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합당 논의 시작, 본격적 기싸움 시작됐다
국민의당 “당명 개정해야”...국민의힘 “최고위원 비워둬”
당대당 통합이냐 흡수통합이냐, 기로에 놓인 합당 협상
이준석 체제로 인해 국민의힘은 고무적
협상 과정에서 고성 오갈 가능성도 높아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6일 첫 공식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당의 주요 과제인 합당 논의의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실무협상단을 꾸려서 합당에 대해 본격 논의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명’ 문제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명 변경을 요구하는 국민의당과 당명 변경에 난색을 표하는 국민의힘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펼쳐진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부호를 찍을 수밖에 없다.
지난 4.7 재보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합당 카드를 꺼내들고 나왔다. 당시에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 지지를 받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합당 카드를 꺼내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됐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전당대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합당 논의는 중단됐다. 국민의당은 벌써부터 합당에 대한 실무협상단을 꾸렸지만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하면서 그에 따른 합당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됐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는 일단 합당을 보류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 대표를 선출하면서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졌다. 이 대표가 신임 당 대표가 되면서 이제 시계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과연 합당을 할 것이냐에 맞춰졌다. 지난 16일 이 대표와 안 대표가 회동을 할 때에도 단순히 신임 당 대표의 인사가 아니라는 것은 정치권의 신입기자였어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2018년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 추진 당시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토크 콘서트에서 모인 이후 처음이다.
합당 의지 다져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합당의 의지를 다졌다. 안 대표는 “이 대표의 당선은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자 제1야당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면서 “제1야당과 더 넓은 범야권이 혁신하고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보여줄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다”면서 합당의 의지를 다졌다. 이 대표 역시 “우리가 예전에 함께 대한민국 정치를 개혁하고 새로운 정치가 뭔지 보여주자고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폭동에 가까운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양당 간 합당에 대해 조기에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면서 합당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발언과는 달리 합당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최대 이슈는 ‘당명’ 개정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새로운 당명으로 가는 것이 원칙있는 합당 방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새로운 당명’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안 대표는 “아마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생각을 전달한 것”이라면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그건(당명 교체) 당연한 거 아니겠냐”라면서 권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당이 ‘당명 교체’를 들고 나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의 이름을 고친다는 것은 사실상 기존의 정당 색깔을 완전히 제거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탄생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당헌·당규의 개정과도 연결되는 중대한 사항이다. 이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나아가자는 것이고, 그것은 ‘당대당 통합’을 의미한다. 그것은 ‘102석’의 정당과 ‘3석’의 정당이 동등한 입장에서의 통합을 말하는 것이다. 102석의 정당도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3석의 정당도 하루아침에 사라져서 새로운 정당에서 새롭게 출발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석의 정당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102석의 정당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준석의 고민
반면 이 대표가 내놓은 카드는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다. 이는 기존 국민의힘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민의당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앉히는 방식, 즉 흡수통합을 의미한다. 국민의당이라는 정당은 사라지고 국민의힘 체제 하에 들어와서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102석의 정당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하고, 새로운 정당을 다시 만들어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은 국민의힘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3석을 확보한 국민의당이 역사 속에 사라지고, 국민의힘으로 편입돼서 활동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이 야권 ‘빅텐트’가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 없다. 그것은 바로 빅텐트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 인사가 빅텐트 아래에 모여서 대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치느냐, 국민의힘에서 빅텐트를 치느냐의 문제가 있다.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은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의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중심으로 빅텐트를 치고, 윤 전 총장 등 제3의 인물을 영입한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비워뒀다는 것은 국민의당 소속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앉히는 것으로 해서 흡수통합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국민의힘은 기존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국민의당을 해체하고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의 협상안에는 권 원내대표가 언급한 ‘당명 개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흡수통합 의지를 확연히 불태웠다. 국민의힘으로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흡수 통합이 아닌 ‘당 대 당 통합’으로 할 경우 앞으로 있을 모든 야권 단일화에서 ‘당 대 당 통합’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국민의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을 원하는 것이다.
안철수의 고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이 중요한 이유는 늦으면 늦어질수록 야권 단일화는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을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도 걸려있다. 이런 가운데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이 모든 스케줄은 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가장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정당은 국민의힘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합당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그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게 되면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준석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된 상태이지만 합당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게 되면 그에 따라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는 이 대표의 8월 경선 버스론과 상충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8월 전에는 끝나야 한다. 그래야만 홍 의원의 복당이 마무리가 되는 것은 물론 윤 전 총장의 영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하지 않는 편이다. 대선 본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만 합당을 마무리하면 되는 문제이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 소속 예비 출마자들은 합당을 하게 된다면 과연 자신은 출마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국민의힘과의 합당 협상에서 최대한 얻어낼 것은 얻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명 개정’을 요구한 것도 당대당 통합을 통해 지방선거의 공천 지분을 확실하게 얻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런 이유로 실무협상에서 이견을 좁히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서로의 입장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로 좁힌다는 것은 많은 인고의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합당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생각보다 쉽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필요한 사안이다. 아무래도 102석의 정당보다는 3석의 정당에 희생을 강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을 국민의당이 과연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국민의당 소속 당원들이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번 합당 협상에 임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결론이 어느 정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를 비워뒀다는 것은 흡수합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실무협상에서 고성이 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험난한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