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형제복지원 전 원장 고(故) 박인근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법정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형제복지원 전 원장 고(故) 박인근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법정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부랑인 단속’을 명목으로 시민들을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고 폭력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형제복지원 전 원장 고(故) 박인근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파기해달라는 검찰의 비상상고가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대법원이 사실상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일 검찰이 박 전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은 박씨에 대해 신청한 비상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판결 법원이 박씨의 특수감금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해 적용한 법령은 내무부훈령 410호가 아니라 정당행위에 관한 형법 제20조나 상습심 재판의 기속력이 관한 법원조직법 제8조”라며 “내무부훈령 410호는 형법 제20조를 적용하면서 전제로 삼은 여러 사실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위헌·무효인 내무부훈령을 적용한 것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비상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상상고는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제기할 수 있어 내무부훈령이 아닌 형법 제20조를 근거로 무죄 판결이 난 이 사건의 경우 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박씨는 지난 1975부터 1987년까지 부산에서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며 시민들을 감금해 강제로 일을 시키고 폭행한 혐의 등으로 1987년 기소됐다.

1989년 7월 대법원은 이 사건 재상고심에서 특수감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이날 비상상고가 기각되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항의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사건의 핵심은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의 회복을 위해 정부의 조치를 주문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크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비상상고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법리적 이유로 기각했을 뿐, 형제복지원에서 인권유린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국가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 사건을 국가의 조직적 불법행위를 인정했다”면서 “비상상고는 기각됐으나 기각에 이르는 과정에서 밝힌 이유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피해자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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