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파기환송심서 징역 2년 6개월 선고
참여연대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아쉬운 판결”
이 부회장 측, 판결 검토 후 재상고 여부 밝힐 듯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공여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뉴시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공여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지만 시민단체는 야기된 사회적 혼란해 비해 아쉬운 형량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에 공모해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파기환송심 재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에 따른 횡령액을 86억8000여만원으로 판단했으며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로 참작하지 않았다.  

앞서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도움을 청탁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지난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뇌물공여에 따른 횡령 금액 일부를 다시 유죄 취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뤄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2017년 8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으며, 항소심에서는 뇌물 금액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내린 바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강요에 의한 뇌물공여였다는 점을 항변해왔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번 공판 직후에도 “이 사건은 본질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특검은 이 부회장 측에서 적극적인 뇌물공여가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지난 11월 진행한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시대 변화에 따라 경제적 권력이 최소한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라며 “재계서열 1위인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는 한쪽이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윈윈(WIN-WIN)의 대등한 지위에 있음이 명백히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은 재계 총수에게 특권처럼 적용돼온 3‧5법칙(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사법부는 재계 총수나 2‧3세 경영인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유죄취지는 유지하되 실형을 면하도록 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밖에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이 부정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은 지난해 2월 삼성그룹의 윤리·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고 독립성과 지속적인 활동을 약속했지만, 재판부는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의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 이후 재계는 일제히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의 경영 공백이 리더십 부재로 이어져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입장문을 내고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발 경제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진두지휘하며 한국경제를 지탱하는데 일조해 왔는데, 구속판결이 나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부디 삼성이 이번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지속 성장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또한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세계 각국의 자국 산업 보호 중심의 경제정책 가속화 등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돼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재판이 있던 오후 2시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며, 전일 종가 대비 3.41%(3000원) 하락한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역시 이 부회장 구속 소식 직후 3003선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해 전장 대비 2.33% 하락한 3,013.93으로 이날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및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게 선고된 형량이 죄의 크기에 비해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86억여 만원의 뇌물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고, 삼성물산 직원이 10억원 횡령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던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우려했던 바와 같이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으나 해당 범죄가 우리 경제 질서에 미친 영향과 기업을 동원한 범죄행위의 중대성과 반복성,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야기됐던 사회적 혼란,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 등을 감안하면 2년 6개월의 징역형은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본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 스스로 적극적인 뇌물공여 의사를 밝히고 무려 86억6000만원에 이르는 회사 자금을 횡령해 제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 불법합병 과정을 눈감아주거나 국민연금을 통한 부당지원 등을 요구한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다”라며 “이후에 진행될 삼성물산 불법합병 재판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져 그에 합당한 처벌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역시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정농단이라는 국기문란 범죄에 가담한 공범에 대한 단죄로는 아쉬운 판결”이라며 “10억원을 횡령한 삼성물산 직원 판결과 비교하더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함께 파기환송심에 넘겨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도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또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 부회장과 최 전 사장 등은 재판부의 판결 이후 형사소송법 72조에 따라 발언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할 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특검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재상고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며 삼성전자는 현재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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