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보장 미비한 위클래스, 방문 꺼리게 만들어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상담자 마음 돌리기 역부족
청소년 모바일 상담서비스에선 자살유발정보 유통
처벌 및 삭제 아닌 어른들 인식 개선·소통 중요

괴테의 대표작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주인공 베르테르는 풍부한 감수성과 자의식을 가진 청년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고통스러워 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러한 충격적인 결말로 소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소설 속 주인공에 심취해 베르테르처럼 자살하는 젊은이들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선망했던 인물이나 유명인이 자살하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하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른다.

특히 유명인 자살과 관련한 언론 보도의 증가는 자살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에서 드러났다. 최근 미국 10대 여성의 자살률 증가 원인으로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SNS)가 지목되고 있어 SNS와 자살과의 관계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우리는 베르테르라는 인물 그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지닌 풍부한 감수성과 자의식은 마치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위태로운 모습 또한 여러모로 닮아있다.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로 발버둥 치는 청소년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네 젊은 베르테르들을 죽음까지 내모는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투데이신문>은 SNS를 통해 청소년 자살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자살시도자를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비현실적인 자살 예방책과 허점투성이인 청소년 자살예방 상담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살예방을 위한 이정표를 총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 그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와 그에 뒤처지지 않게 성장하길 바라는 어른들에 시선들 탓일까. 눈칫밥에 익숙해진 청소년 들은 제 감정 하나 쉽게 터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족, 친구, 성적, 취업, 결혼 등 어릴적 부터 청소년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수 많은 눈치들은 어느새 족쇄가 돼 따라다닌다. 힘든 마음을 어딘가 토로하는 것조차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에게 ‘자살’은 예견된 일 아닐까. 청소년들의 고통은 표현의 자유와 자살유발정보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 외줄타기 중이었다. 이를 지켜줄 보호막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죽음의 모퉁이에 서 있는 이들을 돕고 구제하기 위해 정부는 학교 내 상담센터인 위 클래스(Wee class) 와, 청소년 모바일 상담어플 ’다 들어줄 개’,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9 등을 운영하며 자살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예방을 위한 정책들이 청소년들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어 그 한계와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통제와 검열로 해결하려 해 문제가 된다. 편안히 마음 누일 곳 없는 청소년들에겐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한다. 이렇듯 정부기관들의 미시적인 정책들과 변함없는 어른들의 청소년 자해 및 자살에 대한 인식은 청소년들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

<사진출처=네이버 지식IN>

믿지 못하는 위 클래스 상담...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위 클래스(Wee class)는 학교폭력 예방 및 위기 학생 지원을 위한 위 프로젝트 (Wee project)의 1차 예방을 담당한다. 단위학교 내 상담실을 설치하고 전문상담교사나 상담사를 배치, 청소년 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초기진단 및 대처를 위한 기능을 교내에서 수행한다.

위 클래스 상담의 경우 원칙적으로 상담내용은 상담자와 내담 학생만이 공유할 수 있다. 학생의 보호자가 상담내용을 알고 싶으면, 자녀의 상담내용공개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몇몇 상담사는 해당 절차 없이 사태의 심각성을 스스로 판단해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 자녀가 처한 상황을 알렸다.

이로 인해 부모님의 관심이 갑작스럽게 커지자 해당 학생은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위 클래스 상담실에서 진행되는 상담 내용을 같은 학우들이 몰래 엿듣는 사례도 존재해 비밀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네이버 지식 IN에선 위 클래스 상담 이후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고 호소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네이버 지식IN에 위 클래스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위클래스에 대한 불만 섞인 글들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위 클래스의 허술한 비밀보장에 대한 우려와 상담 내용이 부모님에게 알려져 난감하게 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자녀의 위 클래스 상담 사실 알게 된 보호자가 상담을 거부하는 탓에 학생이 상담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상담사는 상담학생에게서 아동학대 정황이 의심되면 경찰 및 관련 기관에 신고해야하는 의무를 가지는데 아동학대 보호자가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위 클래스 상담을 거부한 것이다.

학생 자의가 아닌, 보호자가 위 클래스에서 상담받기가 어렵다고 말하면 교육(지원)청 내에 전문적인 진단·상담·치료와 심층적 심리검사 등 2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 위 센터(Wee center) 등으로 외부기관 연계 안내에 그치게 된다.

위 클래스는 상담내용이 부모님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상황임과 동시에 보호자 위 클래스 상담을 거부하면 아이는 다른 외부기관을 거쳐 상담을 받게 된다. 이렇듯 청소년 개개인의 상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위 클래스는 동일한 방식으로 13년째 운영되고 있다.

마포구의 A 중학교 위 클래스 김현서(가명) 상담교사는 “상담 진행 전 신청서 작성 시 부모님에게 상담내용을 말할 수 있다는 내용에 서명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신청서엔 아동학대, 자살, 자해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학생들에 대한 정보 공유 내용이 명시 돼있다. 학생들이 상담 후 이를 까먹는 경우가 있어서 신청서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주고 아이들의 동의를 구한다. 위험한 학생들에 대해 상담사가 부모님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다면 이것 자체가 방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상담사인 저도 마음이 정말 아프다. 무엇보다 상담이 끝날 무렵 꼭 상담사 선생님만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고 돌아간다. 상담을 마친 뒤 학생들은 말을 하지 말아달라 하는데 상담사로서는 말을 하지 않기가 곤란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상담 전 신청서에 동의를 얻고 학생들을 충분히 설득한 뒤 부모님에게 정보를 전달하기에 말이 와전된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연구실 김소아 박사는 “상담선생님은 상담사안의 긴급성,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관리자와 협의해 보호자와 상담 등을 하거나 후속처리를 하는 때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상담내용은 상담자와 내담 학생만이 공유할 수 있다. 학생의 보호자가 상담내용을 알고 싶으면, 자녀의 상담내용공개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상담이 긴급하게 필요하지만, 보호자에게 연락이 닿지 않거나 기타 이유로 상담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학교보건법 제7조(건강검사 등) 6항에 따라 상담을 의뢰하고 있으나, 아직은 학생을 위한 상담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어려운 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학교보건법 제7조 6항에 따라 학교의 장은 학생들의 신체의 발달상황 및 능력, 정신건강 상태, 생활습관, 질병의 유무에 대해 정신건강 상태 검사 필요시 학부모의 동의 없이 실시 할 수 있다. 검사결과, 아이의 심리상태가 불안정 하더라도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자체적으로 상담을 진행 할 수 없다. 즉, 보호자의 동의 없이 청소년 정신 건강 상태 검사는 가능하나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상담은 상담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보호자 연락이 닿지 않으면 여전히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진출처=중앙자살예방센터
<사진출처=중앙자살예방센터>

상담자 마음 돌리지 못하는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보건복지부에서 운영중인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역시 청소년 이용자들의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NS상에선 1393와의 통화 이후 돌아오는 교과서적인 답변과 전화연결 조차 되지 않아 더욱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다는 경험담까지 존재했다.

원활한 전화상담을 위해 양성하는 생명지킴이는 ’보고듣고말하기’ 교육시간 50분~180분을 이수하면 자격을 얻는다. 생명지킴이는 마음에 어려움을 가진 주변의 고위험군을 발견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 기관에 연결해 주는 자원활동가를 말한다. 

보고듣고말하기(1.6 버전)는 보건복지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후원으로 한국자살예방협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개발해 2013년부터 보급되고 있는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이다. 2020년에는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자살예방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보고듣고말하기2.0으로 개정을 진행했다. 

보고듣기말하기2.0 교육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Version2.0 기본형의 경우 교육시간 120분을 제외하곤, 청년을 대상으로 한 Version 2.0 청년, 중년을 대상으로 한 Version 2.0 중년, 노인을 대상으로 한 Version 2.0 노인 모두 60분으로 이뤄져 있다.

약 한 두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생명지킴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전문 상담가가 아닌 일반인들로 이뤄져 상담자의 ‘자살 인지’ 및 ‘적절한 대응’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더욱 예민하며 섬세하다. 그렇기에 청소년 상담가들은 특수한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청소년 상담가가 된다. 그러나 적은 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생명지킴이 임무를 수행 할 수 있어 전문가의 대응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위험이 존재한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상담전화 상담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총 상담 성공 건수는 총 11만3570건(46%)인 반면, 상담 응대 실패 건수는 13만2037건(54%)으로 상담 성공 건수가 실패 건수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예방상담전화 통계에 따르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상담전화가 걸려온 시점은 오후 11시~새벽 1시로 나타났다. 뒤이어 11시~12시(7103건)에 가장 많았고 0~1시 사이(7089건)가 뒤를 이었다.

자살예방센터상담센터는 4조 3교대 근무가 이뤄지는데 오후 2시~4시에 18명이 투입되는 반면 정작 취약시간대인 오후 10시 이후에는 9명만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상담전화가 누락되는 사례는 포털사이트 상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장혜경 주무관은 “상담 초기, 중기, 종결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상담 중 부족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했던 상담에 대해 다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며 상담 경험을 쌓아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전화 1393상담사들은 내부 슈퍼비전 및 교육 등을 통해 내담자에게 더 나은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훈련하고 있으며 최근 상담전화 급증으로 응대하지 못하는 건수가 증가함을 파악했다. 이에 자살상담 가능 인력 단기 파견,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약 500명 비대면 상담 투입, 자원봉사 투입을 통해 응대율을 높이는 중이며 1월~8월 평균 응대율이 36.6%였던 반면 12월의 경우 79.5%로 약 2.2배 상승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소년 심리상담사 강현숙(가명)은 15년째 청소년 상담을 진행 할 만큼 베테랑이다. 그는 일반인 봉사자로 이뤄지는 청소년 자해 및 자살 방지책에 큰 우려를 표했다. 인력 충원에 급급한 땜질식 정책들이 얼마나 청소년들의 심리를 파악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사실상 일반인들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라들은 해당 분야를 전공으로 하고 청소년 심리 상담사로서의 수련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다. 청소년에 대한 많은 사례와 연구를 해본 사람들과 일반인들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청소년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정서를 조금 더 예민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두시간 교육을 받았다 해서 불안한 청소년들의 심리를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분야의 상담은 몰라도 청소년 자살문제는 많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일반인 봉사자들도 분명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전문가 봉사자들을 모아 청소년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은 예민한 청소년들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이해할 수 있어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유발정보 게시글 재구성  <사진출처=다 들어줄 개 우리 이야기 캡처>

청소년 모바일 상담서비스 ‘다 들어줄 개’ 속 자살유발정보 

청소년 모바일 상담서비스 ‘다 들어줄 개’에서는 자살 암시, 자해 방법, 자살 계획 등과 같은 자살유발정보들이 발견됐다. 청소년을 지켜줘야 할 정보보다 오히려 자살을 부추기는 정보들이 난무했다.

다 들어줄 개는 인터넷·모바일 소통에 익숙한 청소년을 배려해 교육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청소년 상담 앱이다. 2017년 교육부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MOU를 맺어 2018년 9월에 다 들어줄 개 상담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 후, 2019년 3월부터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산하 청소년 모바일상담센터로 개소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다 들어줄 개’는 교육계와 의학계에서 매우 선구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상담이 어려워지자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바일 상담은 심적으로 불안한 청소년들에게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청소년 상담을 위한 앱인 ’다 들어줄 개’에서 오히려 자살 유해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지역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앱 내 게시판 ‘우리 이야기‘에선 어느 위치에 어떻게 자해를  진행하는지 등 자해방법을 공유하거나 자살예정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자살 암시 글들이 손 쉽게 발견됐다.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상담서비스에서 자살유발정보가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해당 게시글들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근거했을 때 분명한 단속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앱과 관련해서 우리들 이야기를 통해 자살을 암시하거나 자해방법 공유하는 것을 확인했다. 자극적인 내용은 모니터링을 통해 삭제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게시한 자해, 자살 관련 게시글들을 확인한 뒤 상담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김은지 센터장은 “다 들어줄 개 앱에 존재하는 우리 이야기 게시판을 운영할 때 고민이 많았다. 청소년들은 속에 있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익명을 통해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따라서 자신의 말이 존중받는 공간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글을 쓴다. 검열하거나 내용이 자해, 자살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글을 삭제 및 차단해 버리면 그 공간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해, 자살을 익명으로 이야기하는 게 잘못이 아니다. 어떻게 보듬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방향을 봐야 한다.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마련돼 있다. 또한 정말 위험한 수위라 판단될 경우 위치추적도 할 수 있고 누가 해당 게시물을 작성했는지 다 확인할 수 있다. 신고를 통해 경찰 대처가 가능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의견은 다소 상이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단순히 죽고 싶다. 자살할 것이다. 자해했다 등의 하소연은 자살 유해정보가 아니지만, 자해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글은 명백한 자살유해정보다. 따라서 청소년 상담 앱 다 들어줄 개에서 유통되는 게시글에 대해선 삭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서일환 과장은 “자살이라는 단어조차 보이지 않는 사회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한 예방책이나 이나 인식개선을 통한 자살유해정보를 막는 작업들은 필요하다.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하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NS나 인터넷상으로 돌아다니는 자살유발정보들이 어떻게 보면 표현의 자유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행위 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살유해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해를 통해 관심을 얻는 청소년에 대해서 다른 지원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삭제 및 제한 등 규제의 측면이 있다면 고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품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의 SNS 상담 등 다양한 기반이 마련돼있고 이에 대해 조금 더 폭넓게 넓혀나가려는 계획 중에 있다. 청소년이나 학생들의 자해 및 자살문제는 일종의 사회문제다. 이에 대한 청소년 지원은 필요하나 도가 지나친 자살유발정보들은 법에 근거해서 적절한 규제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 자해·자살문제, 사회 분위기 변화해야 해결 가능

청소년들은 지나친 경쟁과 결과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 부모님의 과도한 관심과 압박으로 이른바 ‘눈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눈치 사회가 청소년 자해 및 자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처벌 및 제한, 삭제 등 미시적인 정책과 허울뿐인 상담시스템에 아닌 긴 시야로 청소년 자해 및 자살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사회문화에 대한 변화와 어른들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계속된 정부의 개입이 일정 부분 도움은 될 수 있으나 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결국 청소년 자해 및 자살문제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송효종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의 대책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령 자살유해정보에 대한 법적인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청소년들에게 알려준다거나, 간접적으로 그런 행위들을 하면 안 된다고 알릴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NS상 유통되는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삭제 및 검열에 대해서는 “SNS가 존재하기 이전에도 자해는 존재해왔다. 청소년들은 서로 간 하위문화를 공유하면서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는 집단이다. 요즘은 SNS가 발달함에 따라 그 범주가 넓어지는 것뿐이다. SNS의 순기능 뿐만 아니라 역기능도 존재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게 학교로서 나아가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대한민국은 눈치 사회다. 주변인, 가족, 부모님 친구 등 너무 많은 눈치를 보고 살아간다. 이는 사회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두의 문제다. 이 역시 청소년 자해, 자살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사회 분위기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말하고 청소년들의 개성을 포용할 수 있는 분위기, 어른들이 이를 격려해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문화가 구축된다면 자해 및 자살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정부의 대책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자해하는 사진들을 보고 모방하는 친구들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극단적인 사진이라던가 과격한 표현 등 이런 부분에선 일정 부분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청소년 자해 및 자살 문제는 유통되는 자살유해정보를 지운다고 해서 사라지진 않는다”며 “자해 대신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안이라던가 토론방 등 이를 분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삭제, 처벌, 차단으로만 이를 해결하려 든다면 자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해문화는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리적으로 봤을 때 사회에 대한 공격성과 분노, 억눌림을 분출되는 모습이다. 이는 자해하는 청소년의 책임이 개인적인 책임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책임에 가깝다“면서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쉽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를 접근성이 용이한 SNS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이런 식으로 처벌과 삭제에 급급하다면 더욱이 겉잡을 수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뱉어내는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 속에는 숨겨진 속뜻이 있다. SNS,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살이나 자해와 같은 마음속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가감 없이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아울러 해당 게시물에 달리는 위로의 댓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이렇듯 자살유해정보에 대한 정부기관의 서로 다른 의견과 청소년 상담 속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들이 계속해서 유지된다면,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심적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법적 처벌과 게시글에 대한 검열과 삭제가 아니다. 자살을 터부시하는 태도보다는 자살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일 것이다. 이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어른들이 고개 숙여 귀담아듣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루빨리 ‘자살공화국‘ 이라는 명찰을 뗄 수 있지 않을까.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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