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협력사 납품 중단 선언, 평택 공장 셧다운
협력사 비대위 “정부 직접 지원이 해결의 열쇠”
쌍용차 “HAAH 투자의지 확고, 자구안 노력 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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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쌍용자동차의 일부 협력업체가 부품 납품 중단을 선언하면서 평택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연쇄부도 및 고용위기가 우려된다며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3일 쌍용차는 일부 협력업체가 부품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오는 5일까지 사흘간 평택 공장의 가동을 멈춘다고 밝혔다.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몇몇 협력업체들은 미결제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 쌍용차는 부품 대금 지급이 미뤄짐에 따라 셧다운이 결정되기 전부터 이미 공장의 가동과 중단을 반복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300여개의 중소 협력사들은 약 4개월분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중순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보류를 신청하고 매각을 통해 자금난을 해소하려 했지만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며 결국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 진행을 결정했다. P플랜은 정식 회생절차 전 미리 계획안을 내고 빠르게 법정관리를 벗어나도록 돕는 제도다. 

쌍용차는 지난달 29일 P플랜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유동성 위기의 여파는 이미 중소 협력사에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협력사들은 자금난으로 인해 부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청와대, 국회,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정부 각 부처에 호소문을 전달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비대위는 호소문을 통해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저희협력사 10만여명의 직원과 20만여명의 가족들은 연쇄부도 및 고용위기와 함께 생계에 대한 불안으로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라며 “현재 약 4개월분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저희 300여 중소 협력사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이로 인한 협력사들의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희 중소 협력사는 쌍용차의 정상적인 생산 및 영업 활동만이 채권회수의 유일한 가능성임을 잘 알고 있지만 자금난으로 인해 부품 공급을 중단한 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라며 “정부와 금융기관의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긴급자금의 수혈 없이는 쌍용차의 회생은 절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또 “쌍용차가 생산 재개를 통해 조기 회생 하지 못한다면 열악한 경영상황에 처해 있는 중소협력사는 연쇄 부도로 인해 대량 실업사태에 직명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쌍용차는 회생이냐 파산이냐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지원을 통한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만이 문제를 풀어내는 열쇠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쌍용차의 P플랜에는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지분을 낮추고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877억원)를 유치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HAAH 외에는 거론되는 인수 후보가 사실상 전무한 만큼, 쌍용차로서는 투자 협상에 성공해 자금 지원의 물꼬를 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HAAH의 투자는 채권단 및 회생법원이 P플랜을 승인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산업은행 역시 전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P플랜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를 전제로 한다. 잠재적 투자자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금융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협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HAAH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출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인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밖에도 일각에서는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P가 인수 후에 추가 운영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냐는 부분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번 셧다운과 관련해 협력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비대위와 함께 납품 공급을 중단한 업체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P플랜에 대해서는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며, P플랜을 충실히 준비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비대위와 함께 납품을 중단한 일부 협력사를 설득하고 있다”라며 “협력사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것은 이해하지만 공장 라인이 운영돼야 조금이라도 빨리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내일을 위해서라고 같이 협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잠재적 투자자가 짐 싸들고 출국했다는 식으로 많이 보도됐는데 HAAH의 입장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 HAAH 측은 1월 중순에 입국해 오히려 일정보다 며칠을 더 머물다 갔다”라며 “일정에 맞춰 움직였던 것이고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투자자가 없으면 P플랜은 성립이 되지 않는 만큼 튼실한 자구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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