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RPC전국협의회, 쌀 시장격리 촉구 상경대회 진행
지난해 만든 자동시장격리 왜 발동 안하나 “속았다” 성토
참석 여야의원 한 목소리로 ‘홍남기 기재부’ 지적하기도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전국 농협 조합장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전국 농협 조합장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역농협 조합장들마저 날로 하락하는 쌀값을 견디지 못하고 청와대 앞에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쌀값 하락을 외면하고 있다며 즉각 쌀 30만톤을 시장격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전국 농협 조합장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전국단위로 농협 조합장들이 거리집회에 나선 건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UR) 반대 집회 이후 최초다.

수확을 마친 농촌 현장은 내림세를 보이는 쌀값에 근심이 가득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조사를 보면 쌀 생산량은 총 388만2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10.7% 올랐다. 이에 산지쌀값 역시 지난 10월 5일 20㎏당 5만6803원에서 이달 5일엔 20㎏당 5만2586원으로 하락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쌀 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양곡관리법을 통한 쌀 수급안정을 대안으로 만든 바 있다. 양곡관리법 제16조 3항과 4항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값의 변동이 예상되면 수요량을 초과하는 쌀 생산량을 기준으로 쌀을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규정에 따르면 수요를 초과한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수확기 평균가격이 5% 이상 하락하면 시장격리가 가능하다. 이에 농업계에선 ‘자동시장격리’라 부르기도 한다.

올해 초과생산량은 약 27만톤에서 31만톤으로 추정된다. 초과생산량이 전체 생산량의 7% 수준이어서 시장격리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전국 농협 조합장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를 위한 전국 농협 조합장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에 만든 제도를 벌써부터 외면하는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쌀값이 생산량 증가에도 여전히 높다”고 발언하는 등 쌀 시장격리에 비관적인 입장이다. 

농협RPC전국협의회는 대회 결의문에서 “지금 농촌 현장은 또다시 청와대에 속았다면서 나라에 버림받았다는 배신감으로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농업농촌의 생명줄과 같은 쌀산업을 지키는 투쟁을 더 늦출 수가 없다”면서 정부에 쌀 시장격리의 조속한 시행과 쌀 공급과잉 해결 대책을 촉구했다.

차상락 RPC협의회장(성환농협 조합장)은 대회사에서 “농협 RPC는 농업인들의 쌀 판로를 보장하려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과 농업을 위한 자부심은 간데없고 농협 RPC는 대규모 적자와 물량을 소화 못 해 아우성이다”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250만 농업인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 시장격리를 실시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농협중앙회 이사인 장승영 해남농협 조합장은 “쌀값이 비싸다는데 밥 한공기가 자판기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고 정부의 인식부터 꼬집었다. 장 조합장은 “예년에 비해 농협으로 들어오는 나락이 30% 이상 늘었다. 정부가 나락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야적한 농협의 심정을 알아야 한다”면서 “전남지역은 40㎏ 1포대로 2700만 포대를 생산하는데 포대당 1000원만 떨어져도 농가소득이 270억원이 감소된다”고 호소했다.

대구경북 농협RPC협의회장인 오호태 남포항농협 조합장은 “농가의 출하 물량 최대한 흡수하려 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걱정에 매입가격도 결정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현장 RPC의 사정을 전했다. 오 조합장은 “농가소득 감소로 농민들이 고통받는데 정부에서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 자리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어기구, 서동영, 윤재갑 의원과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참석해 뜻을 함께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공히 홍남기 부총리를 지목하며 쌀 시장격리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서삼석 의원은 “여당 대표와 여당 대선후보가 시장격리를 요구하는데도 재정당국이 요지부동이다”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연 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연 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연 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농협RPC전국협의회는 13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연 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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