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박준식 위원장이 지난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 박준식 위원장이 지난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인상된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 8720원보다 440원(5.1%) 인상된 9160원으로 의결했다.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는 191만444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안으로,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총 27명 가운데 찬성 13표, 기권 10표로 가결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9030~9300원)에 반발해 표결 전 퇴장했다.

당초 노동계는 3차 수정안으로 1만원(16.4% 인상)을, 경영계는 8850원(1.5% 인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심의촉진구간이 제시됐다.

심의촉진구간 제시에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이 반발해 퇴장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남은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은 5.1% 인상된 9160원을 제시했다.

이에 경영계도 반발하면서 전원 기권표를 던지고 퇴장했다. 결국 공익위원 9명과 근로자위원 5명이 남은 상황에서 표결이 마무리됐고, 공익위원안이 가결됐다.

노동계 “저임금 노동자 외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확정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은 실패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최임위에서는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다. 2018년에는 2019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하며 2년 연속 10%대 인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전년도보다 2.9%,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1.5% 오르는데 그쳤다.

노동계는 이번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인 만큼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최초 요구안 1만880원(23.9%), 1차 1만440원, 2차 1만320원, 2차 1만원으로 인상폭을 줄여 수정안을 내면서도 1만원선은 유지해왔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의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고문하고 우롱한 것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끊임없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난 시기에서 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을 외면한 것은 공익위원들과 문재인 정부”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규탄과 함께 저임금 노동 철폐, 생활임금 쟁취 등을 위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경영계도 반발…“실업난 악화될 것”

경영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했다.

경총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는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름없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과 지불능력 등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결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물론 기업인들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나아가 실업난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안정화로 사업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영세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매출 급감의 여파로 고용을 축소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표결 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주요 방법들이 이뤄지는 것을 볼 때 내년 최저임금은 정상을 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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