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금융지주·금융계열사 체제별 유불리 주목

지난 9월 2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은행 창구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뉴시스
지난 9월 28일 오후 서울시내 한 은행 창구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금융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불완전판매 규제 강화에 방점을 찍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마치고 지난 9월 25일 전면 시행됐다.

금소법 시행으로 기존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절차와 규제 등이 강화돼 금융소비자 보호망은 강화됐지만 금융회사는 변화된 제도에 맞게 시스템을 전환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강화된 절차로 상품 판매·운영 과정에 빚어질 혼란과 높아진 처벌 수위로 인한 영업 위축 등을 우려해왔다.

금소법은 DLF와 라임펀드 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법으로 금융소비자 선택권 확대,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책임과 사후 구제 실효성 강화를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청약 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을 제공하는 한편 금융회사의 소 제기를 통한 분쟁조정제도 무력화 방지 조항 등을 담았다. 또 금융분쟁조정 소송에 대한 소비자 부담은 감소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규제 및 제재수준 등은 강화됐다.

금소법 위반 시에는 최대 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며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강한 제재를 받는다.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기업에는 소비자 대상 판매 프로세스와 운용 역량 강화로 책임 있는 운용과 판매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시에 금융사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변화된 환경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하지만 현재 대형은행들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경우 체질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의 경영관리 및 그에 부수하는 업무만 수행하는 순수지주회사만 허용되고 영리 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지만 지주회사 내 순환출자나 상호출자 등은 금지된다.

이에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비교적 단순해 그룹 경영관리 측면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하다.

다만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 배당이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만큼 수익증대를 이유로 자회사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수익구조 다각화가 금융권 전반의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자회사의 경영진은 금융지주회사에서 부여 받은 목표 달성여부로 평가 받게 되된다. 이에 자회사는 금융 상품 기획 및 제작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판매사가 실적 압박으로 기준과 절차를 무시한 채 상품을 출시하거나 판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지주사가 없는 금융계열사 구조가 더 상대적으로 금소법에 대한 적응력이 높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는 계열사 간 관여가 어려운 반면 각 계열사별 빠른 의사결정이 장점이다. 이와 동시에 운용사는 상품의 경쟁력을, 판매사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한 독립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가 없이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미래에셋의 경우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로웠다. 현재 금융지주사가 없는 금융그룹으로는 교보,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차, DB 등이 있다. 이들은 단점으로 지적된 지배구조 문제로 지난 6월말부터 금융당국의 통합 감독을 받게 돼 투명성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사는 금소법 시행과 금융투자업 규정으로 계열사 펀드 판매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시장에서 상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운용사의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어 고객에게 과도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체제 확립이 필수 요인이 됐다.

한편 판매사는 고객의 수익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 수익실현은 고객 신뢰와 자산 증대가 우선되야 하는 만큼 판매사는 판매와 관련된 절차와 의무를 중요시 한다. 이에 계열사 여부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상품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구성, 상품을 선별해 판매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은 금융그룹과 개별 금융사들의 옥석을 가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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