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주)한진 부사장ⓒ한진그룹
조현민 (주)한진 부사장ⓒ한진그룹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주목받은 종합물류기업 한진이 연초부터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빠인 조원태 회장의 그룹 경영을 장악하는데 가장 큰 우군 역할을 했던 조 부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한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재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조 부사장의 영향력 확대가 초 한진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되면서 아직까지 득보다 실이 더 큰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HYK파트너스(이하 HYK)가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주주 제안서를 주주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려달라며 지난 17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HYK는 한진에 주주총회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이 담긴 내용 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 2대주주의 소송 제기로 한진이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셈이다.

HYK는 ▲이사 최대 정원 증원 ▲이사의 결격 사유 규정 신설 ▲전자투표제 도입 ▲중간배당제도 도입 ▲감사위원회 구성 관련 개정 상법 제542조의 12 반영 등 총 6가지의 정관 수정을 요구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이사의 결격 사유 규정 신설’ 대목이다. HYK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 된 후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의 이사추천을 배제할 것을 제안했다.

조 부사장이 과거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적이 없어 해당 규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조 부사장이 과거 ‘물컵 갑질’ 사건과 진에어 불법 임원 재직 등 각종 논란으로 윤리 경영 측면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국세청에서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탈세 조사를 벌이고 있는 등 아직까지 사법리스크 재발 가능성은 남아있다.

여기에 HYK는 이사 최대 정원도 기존 8명에서 최대 10명으로 늘리자고 제안한 것도 이사회 진입을 통한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HYK는 이사회에 측근 3명을 참여시키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HYK의 이같은 움직임이 공개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최근 한진 경영 전면에 나선 조 부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말 승진 인사와 함께 사내이사 선임이 예상돼 왔다.

현재 조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은 0.03%에 그치고 있지만 최대주주인 모회사 한진칼(24.16%)을 포함해 우호지분은 27.45%가량 된다. 여기에 GS홈쇼핑의 6.62%과 우리사주조합 3.98%까지 더하면 38.05%까지 높아진다.

반면 2대주주인 HYK는 9.79%로 국민연금(6.20%)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열세인 상황이다. 다만 40%를 웃도는 소액주주의 표심은 큰 변수다.

아직 조 부사장에게 지분 형세 상 HYK가 당장 위협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자신이 이번 경영권 분쟁 빌미를 줬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말 그룹 내 항공 관련 계열사에서 전부 물러난 뒤 한진에 입성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갔다. 지난해 9월 한진 전무로 부임한 이후 지난해 12월 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빠르게 승진했다. 이후 한진은 미래성장전략실을 신설하고 마케팅총괄부를 마케팅실로 확대해 조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경영관리 총괄 류경표 대표와 사업부문 총괄 노삼석 대표와 함께 사실상 3인 경영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의 올해 사내이사 선임을 마치고 장악력을 키운 뒤 대표이사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사내이사 진입 단계부터 제동이 걸리면서 조 부사장의 한진 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그룹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돼 가는 시점에 또 다시 오너경영 문제로 분쟁의 불씨가 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타계 이후 불거진 오빠 조원태 회장과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불거진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 오빠인 조 회장을 지지한 바 있다. 한진칼 지분 6.47%를 보유하고 있는 조 부사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함께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었다.

조원태 회장에 맞선 조현아 전 부사장을 포함한 반도건설·KGCI 3자 주주연합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별다른 주주제안을 하지 않으면서 그룹 경영분쟁은 조원태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자칫 이번 주주제안 소송이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조원태 회장의 입지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조현민 투입이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HYK의 주주제안과 가처분 소송 등과 관련해 한진 측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힐 뿐 경영권 분쟁 등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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