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 “신용 심각 훼손” VS 여성환경연대 “소비자 운동 봉쇄”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을 갖고 생리대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017년 9월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공동행동 출범식’을 갖고 생리대를 가위로 자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생리대 파동이 일어난 지 6년이 지난 2021년. 현재까지도 생리대 파동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깨끗한나라의 대표 생리대 브랜드 릴리안 생리대에 대해 발암물질 검출 등 안정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와 법적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깨끗한나라가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낸 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재판은 지난 2018년 6월27일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5부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유해물질 발표 자료에서 릴리안이 부각돼 심각한 매출 타격과 회사 신뢰성 실추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여성환경연대 측은 일회용 생리대 전반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조사와 관련 대책을 요구한 공익활동을 강조했다. 법원이 해당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내달 10일 나올 전망이다.

되짚어 보는 ‘생리대 파동’

릴리안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6년 말부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릴리안 제품을 사용하고 생리량이 줄어들었다는 생리대 부작용 글들이 게시 됐고 일부 언론사에서 해당 글을 보도하면서 생리대 사태로 불거졌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2017년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생활환경연구실에 의뢰해 생리대 10종의 유해물질 방출시험을 진행, 조사 대상 전 제품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제품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릴리안’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논란이 불붙기 시작하자 소비자들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당시 한 법무법인은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준비모임’ 카페를 개설, 집단 소송을 준비했고 부작용 제보가 잇따르자 깨끗한나라도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에 대해 환불 조치했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2017년 8월 기자회견을 열고 부작용 사례 제보를 받아 기자회견을 열었고 깨끗한나라는 이내 릴리안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 이후 상황은 역전됐다. 식약처가 같은해 1‧2차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 들어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0종 검출 여부를 실험한 결과 인체에 위해한 제품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깨끗한나라는 2018년 1월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해 3월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깨끗한나라는 공식입장을 통해 “여성환경연대의 행위로 회사의 명예와 신용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환불과 생산중단 조치로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며 “매출이 급감하는 등 재산적·정신적 손해도 입었다”고 주장했다.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가 타 업체 생리대에서 유사한 시험 결과가 나왔음에도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건 관련 식약처에 대한 여성환경연대의 요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전체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릴리안 제품 사용 시 부작용 사례의 소비자들을 모집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점을 지적했다.

깨끗한나라는 “결국 여성환경연대는 다른 생리대와 달리 유독 릴리안 제품만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하도록 릴리안 제품에 대한 전 국민적 공포감을 조성했다”면서 “절차대로 소송 과정에 임할 것이고 소송 결과로 사실이 명백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깨끗한나라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여성환경연대는 소비자들의 문제제기를 막기 위한 소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측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는 “유해물질 방출실험을 했고 그에 따른 업체명을 발표하지도 않았다”며 “이미 SNS상, 언론을 통해 릴리안 생리대가 사회적 이슈 되니 릴리안 생리대 조사를 촉구한 것이고 식약처 조사 결정 보도 이후 피해자를 모집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깨끗한나라가 점유율 하락을 상쇄시키기 위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자 했다면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닌 사전 예방적 측면에서 유해물질들을 저감하는 방안을 시민단체와 협업해야 했다”며 “그런 부분 없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 운동에 대한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여성환경연대

현재 여성환경연대는 해당 활동이 공익적 목적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지난 18일부터 탄원서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깨끗한나라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2018년에 시작된 이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기에 탄원서와 소송 등에 대해선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생리대 문제였던 만큼 오는 11월 10일 열리는 재판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용산구 설혜영 의원(정의당‧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공동대표)은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유해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해서 생리대 안전 문제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며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이 기업의 손해배상청구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업에 대한 시민의 감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발암물질 검출 논란이 있었던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이숙연 서삼희 양시훈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7일 A씨 등 780명이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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