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보좌진 능력과 역할이 중요
국회가 행정부 감시와 견제 수단
7월부터 분주해지는 국회의원실
자료 요청하고, 질의서 작성하고

매년 가을이 되면 국회 국정감사가 열린다.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의 경중을 어찌 따지겠냐만, 올해 국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야의 신경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여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국감에서 사활을 걸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다보니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치적과 더불어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는 정권재창출을 통해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대선주자 국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편집자 주]

윤재옥 정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했다. 정무위에서는 2021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채택의 건 및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 등을 처리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매년 가을이면 국회 국정감사가 열린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이 국감에 대한 기사를 쏟아낸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국감에 대해서는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왜냐하면 국감은 우리 생활과 관련된 일에 대해 지적할 부분을 찾아내서 지적을 하는 것이고, 그것이 11월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는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정부의 행정사무를 일 년에 한 번씩 집중적으로 감사하는 제도를 말하며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돼 있는 헌법상의 제도다. 행정부가 국회의 권한보다 상대적으로 우세했던 제4공화국 즉 유신체제나 전두환 신군부의 제5공화국을 제외하고는 국회의 권한으로 인정된 제도이다. 해외에서도 국감과 같은 비슷한 제도는 있지만 국감은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이면서 국회가 행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제도이기도 하다. 국회는 국감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으며, 삼권분립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국감을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초선 의원들도 국감 스타가 될 수도 있다. 국감을 통해 행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감 스타로 떠오르고, 그것을 발판으로 중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국감은 초선 의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국감은 통상적으로 10월 전후부터 실시한다. 이에 앞서 국회의원실은 7월이나 8월부터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보좌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밤잠을 설칠 만큼 바빠진다. 국감을 준비하는 첫 단계는 아이템 발굴부터 시작한다. 올해 국감에서 어떤 아이템으로 행정부에 대한 감사를 할 것인지 고민을 하는 단계이다. 그 첫 출발점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다. 국회 출입기자와 접촉해서 아이템을 얻는 경우도 있고, 언론기사를 꼼꼼하게 살펴봐서 얻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감사원의 감사 자료도 참고하는 등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아이템을 발굴한다. 보좌진의 능력이 첫 번째로 발현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보좌진은 아예 여름휴가를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초선 의원들에게는 경륜이 있는 보좌진이 배치되고, 중진 의원들에게 경륜이 적은 보좌진이 배치되는 이유는 초선 의원일수록 국정감사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경륜 있는 보좌진이 국감을 주도해서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진들은 이미 몇 번의 국감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륜이 적은 보좌진과도 충분히 호흡을 맞춰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개 초선 의원들은 중진급 보좌진이 배치된다.

아이템 발굴은

아이템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또 다시 분주해진다. 왜냐하면 피감기관에게 국정감사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피감기관과의 신경전은 거세지기 시작한다. 피감기관은 가급적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국회의원실은 피감기관으로부터 많은 자료를 원하기 때문이다. 피감기관과 실랑이에서 보좌진의 능력이 발휘된다. 물론 피감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을 경우에는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받게 돼있지만, 피감기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설사 자료 제출을 한다고 해도 국감 일정 막바지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민감한 사안은 국감 일정 전날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질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보좌진은 밤을 꼬박 새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그에 따라 자료를 심층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둘 중 하나다.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보좌진이 처음부터 생각했던 질의서 그대로 나가거나 아니면 대충 검토한 후 질의서의 취지에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맹탕 국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보좌진은 주어진 자료 속에서 지적하고 감사하려는 대상에 맞는 정확한 질의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어떤 보좌진은 자료 분석을 위해 아예 야전침대를 의원실에 갖다 놓고 날밤을 새는 경우가 있다. 간혹 어떤 피감기관은 요청한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자료더미에 파묻힐 정도다. 이처럼 보좌진은 국감 기간 내내 자료 속에 파묻혀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렇게 해서 질의서를 작성하게 되면 그것을 피감기관에 전달해준다. 그에 대한 합당한 답변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만약 피감기관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국회의원은 그 틈을 비집고 좀 더 예리하고 심도 있게 질의해야 하는데, 이때 국회의원 자신의 능력도 필요하지만 그것 역시 보좌진이 어느 정도 마련해줘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경험 없는 의원의 경우에는 국감 당시 보좌진이 마련해준 질의서를 읽어 내려가는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어떤 의원은 보좌진이 몇날 며칠 정성스럽게 마련한 질의서를 한쪽 구석에 놓고 자신이 평소 생각한 대로 질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자신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니면서 보좌진의 질의서를 아예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만으로 질의를 하다가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보좌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질의서가 순식간에 휴지가 됐다는 생각에 허탈할 수밖에 없다. 반면 대다수 국회의원은 보좌진의 질의서를 꼼꼼히 읽고 자신이 생각했던 의문점을 갖고 새롭게 질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자신의 전문성과 보좌진의 준비가 만나서 시너지를 내는 경우이다. 질의서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서 이것을 준비하는데 거의 두 달 이상 걸리는 것이 태반이다. 반면 노련한 보좌진의 경우에는 매년 비슷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이미 과거에 한번 질의했던 내용을 숫자만 바꿔서 의원에게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미리 살펴보고 준비하지 않은 의원은 보좌진이 마련한 질의서를 갖고 국감에 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리 살펴보고 준비한 의원들의 경우에는 이미 과거에 질의했던 내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보좌진에게 호통을 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국감을 준비하다가 보면 국감날이 밝아온다. 그렇다고 보좌진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보좌진의 역할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지난해 21대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대기 중인 복도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좌석 제한 조치 등으로 예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br>
 지난해 21대 국회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대기 중인 복도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좌석 제한 조치 등으로 예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뉴시스

국감 스타로

국감이 단순히 질의를 하고 그 질의에 대해 피감기관이 대답하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 수행이나 예산집행 등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잘못한 점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한편 국감은 국회의원을 스타로 만들어주는 무대이기도하다. 무대라는 것은 무대장치뿐만 아니라 화려한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해마다 국감이 되면 각종 볼거리가 만들어진다. 가장 회자되었던 일화는 노회찬 전 의원이 신문지 위에 누웠던 일이다. 노 전 의원은 201710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감장에서 신문지를 들고 나와 바닥에 깐 후 직접 드러누웠다.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유엔 인권기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노 전 의원은 201612월 헌법재판소가 서울구치소 내 과밀수용에 관해 위헌결정을 언급하며 당시 1인당 가용면적은 평균 약 0.3(1.06)에 불과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독방에서 지내는 것이 결코 인권침해는 아니라고 밝혔다. 당시 노 전 의원은 0.3평이 얼마큼인지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당시 황찬현 감사원장 앞에 신문지를 펼치고 누운 것이다. 이 같은 장면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가 되면서 노회찬 신문지는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상위에 올라섰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퍼포먼스에 주력하는 이유는 7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최대한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7분 동안 질의응답으로 과연 자신의 생각과 색깔을 얼마나 피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만약 피감기관의 입담이 자신보다 더 좋을 경우 오히려 피감기관이 주목을 받게 된다. 때문에 국회의원은 기사 한 줄이라도 더 나가고 사진 한 컷이라도 더 나가게 하기 위해서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매년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나오면서도 매년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그만큼 언론의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다.

보좌진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해서 모든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마다 국회 소통관에 자신이 속해 있는 의원의 보도자료 인쇄물을 배치한다. 출입기자 한명이라도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 실제로 출입기자들은 아침마다 국회 소통관 앞에 비치된 보도자료를 살펴보고 오늘은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 아이템 구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 출입기자 모두에게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고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는 기사로 다뤄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백 개나 쏟아지는 보도자료 홍수 속에서 과연 자신이 소속된 의원의 보도자료가 기사로 나갈지 여부는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결국 평소 출입기자나 해당 언론사와 얼마나 많은 친분을 쌓았느냐가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보도자료 형식에 따라 때로는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기자들은 기사문으로 되어있는 보도자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를 기사문으로 작성해내는 것도 보좌진의 능력 중 하나이다. , 보좌진은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질의서를 작성해내는 능력뿐만 아니라 기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서 기사화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이런 이유로 보좌진은 팔방미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기사화는 보좌진에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보좌진의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보좌진의 능력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보좌진의 능력이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에 평가받게 된다.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평가받는 것이다.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보좌진 중 일부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실직을 한다. 그래서 12월은 보좌진에게 실직의 달로 불린다. 물론 일부 보좌진은 스스로 사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국회의원의 말 한 마디에 하루아침에 실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정감사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큰 성과가 없거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 일정부분 보좌진의 책임으로 떠넘겨져 실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보좌진에 대한 예우가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쉽게 해고하지 못하게 돼있다. 하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해고가 쉬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국감 기간 동안 국회를 방문한다면 정신없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보좌진들의 모습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올해도 국감이 다가오면서 의원실은 분주하게 준비 중이다. 특히 내년 대선이 있기 때문에 분주함과 동시에 신경전 또한 증폭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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