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재정 난색 홍남기 vs 이재명 갈등 충돌
매머드 선대위 꾸렸지만 일 제대로 안하고

“정말 힘들다” 언론 환경 토로...대체 왜?
반등 기회 얻을까...갈 길 먼 李 돌파구는

대선 후보가 된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직도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이고 못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등의 기회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민주당’, ‘언론환경’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중고를 해소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후보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일정을 소화하기보다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차분히 생각을 되짚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현재 이 후보는 쉽지 않은 대선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그 쉽지 않은 대선이 된 것은 이 후보나 이 후보 측 입장에서는 3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이 들 요인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후보에게 앞으로 대선은 더욱 어려운 대선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이 후보는 고민을 더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남기와의 갈등

그 첫 번째 고민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홍 부총리를 향해 “현장을 찾아보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현장에서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해주길 권유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당 대선 후보가 현 정부의 부총리를 향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여당 대선 후보는 ‘뜨는 해’이고, 현 정부의 부총리는 ‘지는 해’이기 때문에 여당 대선 후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이 후보가 홍 부총리를 향해 자신의 답답함을 표현했다는 것은 홍 부총리가 이 후보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후보와 이 후보 측은 “홍 부총리를 넘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홍 부총리가 이 후보의 경제 정책과 공약 그리고 비전 등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극적인 반대를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또한 이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재난지원금을 1인당 100만원은 돼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빠르면 내년 1월 지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재정적자의 이유를 내세워 반대를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홍 부총리의 갈등은 점차 끓어올랐다.

그런데 이 후보가 지난 15일 홍 부총리를 저격한 것이다. 저격한 사유는 기재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역화폐 발행 예산 21조원을 6억원으로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표심은 이 후보에게 상당히 중요한 표심인데 그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 후보의 당선을 홍 부총리가 바라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 후보 측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다보니 이 후보가 “현장을 나가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홍 부총리는 “재정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면서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을 유념해 달라”면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이 후보와 이 후보 측 입장에서 본다면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밖에 없는 말이다. 이 후보가 경제정책 등을 이야기하면 기재부가 알아서 착착 받아서 그에 대한 내년도 예산 편성 등을 해줄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어도 반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기대를 무너뜨리고 사실상 이 후보 낙선운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이 후보 측으로부터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뒷짐 지는 민주당

또 다른 삼중고는 ‘민주당’ 자체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10여명(김남국·김승원·김용민·유정주·윤영덕·이탄희·장경태·전용기·최혜영·황운하)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를 “빠르고 날렵하고 활력 있는 조직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선대위는 국회의원-선수 중심의 선대위다. 이는 역동적인 대선 캠페인이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대선 경선이 끝나고 원팀 정신을 강조하면서 169명의 국회의원 전원 선대위에 합류시켰다. 하지만 이것은 이 후보에게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169명 전원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좋겠지만 이들 중 움직이는 사람은 한두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뒷짐을 질 수밖에 없다. 숫자만 많을 뿐이지 선대위에서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외부 인재 혹은 청년 정치인의 역할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민주당은 비대하고, 느리고, 현장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국회의원들로만 채워진 선대위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적극적으로 싸우고,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로 채워지다 보니 자기 정치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장점은 ‘역동성’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역동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 낙상사고이다. 김씨의 낙상사고는 부부의 애틋한 로맨스를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부인의 낙상사고에 걱정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아내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낙상사고 당일 아침부터 SNS에는 부인 폭행설이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서야 유포자를 엄벌에 처하겠다면서 고발을 했다. 하지만 이미 SNS에 다 퍼지고 난 후에 유포자를 고발조치한 것은 민주당이 이슈에 대해 날렵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앞서고 있다면 당이 나서서 윤 후보를 저격해야 하는데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후보 혼자 동분서주 뛰어다니기 바쁘고, 민주당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우상호 의원이 지난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은 정신차려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후보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선대위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산 재미없다”는 발언이나 로봇학대 논란 등이 발생했을 때 민주당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발언을 왜곡해서 언론에 보도를 했다면 그에 대한 민주당의 기민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이 있다면 그것을 뒤집을 카드를 선대위가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선대위를 국회의원들로만 구성하게 된다면 보다 다양한 구성원이 선대위에 합류를 하지 못하게 된다. 대선은 다양한 목소리를 후보를 통해 수렴하고, 후보를 통해 정책 등으로 표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대위에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떡하니 선대위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다양한 구성원의 합류가 불가능하게 된다. 인재 영입 자체가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재영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해당 선대위는 죽은 선대위가 되는 것이고, 그로 인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선대위에서 국회의원들이 뒤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내년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자신이 선대위에서 직책을 갖고 싶어하는 게 당연지사다. 그것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기 때문이다.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생색은 내고 싶은 국회의원들이 포진하면서 결국 선대위는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비대한 선대위가 될 수밖에 없다.

사족보행 로봇 살펴보는 이재명 ⓒ뉴시스
사족보행 로봇 살펴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언론환경은

마지막 세 번째 삼중고는 ‘언론환경’이다. 이 후보는 언론환경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를 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한 발언 ‘부산 재미없잖아’에 대해 부산 비하 발언이라고 공격한 것과 관련해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여러분이 언론이 되어 주셔야 하는 이유’라면서 “기울어져도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 너무 심각한 언론환경이다. 정말로 힘들다. 그러나 여러분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부산 비하? 문맥 따지면 애정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이 후보는 ‘로봇 학대’ 논란이 일어났을 때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로봇 복원 실험을 한 것인데 자신이 로봇을 학대한 것으로 언론에 비쳐진 것에 대해 힘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선대위에서도 언론이 편파적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 부인이 낙상사고 이후 외출한 사진이 <더팩트>를 통해 공개가 됐는데 선대위에서는 “김혜경씨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해당 언론은 계속해서 김혜경씨가 맞다고 보도했고, 다른 언론사들도 이를 따라 기사를 썼다.

하지만 끝내 해당 언론은 김혜경씨가 아니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서 해당 기사를 내린 상태다. 그러나 이미 해당 기사는 널리 퍼져서 김혜경씨가 낙상사고 이후 마치 몰래 외출을 한 것처럼 비쳐졌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언론환경이 너무 기울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해 야권은 이 후보 자신의 뒤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탓을 하는 모습은 결국 언론재갈법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경선 후유증?

이 같은 삼중고는 결국 이 후보 본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민주당 조직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은 경선 후유증이 아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이재명’의 갈등은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 풀어지는 듯했지만 이낙연계 의원들은 아직도 팔짱을 끼고 있다. 이 후보가 민생을 위해 곳곳을 누빌 것이 아니라 일단 이낙연계 의원들을 만나 회포를 풀면서 과거의 앙금부터 먼저 풀어내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대위는 ‘원팀’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원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뛸 사람만 뛰는’ 그런 선대위가 됐다. 163명이라는 거대한 선대위가 탄생했지만 이들 중 뛰는 사람만 뛰는 그런 선대위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일도 못하는 그런 선대위가 된 것이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앙금은 비난으로 풀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풀어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가 민생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할 것이 아니라 일단 조직 다지기부터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지 않으면 조직이 움직이지 않은데 후보 혼자 움직이는 그런 모양새가 된다.

이런 모습으로는 윤 후보와 경쟁을 해서 필패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도 이를 자각하는 의원들이 다소 늘어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지지율 위기가 각성을 하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그동안 팔짱만 끼고 있다가 최근 윤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당히 높아지자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를 찍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윤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이 후보로 뭉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다만 이 원동력이 얼마나 오래 그리고 상당한 결속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아무도 예단하기 힘들다.

핵심은 이 후보가 현재 위기라는 것을 당내와 지지층에서도 인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돌파구는 민주당이 하루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움직임이 더디다. 최근 각성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팔짱을 끼고 움직이지 않는 의원들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대선이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만큼 당 지도부 혹은 선대위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송영길-윤호중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위기를 느꼈다면 당 지도부가 나서서 분주하게 움직여줘야 하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이해찬 전 대표가 등판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등판을 해서 당을 수습하고, 이재명 선대위 체제 중심으로 움직이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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