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위 이재명 기본소득에 여권 잠룡 공세
정세균·이낙연·임종석 등 비판 공세 이어져
대선 과정 문재인 대통령 비판 감정 아직도
탈당설 제기에 “내가 왜 탈당하냐” 발끈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른바 ‘기본소득’을 들고 나오자 여권 대권주자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이 지사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대권 주자들이 이 지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지만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 지사가 ‘친문 지지층’과 아직까지 제대로 된 화해를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친문 지지층 끌어안기 위한 대권 주자들의 견제라고 할 수 있다.

1인당 월 50만원 목표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을 꺼내들었다. 모든 국민에게 생활비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이다. 재정 여력과 실효성을 근거로 기본소득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 지사는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은 시기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정기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 지사는 1인당 월 50만원을 장기적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1인당 연 5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연간 26조원, 100만원씩 주려면 5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지사는 26조원은 지출 절감으로, 추가 26조원은 연간 50조~60조원 수준인 조세감면을 축소하면 조달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본소득을 늘리기 위해 ‘기본소득목적세’, ‘기본소득환경세’, ‘기본소득로봇세’, ‘기본소득토지세’ 등을 도입해 충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이유는 소비효과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은 재난기본소득 정책 효과 분석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재난지원금의 순 소비효과는 29.1%라고 분석했다. 경기도는 3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자영업자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이전 기간 대비 3.4% 감소했고, 경기도는 이보다 작은 1.2% 감소를 나타냈다면서 기본소득이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가 재정에 부담되고,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며, 예상되는 부작용 때문에 정식 도입한 국가가 없다면서 ‘삼불가(三不可)론’을 꺼내들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소득자에게도 똑같이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된다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준다는 것은 포퓰리즘에 가깝다면서 오히려 20대 혹은 하위 70% 계층 등 특정 계층에 대해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권에서는 대대적으로 반대

무엇보다 정치권 특히 여권 내에서 반대가 극심하다. 포문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먼저 열었다. 정 총리는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자”면서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는 포퓰리즘 정치는 성공할 수 없다면서 비판을 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했다.

이 세 사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대권 잠룡으로 분류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지사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견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임 전 실장은 이 지사가 이 대표를 향해서 ‘사대적 열패의식’이라고 말하자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이 지사에 대해 여권 대권잠룡들이 비판을 가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지난 대선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날선 공격을 가하자 친문 지지층에서는 이 지사 비토론이 확산됐다. 그리고 대선 이후에도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감정의 골이 메워지지 않았다.

이 지사가 계속해서 화해를 위한 제스처를 보냈지만 친문 지지층 사이에 파여진 감정의 골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이재명의 몫

여권 잠룡들이 이 지사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지지층에 이어 친문 인사들도 이 지사에 대한 과거의 앙금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핵심은 이 지사가 결국 친문 지지층과의 화해를 계속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당내에서 제3후보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섭섭하지 않다”면서 “섭섭할 사람은 2등 하시는 분”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내 반대세력까지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제기된 ‘민주당 탈당설’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자와 문재인 대통령님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응원하는 데 제가 왜 나가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 지사는 자신에게 탈당은 없다면서 탈당을 바라는 사람들을 향해서 “그 분들께서 말씀하시는 제 잘못과 부족한 점은 온전히 귀담아 듣고 고쳐 나가겠다”며 “오해가 있다면 진심을 다해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 지사와 친문 지지층 사이의 오래된 앙금은 결국 이 지사가 풀어야 할 몫인 셈이라는 것을 이 지사 자신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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