일가는 故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후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부사장에서 물러난 장녀 조현아는 차남 조원태의 회장 취임 이후 반기를 들고 KCGI, 반도건설 등과 3자 주주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조 회장의 경영권 견제라는 데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으며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서도 한진칼 주주의 권리를 훼손한다며 법원에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갑질 경영에 대한 개선안 없이 여전히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는 오너 일가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방침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선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천억원의 국민 혈세가 기업 총수의 경영권 다툼에 악용되지 않도록 오너 일가에 대한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례가 있다. 이러한 갑질 기업에 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이다”라며 “산업은행이 철저하게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를 반드시 사외이사로 추천해 오너일가에 대한 올바른 견제는 물론, 투명경영의 확립을 통해 혈세낭비를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역시 “산업은행과 공적자금이 특정 기업 총수와 경영진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는데 활용되는 것은 큰 문제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경영진은 횡령·배임, 명품밀수와 같은 사익편취 행위는 물론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의 행위로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이후 지배구조 개선이나 책임경영에 대한 개혁 없이 경영권 분쟁을 일삼고 있다”라며 “한진칼의 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방침, 독과점 해소방안, 고용안정 등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뉴시스

이 같은 외부의 비판과 우려가 확산되자 조원태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공적자금 지원을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독과점에 따른 고객 편의 저하나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조 회장은 “(특혜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산업은행에서 먼저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만 얘기했다.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얘기하며 진행됐다”라며 “(독과점)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고객들의 편의 (저하)나 가격 인상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 간의 갈등 해소에 대해서는 “지금도 가족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함께하는 ‘3자 주주연합’의 반발에는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또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알고 있지만 특정 재벌을 위해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항공산업과 국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또 한진그룹이 건전경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리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이날 열린 ‘주요이슈 온라인 간담회’에서 “조 회장이 비난받는 것도 알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조현민 한진칼 전무 문제 등 다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행사하는 사람이랑 협상할 수밖에 없다”라며 “건전경영 관련해서 촘촘하게 제도적 장치를 했고 만약에 건전경영 약속을 안지키면 몰취하고 위약금을 물리는 일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특혜는 재벌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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