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투데이신문 편집

 

【투데이신문 경제산업부】 2020년의 주요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모든 것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구축되는 초연결 시대가 도래 했고 미래사회의 상징으로 여겼던 자율주행 자동차,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 재택 화상회의 등이 현실화 됐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상용화는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인텔의 공동 창립자 고든 무어는 컴퓨터의 성능이 기하급수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제시했지만, 현재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은 이보다 7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과학기술 분야의 사건들이 있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KFE) 세계 최초로 인공태양의 가동을 20초 이상 유지했고, 로켓분야에서는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해제되면서 한국 우주산업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밖에도 발전한 의학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첫 냉동인간의 사례가 등장해 다양한 윤리적 과제를 던졌고, 초연결 시대의 효용성 이면에 인간관계의 단절과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수면위로 올랐다. <투데이신문>은 올해 나타난 과학기술계의 이슈 10개를 선정해 한국 IT 산업의 미래를 가늠해 봤다. 

 

지난 5월 국내 첫 냉동인간이 탄생해 러시아 기업 크리오러스에 보존됐다  ⓒ크리오아시아

국내 첫 냉동인간 사례 탄생

지난 5월 국내에서 첫 냉동인간의 사례가 나왔다. 국내 냉동보존 서비스 업체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50대의 한 남성은 암으로 돌아가신 80대 어머니에 대한 애끊는 마음에 인체 냉동보존을 신청했다. 냉동인간은 문명이 유지된다면 언젠가는 의학을 통해 대부분의 질병이 극복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토대로 한다.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나노기술은 이 같은 기대에 힘을 실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상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냉동인간이 새로운 장례 형태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해동기술의 확보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냉동된 세포들이 해동되는 과정에서 모세혈관이나 조직에 상처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냉동인간이 특권층에게만 향유될 수 있다는 불평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며 죽음의 자기결정권 등 윤리적 문제 역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과제다.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미래 에너지 전환 이끄는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태양은 핵융합 에너지의 결정체다.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핵들이 충돌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쉬지 않고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만큼 에너지가 발생하며 이것이 태양 에너지의 원천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태양 에너지로부터 생명의 열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원자력 에너지가 핵분열을 기반으로 했다면 미래사회는 핵융합의 시대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에서 연구 중인 KSTAR는 이 같은 핵융합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일종의 인공태양 장치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만들기 위해서는 핵을 구성하는 이온과 전자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든 후, 이온 온도를 1억℃ 이상 초고온으로 유지해야 한다. KSTAR 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1억℃ 초고온 플라즈마를 20초 이상 연속 운전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KSTAR는 오는 2025년까지 1억℃ 초고온 플라즈마의 300초 연속운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를 발표하는 청와대 김현종 안보실2차장 ⓒ뉴시스 

우주산업의 첫걸음, 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20년 개정 미사일 지침’을 새롭게 채택했다. 한국은 지난 1979년 ‘한미 미사일 지침’을 채택하면서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를 충분히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을 받아왔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우주발사체가 우주로 날아오르기 위한 에너지 총량의 1/50~1/60 수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유의미한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국방, 산업, 연구 등 다방면에서 급속한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정부는 향후 저궤도 군사 정찰 위성을 우리의 필요에 따라 쏘아 올리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브리핑을 내놓기도 했다. 민간 영역의 우주 산업 개발도 한국판 뉴딜 정책과 함께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글로벌 우주산업의 규모는 2018년 기준 3600억달러(한화 약 393조12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40년 경 1조달러(한화 약 1092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언택트 시대 앞당긴 코로나19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로의 변화는 언젠가는 도래할 생활양식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예상보다 빠른 전환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이커머스,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동영상, 핀테크 등의 영역에서는 이미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또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미래기술 역시 코로나19를 촉매제 삼아 빠른 발전과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와 화상회의의 일상화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산업계의 대표적인 변화로 꼽힌다. 이에 따라 슬랙(Slack), 줌(Zoom), 팀즈(Teams) 등 화상회의 협업 플랫폼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향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다시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리적 관계 단절에 따른 우울감 등 부작용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것을 디지털로 대신할 수는 없다며 대면접촉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심항공교통 서울실증 행사에서 중국 이항사의 2인승급 드론택시용기체 이항216이 시범비행을 하는 모습 ⓒ뉴시스

모빌리티 시장 뛰어드는 기업들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도심항공교통 등으로 상징되는 모빌리티 시장은 미래 IT산업의 핵심적인 영역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자동차의 발명 이후 대중 보급화까지는 75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은 7년에 불과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현재, 이동수단의 혁신은 보다 빠르게 일상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는 물론 국내외 기업들 역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서 벗어날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최대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과 함께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기업 과제를 선언하기도 했으며 최다 가입자를 보유한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추진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정부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늘을 나는 교통서비스 도입에 착수했다. 

 


 

애플스토어 ⓒ뉴시스

소비자 비판 직면한 애플의 갑질

혁신적인 디자인과 서비스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왔던 애플이 갑질행위로 도마에 올랐다. 실제 A씨는 지난 11월 맥북 프로 레티나 2014년형을 최신 OS로 업데이트 한 후 컴퓨터가 먹통이 되는 현상을 겪고 애플스토어를 방문했다. ‘업데이트 후 먹통’ 현상은 본사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만큼 A씨는 무상수리를 요구했지만 국내 애플스토어 담당자는 이를 거부했고 책임자를 불러달라는 말에 오히려 영어를 할 줄 아냐며 면박을 줬다. 이후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응대는 계속됐다. 모습을 드러낸 매니저는 ‘업데이트 때문에 고장이 났는지 알 수 없다’, ‘업데이트는 고객의 선택이다. 저도 구형 맥북을 쓰지만 업데이트 안 하고 있다’라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애플은 강한 역풍을 맞았고 결국 담당자는 A씨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A씨는 애플의 물리적 보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형 기기 피해자들에 대한 제조사 차원의 전면 무상수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공인인증서 폐지법안을 담은 전자서명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뉴시스

공인인증서 폐지 민간인증 시대의 도래, 보안성 강화가 초점

지난 1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난 21년간 개인 보안인증을 상징해왔던 공인인증서가 폐지됐다. 다만 공인인증서 자체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민간인증서들과 함께 다양한 보안인증 도구의 하나로 남게 된다. 공인전자서명제도 폐지가 2018년 발표된 이후 이통3사의 PASS, 카카오, 네이버, 페이코 등 다양한 민간인증서들이 등장했다. 특히 PASS는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유리한 접근성을 장점으로 내세워 11월 말 기준 누적 발급 2000만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연말정산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에도 민간인증이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가 민간인증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공인인증서만으로는 진화하는 해킹 기술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배경도 있다. 과거 공인인증이 보안프로그램이나 개인 확인 절차 등으로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았다면, 민간인증에는 생체인증·클라우드·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적용돼 보안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통3사에 5G 불통의 책임을 묻고 나선 참여연대 ⓒ뉴시스

5G 시장의 확산, 소비자 체감은 글쎄 

이동통신 5세대 서비스 5G가 지난해 4월 세계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 된 이후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5G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이론상 LTE보다 20배 빠른 기술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체감하는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5G 기기와 요금제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LTE를 이용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5G 품질 민원이 총 926건에 달한다는 보고를 내놓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5G 세계최초 상용화라는 이벤트를 위해 졸속심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상용화가 돼 기지국의 수도권 편중현상 또한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통신업계에서는 산업영역에서만 20배 빠른 속도가 도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새어 나오면서 가입자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OTT 시장, 넷플릭스 주도 가운데 각축전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팡은 월 2900원이라는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콘텐츠의 질은 아직 두고봐야겠지만 월 1만원대의 다른 OTT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금액이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한국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 닐슨클릭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OTT 점유율은 넷플릭스 40%, 웨이브 21%, 티빙 14% 순이다. 넷플릭스는 K좀비로 불리는 드라마 킹덤의 글로벌 흥행 등에 힘입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입자를 늘려가는 추세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독주체제가 계속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마블을 비롯한 강력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출범 1년 만에 글로벌 구독자 7000만명을 확보하기도 했다. 국내 토종 OTT인 웨이브 역시 독자적인 콘텐츠를 늘려가며 꾸준히 시장을 환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래사회의 과제, 정보유출 등 개인정보 불법거래 

온라인을 중심으로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개인정보의 유출과 이를 이용한 불법 거래 역시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온라인 개인정보 불법 유통 게시물 적발 건수는 52만3146건이나 됐다.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개인정보가 유통된다는 것은 그만큼 해킹 등의 다양한 경로로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 6월 하나은행을 해킹하려던 A씨가 체포된 이후 그의 외장하드에서는 61기가바이트에 이르는 개인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면 플랫폼,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을 특징하는 다수의 기술들이 온라인 연결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향후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에 대한 과제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