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 “여성‧시민사회의 성과이자 큰 승리”

ⓒ깨끗한나라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생리대 ‘릴리안’의 제조사 깨끗한나라가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여성환경연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판결은 지난 25일 확정됐다.

여성환경연대 등에 따르면 깨끗한나라가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학교 김만구 교수 등을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 후 항소 기한까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김 교수 연구팀에 생리대 10종의 유해물질 방출시험을 의뢰했고, 조사 대상 전 제품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제품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릴리안’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논란이 불붙기 시작하자 소비자들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당시 한 법무법인은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모임’ 카페를 개설, 집단 소송을 준비했고 부작용 제보가 잇따르자 깨끗한나라도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에 대해 환불 조치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8월 기자회견을 열고 부작용 사례 제보를 받아 기자회견을 열었고 깨끗한나라는 이내 릴리안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여성환경연대 회원 등이 ‘내몸이 증거다’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같은해 1‧2차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 들어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검출 여부를 실험한 결과 인체에 위해한 제품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깨끗한나라는 2018년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로 인해 매출 감소 및 심각한 명예 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8년 재판이 시작된 지 3년만인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재판장 이관용, 전흔자, 김진호)는 깨끗한나라가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학교 김만구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생리대 검출시험 결과 공표 과정이나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이 모두 과학적이고 공정했다”며 “여성환경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 생리대 회사와 정부가 제조 공정 개선을 논의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는 과정을 보면 여성환경연대가 요구한 공익성을 수용한 것이라 보게 된다”고 원고 패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여성환경연대의 활동을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환경연대 성명서. ⓒ여성환경연대

이에 대해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상임대표는 “2017년에 있었던 생리대 검출시험과 생리대 부작용에 대해 제보를 받고, 정부의 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 전체의 공정성을 재판부가 공익적 목표에 부합한다고 얘기 했고 그 판결을 원고 회사가 겸허히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나 기업들이 매우 오랫동안 여성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대책을 강구 해오지 않았는데 그것을 자발적으로 제보를 하고 변화를 구체적으로 만들어낸 저희를 비롯해 여성들과 시민사회의 성과이자 큰 승리”라며 “여성들의 자발적 노력, 환경단체들이 스스로 나서서 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변화 시키려고 하는 노력이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깨끗한나라 측은 항소를 포기한 것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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