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 대한 패싱론 속 경선 룰 신경전도
사전통보 없이 국민의힘 기습 입당한 尹
윤석열, 이준석 첫 이벤트 행사 불참도
이준석 “일심동체” 외쳤지만 “대동단결”
김진태 임명 소식에 불쾌한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원팀’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와의 끝 모를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 대표가 기획한 이벤트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저격수 김진태 전 의원을 주요 요직에 발탁하는 등 그야말로 신경전이 거세진다. 이는 대선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이면서 앞서 열린 전당대회가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치맥회동했을 당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만약 국민의힘 입당을 할 때 하루나 이틀 전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윤 전 총장도 이에 호응하는 듯한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난 윤 전 총장은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이 대표는 자리에 없었는데 호남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 중이었다. 즉, 이 대표가 하루나 이틀 전에 알려달라고 했지만 윤 전 총장은 이를 무시하고 기습 입당을 한 것이다.

불쾌한 이준석

당연히 이 대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형식에 관해선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2일 입당식에서도 이런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나타냈다. 이날 입당식은 윤 전 총장보다 장성민 전 의원이 먼저 열렸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외부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이 대표는 장 전 의원은 “DJ 적자”라면서 추켜세웠지만 윤 전 총장을 향해서는 “대선 주자가 갈수록 풍부해진다”는 소개만 했을 뿐이다. 즉, 장 전 의원의 입당은 크게 부각시키면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은 크게 그 의미를 깎아 내리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가 치맥회동을 했을 때 사용했던 단어가 ‘대동소이’였다. 그런데 이날 입당식에서 사용한 단어는 ‘대동단결’이었다. 사실 이 대표가 준비해온 단어는 ‘일심동체’였다. 하지만 이날 튀어나온 단어는 ‘대동단결’이었다.

일심동체는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원팀’도 가장 강력한 원팀을 의미하는 반면 ‘대동단결’은 하나의 주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여러 주체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움직이자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팀 정신 중에서는 가장 약한 편에 든다.

즉, 이 대표는 ‘일심동체’를 꺼내들어서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내부에서 튀는 행동하지 말고 경선을 준비하라는 의미를 내세웠지만 행사장의 누군가는 ‘대동단결’을 꺼내들어서 이 대표나 윤 전 총장이나 모두 경선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불쾌한 윤석열

이런 원팀 정신을 강조했지만 실제로 원팀 정신이 제대로 발현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지난 4일 당 지도부가 마련한 서울 동작동 쪽방촌 봉사활동에는 대권 주자 8명(김태호·윤희숙·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대표, 안상수 전 인천시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장성민 전 의원,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만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등이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최 전 원장은 대선 출마 선언 때문에 배우자 이소연씨가 대리참석 했고, 유 전 의원은 지방일정, 홍 의원은 여름 휴가로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권성동 의원의 청와대 1인 시위 현장을 방문하고 비공개 일정을 진행했다. 당연히 당 지도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첫 이벤트였는데 불참을 했다는 것은 이 대표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은 5일부터 8일까지 휴가를 떠나면서 5일 열리는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 불참한다.

이 대표는 이날 당내 대선 주자들을 격려할 예정이었다. 윤 전 총장은 휴가 일정이 미리 정해져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김진태 때문?

이처럼 윤 전 총장이 당 지도부 행사에 계속 불참을 한 이유가 김진태 전 의원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당내 검증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고, 검증단장에 김 전 의원을 거론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19년 윤 전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 전 총장을 저격했던 인물이다.

윤 전 총장 측으로서는 대단히 불쾌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 직속으로 검증단을 설치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윤 전 총장의 저격수를 배치한 것 역시 이례적이다. 결국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불쾌감을 윤 전 총장 측이 갖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당내 경선을 위한 싸움이다. 이는 윤 전 총장 측으로서는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 등은 이 대표가 당 대표가 된다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윤 전 총장을 홀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일련의 상황이 윤 전 총장을 홀대하고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신경전은 경선 룰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두 사람의 신경전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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