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태 사장 사임 발표 “회생절차 막지 못해 책임 통감”
잠재적 투자자 인수의향서 제출 미뤄, 사실상 매각 무산
금융위 은성수 위원장 “쌍용차 회생 모두의 이익에 부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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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매각 협상에 난항을 겪어온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쌍용차는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분 매각의사를 밝힌 이후 인수 대상자를 찾아왔지만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쌍용차 예병태 사장은 회사가 회생절차를 앞두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쌍용차 예병태 사장은 7일 오전 화상임원회의를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같은날 임직원들에게는 이메일로 퇴직인사를 전달했다. 예 사장은 지난 2019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후 비상경영을 선포, 쌍용차의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정관리 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회사가 또 다시 회생절차 개시를 앞두게 된 상황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이러한 상황을 여러분들과 함께 극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임직원 여러분들이 받을 충격과 허탈감을 잘 알기에 그 동안 경영을 책임져온 대표이사로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신규 투자자유치가 계획보다 지연되면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임박해 또 다시 헤쳐나가야 할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다소 혼란스럽고 일시적인 고통이 따를 수 있겠지만 여러분들의 일터는 스스로가 지킨다는 먼 안목으로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힘을 모아나가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직원 여러분은 대한민국 최고의 SUV 전문가”라며 “여러분이 쌍용차의 주인이고 대한민국 SUV의 주인이다. 이런 저력이라면 새로운 투자자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토대를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는 지난 2016년 이후 매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역시 매출액 2조 9502억원을 보였음에도 영업손실 4235억원, 당기순손실 478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납품업체들에게 수개월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일부 협력사들이 부품 공급을 중단, 차량 생산마저 차질을 빚었다.   

쌍용차의 부진은 SUV시장의 다각화와 함께 찾아왔다. 경쟁사들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자 쌍용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여파로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당초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1월 23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확산되자 지난해 4월 계획 철회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6월에는 결국 쌍용차의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고 새로운 투자 대상자를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지분을 낮추고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792억원)를 유치하는 방안이 담긴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진행하기로 했다. P플랜은 정식 회생절차 전 미리 계획안을 내고 빠르게 법정관리를 벗어나도록 돕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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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HAAH오토모티브는 서울회생법원이 기한으로 제시한 지난달 31일까지 쌍용차에 인수의향서를 보내오지 않았다. 쌍용차 역시 인수의향서를 제외한 P플랜을 법원에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만큼 사실상 매각을 통한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결국 법원은 지난 2일 더 이상 절차를 지연시킬 수 없다며 쌍용차 회생절차 진행을 위한 수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이르면 8일, 늦어도 다음주 중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2회에 걸쳐 쌍용차에 기회를 부여했으나 기한 내 유의미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라며 “더 이상 절차를 지연시킬 수 없어 부득이하게 채무회생법에서 정한 회생절차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이 쌍용차에게 다시 한 번 시한을 연장해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받게 될 경우 고용문제, 중소협력사 셧다운 등 지역경제 후폭풍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 역시 HAAH오토모티브가 시간을 더 달라는 취지로 연락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쌍용차가 회생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이 부합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지난 1일까지 5개월을 기다렸으나 답변이 안 왔고, 안한다고는 하지 않고 시간을 더 달라고 했던 것 같다”라며 “법원에서도 마냥 시간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회생절차에 대한 채권단 의견을 문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관리라 하지 않고 회생절차라고 해, 회생에 방점을 뒀으면 한다”라며 “회생절차에 들어간다고 다 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통해 재기 기회가 있을 수 있다. 법원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또 “결국 관건은 생산을 정상적으로 하는 것인데 할 수 있다면 노사, 채권단, 협력업체 모두가 조금씩 양보를 해서 쌍용차가 살아나는 게 모두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라며 “정부가 지혜를 모으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회피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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