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임원진 징계 및 과태료·과징금 부과
보암모 “암 환자 손 들어줘, 의미 있는 결과”
금융위 결정 남아, CEO 인사 등 후폭풍 주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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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 조치안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향후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지만 제재가 확정될 경우 삼성생명의 향후 인사 후폭풍 등 차질이 불가피 하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제재심의원회를 열고 삼성생명에 ‘기관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일부 임원진에는 3개월 감봉과 견책이 내려졌고, 과태료와 과징금도 부과했다.

이번 금감원의 제재안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향후 금융위가 제재안에 대해 최종 확정하고 기관경고가 이행되면 삼성생명의 신사업도 1년 동안 가동을 중단한다.

이번 제재심의 주요 쟁점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약관상에 명시된 암 입원보험금 지급 사유인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보암모 이정자 공동대표가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며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이 대표의 요양병원 치료는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암 입원비 지급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제재심에서 대법원의 판례를 가지고 보험금 부지급 건에 대해 문제가 없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감원은 요양병원 입원비 분쟁은 사례별로 쟁점이 다른 만큼 대법원의 판례만으로 전체 암 환자들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봤다. 따라서 대법원 사례와 달리 실제로 말기 암 등 암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할 경우 보험사 측에서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 역시 의료법상 병원의 범위에 포함된다.

그러면서 특히 말기 암이나 잔존 암 및 암 전이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삼성생명이 이에 대해 보험금을 부지급한 것을 지적했다. 또한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종합 검사에서 암 환자에게 병원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했던 케이스의 약 20~30% 수준만 지급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

보험사가 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선 환자의 주 치료병원 의사 혹은 제3의 의사의 전문적 의학 소견 등을 통해 사유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합병증이나 후유증처럼 암의 직접적인 치료와 연관이 없는 장기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삼성생명이 ‘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에 해당하는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보암모 김근아 공동대표는 “금감원이 암 환자들의 손을 들어준 점에 대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라며 “다만 금융위원회가 최종 확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의 입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끝가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제재가 확정될 경우 경영진 책임론에 따른 인사 파장은 물론 향후 신사업 진출 등 경영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CEO 교체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올해 초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의 인사가 이뤄진 만큼 추가적인 CEO 교체는 희박하다는 주장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삼성생명 전영묵 사장의 경우, 이번 중징계로 인해 삼성생명이 인수합병을 통한 자산운용 진출과 헬스케어 콘텐츠 개발 등 신사업 진출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전 사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번 중징계는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지배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그룹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지분(20.76%)을 상속받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중징계로 최대주주 특수 관계인(가족)으로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는 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위의 최종 확정이 나올 때까지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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