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앞에서 한국지엠 보령공장 중대재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앞에서 한국지엠 보령공장 중대재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투데이신문 이정훈 기자】 한국지엠 보령공장에서 노동자가 설비 사이에 협착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사측이 노후된 설비 개선 요구를 묵살하는 등 위험을 방치해 발생한 사고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은 22일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앞에서 한국지엠 보령공장 중대재해 사건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지난 20일 22시 충남 보령시 한국지엠 보령공장에서 설비 이상 알람을 듣고 조치를 취하러 설비 안으로 들어 간 조합원 이 모씨가 갑자기 설비가 작동해 제품을 이송하는 설비와 제품사이에 상반신이 협착돼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는 “왜 또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해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많은 노동자가 똑같은 이유로, 똑같은 작업 조건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노동부는 사업주들의 위법행위를 감독하지 않았고 또 한명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정비 작업은 설비 가동으로 인한 협착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충분한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에서도 설비를 정비하거나 청소, 검사, 수리 등의 경우 반드시 전원을 차단한 뒤 작업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현장에서 작업 지휘자가 없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자들은 설비에 이상이 생겨 점검이 필요한 경우 설비 문을 열고 인터락을 해지한 상태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인터락을 해지하면 일단 설비 작동은 멈추지만 전원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또 전원이 차단되지 않은 설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작동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작업지휘자 없이 혼자서 조치를 하고 설비가 가동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회사는 사고가 난 설비를 포함해 가공부 설비가 숱하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경보 알람이 많게는 하루에 20번도 넘게 울릴 정도로 설비는 노후됐고 작업 시 사용하는 가공유 때문에 센서에 이물질이 껴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

금속노조는 “가공부가 다른 부서에 비해 생산량이 적다는 이유로 물량압박을 받고 작업은 늘 밀려 있는 상황이다”며 “전원을 끄면 설비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5분 이상이 소요되는 데 하루에도 숱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매번 전원을 끄는 노동자는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바이패스키(센서에 꽂아서 문이 열려있어도 기계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를 사용하도록 했다”며 “동일한 설비로 작업하는 타 사업장에는 바이패스키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키고 있을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지엠 보령공장 가공부 TM Case 2차라인 사고현장 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보령공장 가공부 TM Case 2차라인 사고현장 사진. ⓒ전국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는 한국지엠 사업주를 상대로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 한국지엠 보령공장의 안전보건시스템의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금속노조는 구체적으로 사측에 ▲물량압박과 작업속도로 인한 위험작업을 강요 중단 ▲정비작업 시 전원을 차단하고 협착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 시행 ▲안전작업 메뉴얼 및 안전작업절차서 보완, 개정 ▲실질적인 안전작업이 이행될 수 있도록 인력, 물량 구조적으로 마련 ▲불안으로 인한 상담치료 즉각 시행 ▲책임자 징계와 노동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금속노조 강정주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오늘 고용노동부와 면담을 통해 사고 난 공장에 노동부와 노동조합에서 감독이 진행 될 예정이다”며 “작업중지 된 설비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협의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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