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온라인 추모공간 캡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일면식 없는 여성을 살해한 ‘여성혐오’ 범죄로 전국을 분노에 차게 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5주기를 맞았다. 우리 사회에 여성 표적 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용기 있는 연대와 행동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멈추지 않는다.

지난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노래방 건물에 있는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가해자는 3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당초 이 사건은 정신질환자의 단순 묻지마 범죄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세상은 두 사람 사이에 접점이 없는 점,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인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가해자가 내뱉은 한마디는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표적 살인임을 증명했다.

“평소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에 잠재된 여성혐오와 젠더차별 문제를 공론화했다. 여성들은 ‘나일 수도 있었다’는 공포를 이겨내고, 더 이상 사회의 억압·차별을 피하거나 몸을 숨기지 않고 권리와 평등을 위한 투쟁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혐오 범죄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범죄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강력범죄 피해자의 80%는 여성이 차지했다. 또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8년까지 성별에 따라 ‘범죄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매해 여성이 남성보다 10% 이상 높게 확인됐다.

여성 박모(29)씨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일부러 내부에 화장실이 있는 카페나 식당 등을 골라 가기도 한다. 이후 공동화장실에 비밀번호 장치도 많아지고 경각심을 가지게 된 것 같지만 여전히 두려운 건 사실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 손모(30)씨는 “(사건이 발생하고) 간단한 것만 챙겨 친구와 함께 강남역으로 급하게 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현실에 화도 난다”며 “평등하고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내일은 좀 더 나은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염원을 담아 5주기 당일인 17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성들은 연대와 행동에 나선다. 이날 오후에는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와 10번 출구 사이에서 2차례에 걸친 오프라인 집회가 예정돼 있다.

또 지난 13일부터는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온라인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5년 전에도 그랬듯 이유 없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를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여성회는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여성들이 과거의 폭력과 차별의 세상을 그대로 둔 채 살 수 없다며 집단적으로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며 “최근 다시 ‘페미니즘 리부트’(페미니즘 대중화 흐름) 이전 시기로 돌아가려는 반동의 기운이 정치권·언론·기업·온라인 등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 시기를 견디고 있는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하고자 추모 행동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온라인 공간에 포스트잇을 남겨주면 집회 당일 강남역에 게시하겠다. 우리의 기억·투쟁·연대의 마음을 모으고자 하니 포스트잇으로, 발언으로, 참석으로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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